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멋쟁이 한제 Nov 04. 2023

청송 사과 축제

난생 처음 지역 축제

고백하자면 나는 지역 축제를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촌놈?이다. 친정 부모님은  주말나들이까지 신경 쓰실 겨를이 없으실 정도로 생계에 열심이셨고, 내가 어느 정도 자란 후에는 친구들과 술집에서 반주를 하며 금, 토를 알코홀릭하게  보낸 후 일요일은 성당에서 피아노 반주를 하며 홀리하게 보냈다. 어느 음식이 언제가 제철인지 관심조차 없었던 데다 사람 많고 붐비는 것도 싫어하여 지방 축제는 정말 한 번도 다녀온 적이 없다.

며칠 전 신랑이 청송 사과축제에 가 보겠냐고 말을 꺼냈다. 늦가을 나들이도 하고 사과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사과맛도 보여주고 놀고 오자고, 오케이! 안 될 것 없지.


청송은 한 번도 와본 적이 없었다. 무려 세 시간을 넘게 달려 점심 나절에 도착했다. 날이 흐려 사람이 없을 줄 알았는데 축제입구부터 차량이 줄나래비를 서 있었고 작은 도시 여기저기가 모두 사과 사과하게 꾸며져 있었다.


차 세운 곳 근처에서 적당한 식당을 찾아 들어갔다. 미리 식당을 검색하지 않고 그때 인연이 되는 곳에 들어가는 편이다. 맛이 있던 없던 추억이라고 생각하는데 내 입에는 거의 맛이 좋다.

경상도라 그런지 반찬들이 칼칼했다. 멸치 볶음도, 감자조림도, 숙주나물도 칼칼해서  고등어구이를 시키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이들은 분홍소시지 전이 맛있다며 리필하여 먹었다. 소시지 부치는 계란물에 고추 다진 것이 안 들어간 것이 다행이다 생각이 들었다.

비가 많이 와서 아쉬웠다. 당장 우산이나 우비를 사려고 읍내에 한 개 있는 편의점에 가니 모두 품절, 잠깐 비를 피할 겸 근처 한옥 카페에서 시간을 보냈다. 청송 사과주스는 정말 맛있었는데 주스 안에 들은 얼음도 주스를 얼린 거라 밍밍해지지 않아 참 좋았다.



비가 어느 정도 잦아들어서 축제장에 다시 방문했다. 사과축제라서 사과판매만 하는 줄 알았는데 풍선 터뜨리려 경품 타기를 시작으로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어 깜짝 놀랐다. 드론체험, 골프체험, 심폐소생술 교육을 해 보았고 체험비 인당 천 원에 미션 성공하면 사과 두세 개를 선물로 받고, 미션에 실패해도 사과 한 개를 받을 수 있으니 아이들로서는 최고의 경험이었다. 사실 나에게도 그랬다. 요즘 사과값이 금값인데 천 원에 애들도 놀고 사과도 받을 수 있다니!


밤이 되면서 축제의 분위기가 더 무르익는 것 같지만 1박을 계획하고 온 것이 아니라 아쉽게 발걸음을 돌린다. 이렇게 재미있고 사람이 많이 몰리는 지역축제가 코로나로 몇 년간 열리지  못했다니 지자체로서는 손해와 아쉬움이 컸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축제장의 음식값도 일반 식당 수준으로 비싸지 않았고 바가지 물가나 불법 상행위를 바로 신고할 수 있는 부스도 마련되어 있어 바가지 쓸 걱정은 없어 보였다.

지역 축제에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아이들이 자라는 동안 나들이 겸 여행으로 지역 축제 다녀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산물도 알 수 있고 제철음식도 알게 되며 역사나 지리 공부도 될 것 같다. 태어나 처음 와 본 지역 축제, 청송 사과축제. 사과 시식도 푸짐하고 어르신들도 자상하셔서 좋은 기억 안고 돌아간다.

작가의 이전글 경복궁 나들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