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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멋쟁이 한제 Jun 16. 2024

속초, 고성 여행

바닷가에 앉아있기

나도 바닷가에 오면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놀던 시절이 있었다. 1월의 차가운 바닷속에도 첨벙첨벙 들어갔다 나와서 청바지를 꽁꽁 얼리기도 했고 1박 2일 동안 라면만 먹으며 바닷가에서 만 하루 이상 놀기도 했고, 귓속, 머릿속이 온통 모래로 서걱거릴 정도로 모래밭에 나를 파묻기도 했다. 소주병을 모래에 박아놓고 새우깡을 안주삼아 먹기도 하다가, 그것도 안 되면 최소한 무릎까지는 바닷물에 적시기라도 했는데 이제는 그저 앉아서 볼 뿐이다.



파도가 치고 물결이 일렁이고 아이들이 강아지처럼 뛰어다니고 조개껍데기가 반짝이는 모습. 바닷 물은 깊이를 더해가며 색깔이 바뀌고 하루해가 움직임에 따라 반짝임이 달라진다. 모래도 어떤 건 굵고 어떤 건 곱고, 조개껍데기도 하얗거나 회색이거나 각기 다르다.  어떤 이는 파도가 오면 맞닥뜨려 뛰어들고 누구는 파도가 오면 도망을 가고, 아니면 폴짝 뛰어 파도를 넘어보는 사람도 있다. 바다에 와서 마른 모래나 조금 만지작 거리고 있지만 사람 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굳이 내가 바다에 뛰어들지 않아도 아이들의 옷에서 머리에서 귀에서 모래를 털어줘야 하고 짠물 먹은 수영복을 헹궈내야 하니 바다 놀이는 내가 차리고, 내가 치우고, 간 보며 한 입씩 먹어봐서 나까지 나서서 설거지 거리를 늘리고 싶지 않은 훌륭한 한 상차림이랄까.



바다를 이렇게 본다. 어제와 날씨가 달라서 모습이 또 다르다. 속초, 고성 동해바다를 앞에 두고 바닷물 한번 안 적신 이번 여행, 나무 그늘 바위에 커피 한잔 들고 앉아 사람 구경 하는 재미로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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