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이직, 늘어난 근무시간, 긴장, 적응, 퇴근 후 휘몰아치는 집안일, 혼자 조금 시간을 보내게 된 애들 걱정, 신학기를 앞둔 큰아이의 학교 걱정에 구상해야 하는 새 일들에 대한 생각이 셧 다운이 되질 않아서 그런데,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 줘를 몰아 본 것이 결정타를 날린 것 같다.
남편은 그 드라마가 그렇게 재밌냐 한다. 아줌마의 로망이라 답했더니 딱 들어도 막장인데 그런 걸 왜 보냐고, 그래서 아줌마라 그런가 보다 했다.
여하튼, 다시 너와 나는 참 비슷하다. 내가 맛있는 건 너도 맛있고, 내가 안 먹는 건 너도 안 먹는다 혀도 똑같은가 보다. 치킨 껍데기와 족발의 비계만 골라 먹는 식성도, 그러면서도 날씬한 몸매도.
며칠 말없이 각자 잠 못 이루다 보면 어느 날 동시에 일찍 곯아떨어지는 것도 똑같다. 같은 날 일찍 잠든다.
너는 무슨 생각을 하느라 잠을 못 이루니. 별로 좋은 게 아닌데 물려준 것 같아 미안하다.
오늘도 말없이 한참을 뒤척이다 잠이 들었다. 그런 너를 보고 나는 거실로 나와 너의 아기 시절을 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