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봄꽃에 가을 단풍에 눈길을 주고 열정을 다해 카메라에 담기 시작한 건 식상할지 모르나 임신, 출산, 육아를 경험하고 나서부터이다.
아니, 그걸 경험하지 않았어도 그냥 내 나이가 되었다면 자연히 꽃사진을 찍게 되었을지도 모르지만
아이를 낳아 키우는 일은 내게 자연을 달리 보는 눈을 선물해 주었다.
만삭에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 아기의 태동, 급기야 아침저녁 달라지는 나와 아기가 한 몸이었던 그 몸의 컨디션을 겪고 아이를 낳았다. 아기는 그렇게 세상에 나오더니 먹는 거라곤 분유밖에 없는데도 하루가 다르게 자라고 여물었고, 그렇게 흐드러지게 피어나며 내 정신을 쏙 빼더니, 연둣빛 새 잎처럼 잠시 쉴틈을 주고는 어느새 초록으로 색을 바꿀 준비를 한다.
봄꽃을 본다.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고, 급기야 아침저녁 모습을 달리하며 흐드러지더니 내 혼을 다 빼놓고는 이제 엔딩을 준비한다. 끝났나 하면 끝이 아니다. 이제 연둣빛 새 잎을 내놓으며 또 다른 예쁨을 선보일 것이고 그 연둣빛은 금세 또 초록으로 물들어 한동안 변함없는 듯 그렇게 제 자리에 있다가 어느 날 문득, 빨갛고 노란 물을 들이며 한 번 더 성숙했음을 뽐낼 것이다.
하루하루 다르다. 그게 너무 신통하다. 내 뱃속에서부터 분명히 존재감을 보이던 아이들의 생명력,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육아, 성장, 예쁨. 그것들이 내가 제일 사랑하는 아이들과 닮아서, 내일은 오늘과는 다른 모습일 거라서, 오늘 충분히 눈에 담지 않으면 올해는 보지 못할 오늘의 봄 꽃을 나는 눈에 담고, 마음에 담고, 사진으로 담는다.
남편은 아직 모르겠다한다. 꽃사진 찍는 이유를. 당신은 아직 젊은가 보다. 무심히 대답하며 속으로 한 말을 길게 남긴다.
나는 이제 꽃사진 찍는, 꽃이 신통한, 그러나 꽃을 가꾸고 키우는 데는 영 소질이 없어 그냥 내버려두는걸 최선으로 삼아야 하는 아줌마이다.
오랜만에 글로 인사드립니다.
별 하는 일도 없이 괜히 바빠서 앉아서 멍때릴 여유도 없다보니 글발행이 몇달만인지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