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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멋쟁이 한제 Sep 09. 2022

조금 먹어야 맛있다.

전이 그렇다. 


전을 조금 부쳤다. 세 남자를 지휘한 나의 전 부치기는 재료 준비부터 먹고 치우기까지  한 시간 만에 끝났다. 어쩌면 싱거운 싸움이었다. 냉장고에 있는 재료를 털어 고작 꼬치전 몇 개를 부친것이 전부였으니.


꼬치전은 셀프. 단무지를 넣어서 그런지 어째 김밥전이랑 맛이 똑같다. 


집집이 전 부치는 기름냄새로 가득한 추석이다. 치솟은 물가에 비명 소리가 더해지고, 밤이 되면 쑤시는 뼈마디에 파스냄새가 더해진다. 장보느라 돈 쓰고, 전 부치느라 힘들고, 먹고 치우느라 고생한 이야기는 집집이 비슷하다. 매년 명절마다 비슷한 레파토리, 마치 집집이 모양과 맛이 대동소이한 전 같다.


전은 참 맛있는 음식인데 명절 노동의 상징처럼 되어 버려 음식맛을 잃은 것 같아 안타깝다. 너무 많이 만드느라 힘들고, 며칠 간 계속 먹어 질리고, 냉동실에 들어갔다 나와 제 맛을 잃고 말이다.


내가 전이라면 너무 억울 할 것 같다. 이런 대접을 받으려고 만들어지는 음식이 아니란 말이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 풀꽃.


이 세 구절을 전에 인용해보고 싶다.

조금 만들어야 맛있다.

적당히 먹어야 또 먹고 싶다.

전이 그렇다.


카톡방마다 전이야기다. 전을 많이 부쳐 힘들다거나 전을 부치치 않아서 좋다거나. 날이 날이니 만큼 기승전 전 이다. 전을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전에 "감질맛"을 넣는 법 이다. 힘든 사람이 없고, 질리기 전에 맛있게. 약간 부족해서 다음에 또 먹고 싶게. 

조금 부쳐서 따뜻할 때 먹으니 꿀맛이다. 맛이 없을 수 없는 재료들의 조합.


전에도 미니멀이 필요하다. 


즐거운 명절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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