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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멋쟁이 한제 Oct 14. 2022

한 입 연어초밥

코스트코 연어 먹은 이야기.

코스트코에 가끔 간다. 우리집에선 이마트나 코스트코나 비슷한 거리인데 그래도 코스트코는 가는 횟수가 이마트보다 현저히 적다. 양질의 물건이 싸긴 하지만, 너무 대용량이라 어쨌든 비싸다. 한 번 가면 큰 돈을 쓰게 되니 자주 안 가게 되고, 가끔 가는 곳이다 보니 갈 때 마다 이것저것 담다 보면 몇 십 만원 쓰는 것은 정말 쉽다. 주로 고기, 버터, 치즈, 동물복지 달걀, 영양제 등과 겨울엔 보습제, 시어머님의 심부름으로 물비누 등이 고정 품목이고 가서 눈에 띄는 간식류나 과일을 담다 보면 정말 계산대에서 몇 십만원이 되어있다. 정말 뭘 이렇게 산거지? 더 마법인건, 코스트코에서 몇 십 만원을 써도, 이마트는 그대로 가야 하고, 새벽배송도 계속 오고, 편의점도 가던 대로 가야 한다는 것. 코스트코는 식탁과 삶을 조금 더 재미있고 풍성하게 해주는 것 같긴 한데 그 대가가 좀 비싸다. 이상하다. 싸게 사는데 비싼것이.


그래서 생각을 조금 바꾸어 보려고 한다. 그냥 코스트코를 자주 간다면, 그래서 이것 저것 다 담지 않고 그때 그때 필요한 것 몇 가지만 담아보자 하고 말이다. 어차피 지근거리이니, 내가 귀찮은 것만 조금 참는다면 그닥 어려운 일도 아니다. 코스트코에 다녀오면 할 일이 많은 것도 꽤 지치는 일이었는데 조금씩 사 오면 그럴 일도 없겠다 싶었다. 식품을 소분하여 냉장고에 냉동실에 나누어 넣어야 하고, 몽땅 다 냉동실에 넣기엔 아까우니 냉장고에 넣은 것은 몇날 며칠 열심히 요리를 해서 먹어야 하는데 그것도 은근 힘든 일이었다. 냉장고에 먹을 것이 가득한데, 사 먹기도 그렇고, 며칠동안 식재료를 의무적으로 요리 하다 보면 계속되는 고칼로리 산해진미가 질리게 되는 기현상도 일어난다. 주로 고기, 소시지, 연어, 베이컨 이런 것들에 베이커리에서 사온 빵이며 크로와상 같은 것들 말이다. 그래서 오늘은 정말 꾹 참고 조금만 샀다.


오늘의 카트. 선방한 나 자신 칭찬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연어 한 팩이 오늘의 주인공이었다. 코스트코 연어는 값싸고 질 좋은 가성비 끝판왕이었지만 고 환율에 고물가, 전쟁 때문에 가격이 많이 올랐다. 전쟁이랑 연어랑 무슨 상관인고 하니, 노르웨이에서 잡히는 연어는 러시아를 통해 우리나라로 오게 되는데 그 길이 예전 같지 않으니 가격이 뛰는 거라 했다. 내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몇 번 이야기 해 준 적이 있어서 아이들도 안다. 전쟁이 연어를 못 먹게 할 수도 있다는 걸. 연어 뿐만이 아니고 얼마 전 사려고 했던 감기약도 전쟁의 여파로 수입이 끊겨서 구하지 못 한 적이 있어 아이들은 이래저래 남의 나라 전쟁이 우리나라에 주는 영향도 배운 참이다.

여하튼, 연어 한 팩, 아니나 다를까 값이 제법 올랐다. 안 오르는 건 뭘까.


다섯 시간 숙성을 마친 연어.

집에 오자 마자 다시마를 불려 연어 숙성을 준비한다. 커다란 다시마는 육수용인데, 육수낼 때 보다 연어 숙성할 때 거의 사용하는 듯 하다. 원래 다시마 연어 숙성은 연어에 굵은 소금을 뿌려 잠시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가 깨끗이 씻어 내어 청주를 조금 넣어 불린 다시마에 꽁꽁 싸서 밀봉하였다가 몇시간 혹은 하루 지난 후 먹는 것인데 나는 그냥 물에 불린 다시마에 꽁꽁 싸 두기만 한다. 그래도 충분하다. 숙성한 연어는 다시마의 향이 배고 비린내가 적어지며 살이 더 탱탱해져 훨씬 맛있다. 우연히 숙성법을 알게 되어 한 번 해 먹어본 후로는 절대 횟감 연어를 그냥 먹지 않는다.


오늘의 연어 한 상. 아이들의 접시에는 엄마만 해 줄 수 있는 한입 연어 초밥이다. 저런 건 파는데가 없다.  

아이들은 연어회를 잘 먹는데 꼭 구운 연어도 같이 해달라 해서 꼬랑지 한토막을 에어프라이에 구웠다. 그러는 동안 다시물, 식초, 설탕, 소금, 매실액과 검은 깨를 넣어 초밥을 만든다. 초밥은 생각보다 설탕이 많이 들어간다. 생선초밥은 담백하고 기름기 없고 생선의 양질의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어 건강에 좋고 다이어트에 좋을 것 같았는데, 직접 만들어 보니 들어가는 설탕양에 깜짝 놀랐다. 꽁꽁 뭉친 하얀 밥에 하얀 설탕, 탄수화물의 결정체이다. 초밥을 더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오늘의 저녁 한 상은 이렇게 완성되었다. 양배추 샐러드와 계란 부침, 엄마표 와사비 없는 한입 연어 초밥, 미소 된장국. 연어를 썰을 때 사선으로 써는 요령을 익히게 되었고 초밥을 꽁꽁 뭉쳐 돌돌 말아 아이들 한 입 크기로 만들어 주면 잘 먹는다. 연어는 오메가 지방산도 풍부하고, 양질의 단백질에 부드럽고 소화가 잘 되는 음식으로 알고 있다. 바닷속의 상위 포식 물고기라 요새는 수은이 많이 쌓여 자주 먹는 것은 좋지 않다고 하지만 어쩌다 한번씩 먹는 것은 괜찮을거라 생각한다. 오늘의 코스트코 연어 한 상 대 성공.


가장 뿌듯한 건 코스트코에 가서 17만원만 쓰고 오는 선방을 했다는 것이다. 물론 조만간 다시 찾을 예정이긴 하다. 한번에 40만원 긁는 것이 좋을까, 두 번에 20만원씩 나누어 긁는 것이 좋을까는 잘 모르겠다. 확실한 건, 그냥 자주 갈 생각을 하면 충동구매를 조금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고, 갔다 와서 소분하고 정리하느라 에너지를 덜 쓸 수 있다는 것이며, 향후 며칠간 식재료로 요리하는 일도 조금 수월 할 것이고, 냉동실 조금 할랑한 상태로 유지 할 수 있으며, 신선한 식품을 먹을 것이라는 것.


코스트코, 없을 땐 어찌 살았을까. 확실히 좋은 상품을 저렴하게 구매 할 수 있는 건 맞는데 코스트코 다녀 온 날 새벽 배송을 주문하고 있으니 이건 어찌 설명 해야 할까.  있어도, 없어도 골치 아픈 계륵이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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