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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멋쟁이 한제 Oct 18. 2022

코스트코 다짐육 이용기

에구에구 라구소스와 워메워메 함박 스테이크 

코스트코에서 소고기 다짐육을 샀다. 100그람당 2600원이 조금 안되는 가격으로 무려 2.5킬로그램에 달하는 소고기 다짐육을 한 팩 데려왔다. 코스트코는 갈 때마다 고기를 사 오지만 다짐육을 산 것은 처음이다. 몇 번 사려고 들었다가 아니, 이건 많아도 너무 많아서 소분하여 냉동실에 넣어도 일부만 먹고 나머지는 하얗게 성에 끼고 존재 조차 잊힐 무렵 발견되겠다 싶은 생각에 감히 사지 못했던 품목이다. 이번엔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 도전했다. 바로 함박 스테이크와 라구 소스 만들기. 


지난 번에 마트에서 산 다짐육으로 함박 스테이크를 만들어주니 애들이 잘 먹어서, 그리고 스테이크 구워 낸 팬에 만든 소스도 맛있어 해서, 그리고 토마토 파스타를 좋아하는데 기왕이면 고기도 같이 먹일 생각에 용기를 냈다. 코스트코 다짐육은 그런 존재이다. 큰 용기와 확실한 목표가 있어야 구매할 수 있는, 괜한 호기심이나 치기로 달려들면 안되는 위용을 자랑한다. 2.5킬로라니, 우리 큰 아이가 2.3키로로 태어났는데. 




함박 스테이크는 집에 있는 호밀빵도 갈아서 넣고, 이것저것 간과 향신료를 추가해 찰지게 때려가며 빚었고, 라구소스는 토마토 홀 통조림을 소고기와 동량으로 넣어 양파를 볶던 팬에 투하하여 소스 농도가 될 때가지 졸였다. 소분하여 냉동실 행. 


토마토 소고기 소스를 듬뿍 넣었는데 치즈에 가렸다. 치즈를 얼마나 넣은건지.


https://brunch.co.kr/@niedlich-na/13


라구소스는 조금 남겨두었다가 시카고 피자를 해 먹는데 사용하였다. 피자도우 반죽을 펴고 그 위에 소고기 듬뿍 들어간 소스를 얹고, 치즈를 쏟아질만큼 뿌리고, 살라미 슬라이스를 얹었다. 홈메이드 피자는 대부분 채소 듬뿍에 짜지 않게 건강식으로 만드는 편인데 이번엔 변주를 했다. 맛있게. 짜게. 아이들도 잘 먹는다. 뭐가 더 맛있냐고 물으니 둘 다 맛있다고 한다. 페퍼로니를 넣어도 좋을 것 같은데 애들 입에 매울 것 같아 살라미로 대체했다. 짭짤하고 기름진 맛을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다. 같은 소스로 파스타도 해 먹었다. 볶은 양파를 조금 추가하고 파마산 치즈가루를 뿌려주니 그럴 듯하다. 파스타는 시판 소스도 정말 맛있고 편하지만 소스를 직접 만드는 것도 많이 어렵진 않다. 간을 할 때 치킨스톡이나 비프스톡 이라는 조미료를 사용하면 맛이 훨씬 업그레이드 된다. 밥보다 국수를 더 좋아하는 아이들이라 파스타도 단골 메뉴인데 소고기 듬뿍 들어간 소스로 만들어 먹으니 먹이는 엄마 마음이 훨씬 낫다. 많이 먹고 쑥쑥 자라렴. 



함박 스테이크는 작년에 호떡 믹스를 사며 사은품으로 받은 호떡 누르개로 눌러가며 구웠다. 속까지 고루 익히기가 어려우니 약불에서 천천히 굽느라고 시간이 조금 걸린 편이다. 오븐이나 에어프라이어를 이용하면 편한데 팬에 익히면 빠져나온 육즙으로 함박 소스를 만들 수 있어서 시간이 여유가 있으면 팬에 굽는다. 치즈를 얹고 계란 후라이를 반숙으로 하여 한 접시씩 완성, 식당에서 먹는 것처럼 예쁘게 꾸민다고 꾸몄는데, 식당에서 먹으면 똑 같은 메뉴 네 개 안 먹고 다른 종류로 시켜서 맛 볼 수 있을 텐데 집에서는 메뉴 통일이다. 남아있는 생크림과 새송이버섯으로 크림 스프도 끓였다. 도깨비 방망이가 이럴 때는 유용하다. 이유식 만들 때 자주 쓰다가 이제는 가끔 꺼낸다. 어른 밥, 네살 아이 유아밥, 돌 안된 아기의 이유식 이렇게 밥 종류가 다 따로 이던 시절도 있었으니 메뉴 통일은 삼국통일 만큼이나 역사적인 순간이다. 다 따로 따로이던 시절엔 정말 정신이 없었다. 우리집 밥상도 격동기를 버텨내니 통일의 호시절을 맞는다. 이리 저리 분산된 지금 나의 마음도 이 시기를 버텨내면 호시절이 오겠지. 똑 같은 접시로 밥상을 차리며  격동기를 추억한다. 


시카고 피자와 같은 듯 다른 듯 같은 맛.  



코스트코에서 사 온 2.5킬로그램의 소고기 다짐육은 모두 소진하였다. 다 먹은 것은 아니고 반조리 혹은 완전 조리 상태로 냉동 보관에 들어갔으니 당분간은 밑반찬 꺼내 먹듯 일품요리를 손쉽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손쉽게는 아니다. 미리 다 손을 써 놓은 것이니 수고를 선불로 내어 놓고, 나의 손 공을 하루이틀 만에 잊은 것일 뿐이다. 


나의 수고를 다 잊기 전에, 메뉴의 이름을 정한다. 에구 라구소스와 워메 함박스테이크. 곡소리가 절로 나오는 반조리, 완전조리 쟁이기를 마치며. 에구에구, 워메워메 진짜 많다. 2.5킬로그램 소고기 다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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