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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멋쟁이 한제 Oct 26. 2022

고구마의 계절이 돌아왔다.

엉덩이 탐정이 쏘아 올린 고구마 요리 열전.

 고구마의 계절이 돌아왔다. 사실 일 년 내내 먹으려면 먹을 수 있는 고구마이지만 햇이라는 접두사를 달고 나오는 요즘 고구마는 괜스레 더 반갑고, 맛도 좋게 느껴진다. 초봄, 여름, 초가을까지 먹는 고구마는 봉지에 들이로 사는 소량 고구마라면, 햇고구마가 나오기 시작하는 요즘부터 겨우내 먹는 고구마는 박스째 쟁이고 먹는 차이가 있다. 내가 고구마를 박스로 산 적은 없다. 농사지은 것, 어디서 싸게 대량 구매한 것 등을 여기저기서 얻어먹는 것으로 우리 집 겨울 고구마는 충분하다. 에어프라이어가 있으니 군고구마를 만드는 것도 어렵지 않고, 웬만한 고구마는 군고구마가 되면 맛있어진다. 겨울 간식. 찐 고구마에 비해 군고구마는 칼로리도 높고, 다이어트에 좋지 않고, 혈당도 확 올리는 음식이라고는 하지만 여타 다른 간식보다 군고구마 정도면 영양적인 면에서 매우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고래밥+딸기우유의 조합보다 군고구마 + 요구르트의 조합이 훨씬 건강하다.


우리 집의 고구마 카레 정식


애들이 군고구마를 잘 먹기는 하지만, 한 박스는 솔직히 너무 많긴 하다. 지금 한 박스지만, 조만간 또 한 박스가 생길지도 모르는데 고구마는 관리를 잘 못하면 의외로 썩기도 잘 썩는 식품이라 얼른 소진하는 것만이 답이다. 일단은 맛있게 구워서 한 판 먹었다. 어디서 봤는데 에어프라이어에 110도로 30분, 160도로 30분, 뒤집어서 190도로 30분으로 구우면 껍질은 내용물과 완전히 분리되고, 내용물은 쫀득쫀득, 꿀 줄 줄의 천상의 맛이 탄생한다고 해서 그렇게 구워 보았다. 맛없는 고구마도 살려내는 황금 레시피라 하더니 역시나 맛있었다.


엉덩이 탐정의 고구마 카레


아이들이 엉덩이 탐정에 나오는 고구마 카레에 관심을 보여서 옳다구나 하고 해 주었다. 엉덩이 탐정은 매운 걸 못 먹는 탐정님인데 일반 카레를 먹고 매워서 기절할 뻔한 것을 카레 요리사 코끼리 뿌우람씨가 고구마 카레를 만들어 대접해 주는 내용이었다. 카레를 만들 때 고구마를 덩어리 없이 완전히 으깨어 넣어 끓여주니 색도 더 예뻐지고, 매운맛도 없어져 맛있게 잘 먹는다. 물론 볶은 양파와 생크림, 풀은 달걀이 매운맛 빼는 데에 일조하긴 했지만, 고구마 특유의 달콤한 맛이 더해진 카레를 아이들은 아주 맛있게 먹었다. 엉덩이 탐정이 먹는 음식이라면서 말이다. 고구마 카레를 해 준 건 처음이지만, 일전에 단호박 카레를 해 준 적은 몇 번 있었는데 그때는 먹으면서도 그냥 시큰둥하더니 엉덩이 탐정의 고구마 카레에는 이렇게 열광하다니. 내가 보기엔 거기서 거기구만. 이래서 스타들이 영양제 광고를 하고, 학습지 광고를 하나보다. 나도 그냥 덴마크 비타민 일 때는 관심 없다가 공유 비타민이라는 광고를 보고 사 먹었으니 할 말이 없다.



 그다음으로는 고구마 파이가 등판했다. 엉덩이 탐정이 가장 좋아하는 간식이 고구마 파이와 홍차라고 하는데, 아이들이 고구마 파이를 먹고 싶다 한다. 물컹할 만큼 부드러운 식감이 메인이 되는 음식을 별로 좋아할 것 같지 않았는데 일단 만들어 주기로 했다. 파이 반죽은 미리 해 놓은 것이 집에 있었고(이런게 왜 집에 항상 있을까) 생크림과 고구마를 섞어서 필링을 만들어 장장 한 시간을 구운 파이이다. 어찌 된 일인지 파이 모양이 좀 갈라졌다. 베이킹은 과학이라 이렇게 된 데이는 이유가 있을 텐데 초보 홈베이커는 이유를 분석해 낼 능력이 부족하다. 일단 식혀서 자른 후에 맛을 보니 맛은 괜찮은데 모양이 갈라진 것이 영 속상했다. 아이들의 입맛에는 고구마 파이가 낯선 모양이다. 먹는 표정이 오묘하다. 피자 만들 때에 들어간 고구마 무스는 잘 먹었는데, 왜 그러지? 다음에 다시 해 줘 봐야겠다. 아이들의 입맛이란 갈대와 같아 이때 다르고 저 때 다르니 말이다. 한 번 안 먹었다고 싫어한다고 단정 짓기는 조금 이르다. 돌 때쯤 되었을 때 처음 먹으며 오만상을 찌푸리던 플레인 요구르트도 이제는 favorite 이 되었고, 몇 번 씹다가 뱉어 버리던 소고기도 이제는 잘 먹는 것을 보면 그렇다. 아기 때는 잘 먹던 팥죽도 지금은 먹지 않고, 반찬 중에 간장 무 조림만 골라 먹던 아이가 이제는 무를 별로 먹지 않게 된 것처럼. 맨 밥만 먹는 날, 반찬만 먹는 날이 있는, 이처럼 낭창낭창한 갈대와 같은 입맛이 아이들 입맛. 고구마 파이, 내가 맛있게 먹었고 집에 들르신 친정엄마도 맛있게 드셨으니 다음엔 파이 윗부분이 갈라진 이유를 알아보고 재도전해봐야겠다.

힝, 속상한 갈라짐.
엉덩이 탐정의 고구마 파이.


오늘도 고구마를 한 판 굽는다.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매일 고구마만 몇 개씩 먹을 수가 없으니 이래저래 반찬으로 간식으로 활용하여 먹을 요량으로 아이디어를 짜 내는 중이다. 신랑은 고구마 맛 탕을 좋아하는데 이번에 들어온 고구마 한 박스에는 밤고구마 물고구마가 섞여 있어 맛탕을 만들기가 조심스럽다. 내가 섣불리 육안으로 골라낼 수가 없으니 말이다. 고구마 샐러드도 한 번 해 먹으면 좋겠다. 삶은 달걀과 함께 으깨서 양파나 오이를 조금 넣고 샐러드를 해서 빵에 올려 먹으면 맛있다.          


고구마 한 박스를 보니, 벌써 겨울이 오는구나 싶다. 올해 1월 1일에 떡국 끓여 먹은 게 엊그제 같은데, 설날에 온 가족이 코로나 걸려 격리 들어갔던 게 엊그제 같은데 그 올해가 또 지나려고 하는구나.


다들 고구마 어떻게 드시나요?


오늘의 군고구마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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