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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멋쟁이 한제 Nov 28. 2022

시즌의 시작.

모든 아이들이 행복하기를. 

 미뤄두었던 크리스마스트리 꾸미기를 하였다. 원래는 11월 중순이면 트리를 꾸며 겨우내 보았는데 올 해는 어쩐 일로 하순까지 밀렸다. 크리스마스트리를 꾸밀 재료 한 개씩을 준비물로 보내 달라는 유치원 공지를 받고 서야 아차 하고 생각나서 준비물도 보낼 겸 우리 집 2022년 트리를 꺼냈다. 후두둑 떨어지는 먼지와 빤짝이 가루들, 신랑은 크리스마스 꾸미기를 반기지 않는다. 애들 크면 트리를 안 꾸밀 생각을 하길래, 나 혼자 작은 트리라도 꾸며 크리스마스는 꼭 느낄 거라 말했다. 유치원에 가져갈 장식을 하나 고르고, 크리스마스 리스는 종이 접기로 접어서 꾸며서 가져가기로 하였다. 



 순수하던 아기 시절이 지나 이젠 크리스마스가 선물 받는 날인 줄로 알아버린 우리 아이들, 네 살 때는 어린이집에 오신 산타 할아버지를 보고 기절초풍을 할 듯 울고 불던 아이가 여섯 살 된 작년부턴 유치원에 온 산타 할아버지가 뭔가 수상했어. 신발도 실장님 신발이고 안경도 실장님 안경이더라고. (실장님 = 유치원 통학 버스 기사님)라고 하며 자기한테 선물 주는 누군가의 존재로 산타는 있지만 진짜 산타는 없음을 서서히 알아가는 중이다. 어쩌면 눈치 빠른 둘째가 먼저 알았을지도 모르겠다. 크리스마스는 선물 받는 날. 왜냐하면 아이이기 때문에.라고 말한다. 산타 할아버지는 아이들을 사랑하셔서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신다고, 모든 아이들은 사랑받는 존재라고. 



 아이들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끼며 트리를 꾸밀 때 나는 월드비전에 후원하는 아이에게 선물금 보내기 버튼을 눌렀다. 큰 아이와 동갑인 스와질란드, 최근에 에스와티니로 국명이 바뀐 아프리카의 한 아이를 후원하고 있다. 내가 보낸 크리스마스 선물금은 소액이지만, 여러 사람의 마음이 모여 그 마을의 아이들에게, 가정에 크고 작은 크리스마스 선물이 돌아갈 것이다. 우리 아이들은 선물로 장난감을 받지만, 그곳에는 깨끗한 매트리스, 학용품, 설탕과 같은 것들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가는 걸로 알고 있다. 어쩌면 우리가 더 편하고, 시원하고, 따뜻하고, 재밌게 사느라고, 그곳의 아이들은 더 어렵고 혹독한 환경에서 사는 걸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 




 아이들에게 조건 없이 선물 받는 날은 조건 없이 선물 주는 날로도 알려주고 싶어서 재작년부터는 집 근처 미혼모 시설에 어린이날과 크리스마스에 기부금을 전달하러 함께 간다. 우리 아이들은 그곳이 아기들이 많이 사는 아기들 집이라고 알고 있다. 너희들도 선물 많이 받는 날에는 저기 있는 아기들 건강하게 자라라고 너희가 선물 주는 거라고 일러서 손을 잡고 데려간다. 처음엔 왜 선물로 안 사주고 봉투를 주느냐고 펄쩍 뛰었는데 너희가 그 아기들 엄마가 아니라서 뭐가 필요한지 모르니까 기부금으로 드리는 거라고 말해주었는데 그 뜻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직은 모르겠다. 기부금을 전달하지만, 그쪽에서는 후원자의 이름으로 미사를 봉헌해 주시고 기도를 해 주신다고 하니 더 큰 선물을 받는 건 우리 아이들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크리스마스의 꿈과 환상을 한 해라도, 한 번이라도 더 느꼈으면 좋겠다. 자라며, 살며 크리스마스는 부담이 될 수도 있고, 더 쓸쓸한 날일 수도 있으며, 아무 의미 없는 하루가 될 수도 있겠지만, 크리스마스의 달콤하고 따스하고 포근하고 하얗고 반짝이는 그런 순간을 한 번이라도 더 살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축복이고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해마다 크리스마스 캐럴을 들을 때, 크리스마스트리를 볼 때, 조건 없이 받았던 기억으로 작게나마 조건 없이 베풀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올해의 시즌은 이제 시작되었다. 거실에 있는 화재 경보등에 빨갛게 불이 켜질 때, 산타할아버지가 시시티브이로 지금 우리 집 봤다고 뻥을 칠 수 있는 시즌이 올해가 마지막일까, 둘째 덕에 한 두 해 더 써먹을 수 있을까. 


너희는 이미 엄마에게 평생 줄 선물을 다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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