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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멋쟁이 한제 Dec 04. 2022

누워서 쓰는 일기.

윈터 블루의 시작?

어느덧 서른아홉이었던 나의 올해엔

약을 참 많이 먹었다.


장염과 코로나로 시작하여

염증 항생제로 올해를 마치고 있다.


거의 일 년 내내 병원 처방으로

염약, 항생제, 스테로이드제, 항히스타민제와 수면제등의 전문 의약품,

한방 소화제와 소화효소, 타이레놀, 각종 영양제에

영양 수액, 침과 뜸,

그리고도 모자라 요즘은 흑염소 진액도 먹는다.


약 먹는 것은 운명으로 받아들였다.

일단 안 아파야 하니 말이다.


다만, 나의 liver,  간에게 묻고 싶다.

전면 금주의 한해였는데 어땠니,

술이 낫니, 약이 낫니 하고 말이다.

피곤하게 해서 미안해.

술 끊어서 좀 쉬나 했더니

온갖 약에 영양제 해독하느라, 힘들었지.


나의 한 해는 이러하였다.

골골했고, 흰머리가 늘었다.


아무 생각 말고 잠을 청하라는 말을

되새기느라 잠을 못 자서

수면제를 먹고 뒤척이다 겨우 자는 날이 태반이었다.


불안과 우울떨어지는 자존감 안고

즐겁게 사는 법을 익히려 했지만,

반은 성공, 반은 실패였다.

즐거웠지만, 몸이 자주 아팠다.

신경과민이 만병의 근원이었는데

둔해지는 법은 어디에서도 배울 수가 없었다.


둔해지려 할수록, 예민해졌다.


아이들은 피었다.


둘째는 색연필로 휘갈기던 그림이

제법 형체를 찾아가고 있고

첫째는 못 하던 줄넘기를 하게 되었다.


아예 못 하던걸 하게 된 것 외에도

잘 못 하던걸 잘하게 되고,

잘하던걸 더 잘하게 되어,


내 손을 잡고 늘어지던 시간은 조금 줄었다.


아이들의 뒷모습을 본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본다.


너희는 피고 나는 지고,

바꾸었다.


잃은 것이 아니고 바꾼 거라

아깝지 않다.


너희의 한 해에

나의 한 해 각각 들어있으니

나의 한 해는 세 해였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남는 장사.

어쩌면 이렇게 정신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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