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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가나나 Feb 15. 2021

과장님 웃겨요?

아침에 출근한 직원이 묻는다. "과장님 웃겨요?" 작년 11월까지 9년을 일했던 회사에서 들었던 말이다. 말만 놓고 보면 '어라, 과장한테??"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나는 독서를 즐기는 편이다. 딱히 장르 가리지 않고 읽는 편인데 특히 좋아하는 건 소설이다. 아침에 일찍 출근해 빈 사무실에 앉아 조용히 책 읽는 걸 즐긴다. 그날도 책을 읽었다. 어떤 책인지 기억나진 않지만 소소한 웃음이 넘치는 책이었다. 아마 청소년 권장 도서가 아니었을까? 마침 출근하던 직원이 소리 내며 웃고 있는 내 모습을 보고 "과장님 웃겨요."라고 묻는다.


"응? 어." 하며 읽던 책을 덮었다.

"저 책 읽는 사람도 자주 못 보지만 책 읽으면서 웃는 사람 처음 봤어요."

"재밌으면 웃기도 하는 거지."

"전 책을 읽으면 왜 재미를 못 느낄까요?"라며 되묻는다.

그걸 누가 알까? 싶어 그냥 웃음만 지었다.


회사 생활 내내 꽤 깐깐하고 까다로운 사람. 따지기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그게 내 성격이었는지 회사 분위기에 맞춰 가며 그렇게 된 건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런 내가 책 읽기를 통해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혼자 앉아 킥킥대고 있었으니 그걸 보는 직원은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 생각해보면 그 상황에서 그만큼 적절한 질문도 없었을 것이다.


모두 소소한 행복 하나쯤은 있기 마련이다. 누군가는 순간을 노래하며 행복을 느끼기도 하고 누군가는 순간을 스케치하면서 행복을 느끼기도 한다. 코로나 19라는 단어가 없던 시절에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인문강좌를 들은 적이 있다. 출강 온 강사가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은 글을 쓰고자 하는 욕구도 강한 사람"이리고 했다. 그러더니 "책 좋아하세요. 그럼 글을 쓰세요."라고 말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행복을 느끼게 하는 체는 이동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는 것은 다른 사람이 쓴 글을 읽는 행위이니 어렵지 않다. 하지만 글을 쓴다는 것은 내 안에 있는 것을 남들에게 드러내 보여야 하고 그럴듯해야 하니 어렵다. 하지만 글을 읽던 사람이 글을 쓰게 되면 자신이 하는 행위 자체에서 오는 행복을 느끼게 된다. 쓴다는 행위 자체는 읽는 것보다 어렵지만 행복이 큰 쪽으로 행동도 함께 따라가기 마련이다.


백수가 직업이 돼버린 지금. 책 읽기를 좋아했던 내가 책을 읽는 시간보다 쓰는 시간이 늘었고. 음악을 좋아하던 동생은 통기타를 독학으로 배워 연주한다. 행복은 더 큰 행복을 따라 흐르고 모두가 소소한 행복이라 부르고 있는 모든 행복은 생각보다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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