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콘 5일차<디카시라 쓰고 공감이라 읽는다.>
모든 문학은 사람의 공감을 기반으로 한다. 목요일, 디카시 강의 두 번째 시간이다. 비가 시원하게 오지도 그렇다고 해가 쨍쨍한 날씨도 아니다. 걸어가자니 가랑비에 옷이 젖을 것 같고 차를 타고 가자니 일주일에 한 번 핑계 삼아 길게 걸을 수 있는 날인데 싶어 고민에 빠졌다. 남편은 내 고민을 아는지 모르는지 "오늘 비 오니 데려다줄게~"라며 천천히 챙기란다. 옷을 입고 거실 창에 붙어 비가 오나 안 오나 살피다 결국 걸어가기에 애매한 시간이 돼버렸다.
"오늘 날씨가 좋지 않아서 수강생들이 절 반 정도 올 것 같아."라고 말했는데 막상 도착해보니 2명 빼고 모두 출석이다. 멀리 서울, 인천에서도 궂은 날씨 마다하지 않고 참석한 것이다. 배움은 나이로 결정하는 게 아니라 열정으로 결정하는 거란 걸 다시금 깨닫는다.
저번 주에 디카시에 대해 겉 훑기를 하고 함께 수업을 듣는 선생님들과 인사를 나눴다면 이번 주부터는 본격적으로 디카시에 대해 배운다. 디카시란 무엇인가? 에 대한 세 시간짜리 강의를 듣는다. 디카시의 의미와 전문 작가들의 작품, 일반인이 자비출판을 한 시집과 에세이를 보며 사진에 어울리는 글쓰기에 대해 배웠다.
디카시는 사진을 찍고 그걸 보고 느껴지는 단상을 5행 안으로 쓰는 짧은 글로 SNS로 공감을 통해 전파되는 하나의 문학 장르다. 강사님이 디카시란 이런 거예요. 라며 흐드러지게 핀 벚꽃사진을 보여주고 노년의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미사여구가 없이도 50+세대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다. '시를 쓴다는 게 꼭 문인과 같은 통찰력을 필요로 하는 건 아니다. 사람과 사람의 소통, 공감이 있는 글이면 충분하다.'는 배움을 얻는다.
막연히 글을 잘 쓰고 싶어서 브런치를 시작한 게 5개월 전쯤 되는 것 같다. 일기콘 모임을 하는 분들 중 생각을 글로 잘 표현하는 분들도 많은 것 같고 가볍게 키보드를 두드리면 그럴듯한 글이 써진다는 분도 계신다. 하루에 두세 개의 글을 올리는 분들을 보면 혀를 내두른다. '난 절대 저렇게 못해'라는 대단함 때문이다. 난 글쓰기가 어렵다. 읽을만한 글은 고사하고 글감 찾기부터 난항이니 말이다. 하긴, 내가 철학가도 아니고 그렇다고 매일 활동적인 삶을 사는 사람도 아닌데 글 쓸거리가 넘쳐나면 그것도 이상하다. 운이 좋아 좋은 글감을 찾아서 글을 쓴다고 해도 다 써놓고 보면 '글이야 방귀야'란 말이 나온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이었다면 일기콘이나 디카시같은 글쓰기 모임을 찾아보지도 않았겠지.
보통 일기콘 쓰는데 삼십 분 남짓 걸리는데 <발행> 버튼을 누를까 말까 고민하는데도 삼십 분이 걸린다. '다른 걸 쓰자니 못하겠고 오늘은 너로 정해 졌으니 별수 없다.'는 마음으로 <발행> 버튼을 누른다. 그리고 매일 글쓰기를 함께하는 사람들의 글을 읽고 공감을 누르고 댓글을 남긴다. 그런 내게 남편이 옆에서 '어떻게 매일 읽고 공감을 눌러주냐며 그런게 부지런한 거니 내게 반쯤은 목표 달성한 거 아니냐.'고한다. 함께 글을 쓰기로 으샤 으샤 하며 100일까지 가기로 했으니 공감은 필수라고 했더니 '요즘 사람들은 안 그래.'라는 표정이다. 요즘 사람이 그렇고 안 그렇고 가 중요한게 아니라 공감과 좋아요는 필수다. 누구에게 인정받길 윈하는 글을 쓰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누군가 내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건 좋다. 그게 '글쓰기의 힘'이 될 수 있으니깐.
일기콘을 시작한지 5일 차 하루에 삼십 분씩 글을 쓴다. 매일 쓰기만 하면 되는 거니 내가 십 분을 쓰든 한 시간을 쓰든 상관없지만 너무 짧은 글도 긴 글도 싫어 삼십 분으로 정했다. 일기콘과 디카시를 같이 하면 글빨이 쭉쭉 늘려나? 그러고 보니 디카시도 일기콘도 여름이면 끝이 난다. 모든게 익어가기 시작하는 계절 여름, 내 글빨도 푸릇푸릇 익어가 가을쯤엔 보랏빛 열매를 맺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