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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가나나 May 23. 2021

일기콘 6일차 <미뤄두는 건 옳지 않다.>

중간고사를 끝내고 너무 느슨해졌나? 4월 말 중간고사가 끝나고도 기한이 5월 말까지인  일반과제 리포트가 4개쯤 있었는데 거기에 6월 첫째 주까지 마무리해야 하는 기말고사 리포트 4개가 추가되어 8개의 리포트를 마무리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고야 말았다.


그중 비평문 3개와 상담 분석이 난항이다. 비평문을 써야 하는 책을 읽는 게 솔직히 버겁다. 독서를 좋아해서 책을 일단 펼치면 앉은자리에서 다 읽어버리는 편인데 이번 책은 그러지 못하고 펼쳤다 닫았다 반복하며 50페이지를 겨우 넘겼다. 아무래도 문학과 관련된 '전문서적이다 보니 한 페이지를 넘기는 게 그리 순탄치 않아 그렇다.'라고 애써 생각하지만 이러다간 제출일이 가까워질 때까지 반도 못 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불안하다. 상담 분석도 마찬가지다. 제시된 사례와 자료를 보고 내담자의 상황을 분석하고 어떤 방법으로 상담을 이어가야 하는지에 대해 A4 6장을 써야 하는데 아무리 말을 길게 쓰려고 해도 A4 4장을 넘기기가 어려워 옆으로 치워 놓고 눈길도 주지 않은지가 3주가 지났다.


그러는 동안 사실, 리포트는 잊히진 오래다. 기말고사 범위와 시험일자를 확인하라는 문자가 몇 번쯤 오고 나서야 곧 기말고사 구나 싶어 달력을 보고 깜짝 놀란다. 29일에 동그라미 <리포트 마감일>이라고 쓰여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구나.'깨닫는다. 내일부터 3주 동안은 기말고사 준비와 리포트 쓰기에 매진해야 된다. 꼼짝없이 책상에 앉아 책과 씨름해야 할 판이다. 진작에 조금씩이라도 해뒀으면 싶은 후회가 밀려온다.


이런 후회를 한지도 벌써 30년이 넘었다고 생각하니 웃음이 나온다. 과거를 생각해보면 구구단도 우리 반에서 내가 가장 마지막으로 외웠는데 그것도 벼락치기였다. 집 앞 놀이터에 앉아 해가 떨어질 때까지 구구단을 외웠다. 공부뿐 아니라 운동도 마찬가지다. 줄넘기도 집 앞 버스정류장에서 하루 종일 줄을 돌리고서야 겨우 줄을 넘을 수 있었다. 중, 고등학교 때도 시험 전날 몰아서 밤새워 공부했다. 이쯤 생각하니 '벼락치기가 승률이 좋다.'는 개똥철학 같은 게 있었는가 싶다.


개 버릇 남 못준다고 늘 발등에 불 떨어지면 해결하는 버릇을 못 버렸나 보다. 서른이 넘어서도 닥치면 다급하게 해결하려고 하고 있으니 말이다. 10년을 같이 산 남편도 미뤄두기만 하는 나를 이해 못하고 늘 잔소리다. 겨울옷을 언제 넣을 거냐는 잔소리를 2개월째 하다 지쳤는지 결국 본인이 내 봄 옷을 꺼내고 겨울옷을 정리해준다. 리포트도 언제나 닥쳐서 하는 걸 알고 있으니 으레 이맘때쯤이면 밤을 새우겠구나 싶은지 밤 11시쯤 되면 '잘 거냐고'묻는다. 이제 곧 아침과 밤이 없는 생활을 3주 정도 하게 생겼다. 그렇게 밤 낮 없이 당장 닥친일을 처리하고 나며 한 달은 거의 비몽사몽 상태로 보내게 되고 정신을 차릴 때쯤 되면 발등에 불이 떨어지는 일이 한 가지쯤은 생긴다.


쉬면서도 만성피로 상태에서 벗어 날 수 없는 게 결국 미뤄두는 습관 때문이란 걸 잘 알고 있으면서도 '한약 한 채 해달라고' 남편에게 성화를 부린다. "자도 자도 피곤해~"라고 하면서 말이다. 미뤄두는 건 옳지 않다.

일에 순서를 정해서 차근차근해야 하는 걸 잘 알고 있다. 해야 하는 일 목록쯤은 우습게 만들어 달력에 적어놓고 붙여놓고 그것도 부족해 컴퓨터 메인화면에 띄워 놓는데도 '지금 안 해도 괜찮아'라며 마음 깊은 곳에서 샘솟는 무한 긍정 에너지 덕분에 다음으로 미루게 된다.


이제 기말고사는 3주 남았고 당장 내일부터 리포트 마감일이 하루, 하루 다가온다. 마음이 옥죄어 오는 기분이다. 일 년에 4번씩 이런 이상야릇한 옳지 않은 기분을 느끼면서 '다음 학기부터는 기필코, 기필코, 기필코 미루지 않고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라고 다짐한다. 그런데....... 당장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ㅜㅜㅜ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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