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개기월식이 있는 날이란다. '핏빛 보름달', '레드 문'이라며 내가 활동하는 쌍안경 모임에선 며칠 전부터 들썩인다. 오늘은 나도 마음이 동해 아침부터 "오늘 보름달이 뜬다는데, 뜬다는데"라며 남편에게 밤에 나가야 한다고 눈치를 준다. 밤 7시 40분쯤 얼른 나가야 한다고 재촉했더니 나가기 싫은 눈치다. 혼자 간다고 했더니 그건 더 싫은지 옷을 천천히 입는다. 쌍안경 두 개를 챙겨 들고 우리 동네에서 달이 가장 먼저 보이는 곳으로 향한다. 그런데 오늘은 달이 안보인다. 40분을 기다리다집으로 돌아와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구름이 많아 못 본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일찍이 개기월식을 볼 목적으로 "달이 가장 잘 보이는 장소"를 선점한 사람들이 올려준 동영상으로 아쉬운 마음을 달랜다.
신기하고 아름다운 건 준비된 사람한테만 보여주나? 잠을 자려고 누웠는데 괜히 레드문은 고사하고 보름달도 보지 못한 게 심술이 나서 눈을 감아도 자꾸만 눈이 떠진다. 잠든 남편을 홀로 두고 거실로 나오니 살짝 열린 커튼틈으로 빛이 들어온다. '보름달이 모습을 드러냈나 싶어' 커튼을 열었다. 달님을 보지 못한 아쉬움에 잠 못 드는 사람이 있는걸 어찌 알고 창문 앞까지 찾아와 빛으로 노크를 한다. 우리 집에서 제일 좋은 쌍안경을 꺼내 30분 동안 꼼짝 않고 달님만 바라본다. 소원이랄 것도 없는 소원을 빌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