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업, 친구가 '운영' 말고 '투자'만 하고 싶대요!
창업을 준비할 때는 자금이나 경험, 일손이 부족해서, 주변 지인에게 동업을 제안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필자의 경험상 이런 경우 대부분 동업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다. 친한 사이에 좋게 좋게 비즈니스를 시작하려는 마당에 이것저것 이해관계 따지기 민망하기 떄문이다. 그러나 사업은 생각보다 사소한 일로 부딪히고, 이러한 경험이 조금씩 쌓이면 동업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동업'이란 무엇일까? '동업'은 법적인 관점에서는 민법상 '조합'을 만드는 것과 같다. 우리 민법 제703조 제1항에 따르면, 이 조합은 2명 이상이 금전이나 그 밖의 재산 또는 노무 등을 출자해 공동으로 사업을 경영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러 동업자가 사정에 따라서 누구는 돈, 누구는 노무, 누구는 사업장을 위한 건물 제공 등을 하지만, 어쨌든 그들은 함께 회사를 운영하고 미래를 고민한다. 그러나 실무에서 문제가 자주 발생하는 <익명조합>은 이와 조금 결이 다르다.
예를 들면, A라는 사람이 '브런치 스토리'라는 카페를 만들고 싶다. 그런데 A의 친구인 B가 그 사업이 좋아 보인다며 함께 동업을 하자고 한다. 그렇지만 B는 '브런치 스토리'라는 카페를 운영하는 데 있어 필요한 돈만 내고, 그와 관련한 운영을 하는 것은 귀찮다. 그냥 '브런치 스토리'를 운영하며 수익이 나오면 투자한 만큼 돈이나 받고 싶은 것이다.
일정 금액을 출자하더라도 이후에 업무검사권 등에 근거하여 업무에 관여한 적이 없고, A가 아무런 제한 없이 '브런치 스토리' 사업과 관련한 재산을 처분할 수 있는 정도의 자유가 주어진 상태라면, 이를 우리는 '상법상 익명조합'이라고 부른다.
상법상 익명조합이 뭔가요?
'상법상 익명조합'이란, 일방이 상대방의 영업에 출자하고 상대방은 그 영업으로 발생한 이익을 분배할 것으로 약정한 조합이다(상법 제78조).
1) 이때 익명조합원 B가 출자한 금전 기타의 재산은 영업자인 A의 재산으로 본다. 그러므로 출자한 재산에 대해 B가 타당한 이유를 들어 반환해 달라는 청구를 하는 것과 별개로 A가 B가 준 재산을 마음대로 처분하거나 이용하더라도 B의 '소유권'을 해치는 것은 아니다.
2) 익명조합원 B는 영업자인 A의 행위에 관해서 제3자에 대한 권리나 의무 역시 없다. 다만, 익명조합원 B가 자기 성명을 영업자 A의 상호 중에 사용하게 한 특별한 경우에는 그 사용 이후의 채무에 대하여 영업자인 A와 연대하여 변제할 책임을 질 뿐이다. 결국, '브런치 스토리'의 영업자는 외부적으로 A 혼자이다.
자금을 투자하고 경영에 관여하지 않으면, 모두 상법상 익명조합인가요?
그렇지 않다.
결국 "투자금"의 성격이 중요하다. 실무에서는 엄청나게 많이 다투어지는 쟁점이다. 일정 금액을 투자하면서 원금 및 이자를 받기로 하는 대여금 형식인지, 애초 조합을 형성하면서 투입된 출자금 형식인지, 말만 투자금 일뿐 실제로는 사업의 손익과 전혀 연결되어 있지 않은 돈인지 등 당사자의 의사와 계약 체결 경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한다.
사안에 따라 다르지만, '동업'이라는 것은 결국 사업의 리스크를 함께 감당한다는 의미이므로, 사업의 성공/실패 여부나 수익성과 연결되어 있지 않다면 일종의 대여금 형태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상법상 익명조합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투자받은 돈의 원금 전부를 반환할 책임이 있는지부터 시작하여 횡령/사기 등이 인정되는지까지 다양한 쟁점에 있어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혹시 모를 분쟁을 대비하여 동업계약서에 동업 형태를 명확하게 해 둘 필요가 있고(또는 동업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해둘 필요가 있고), 만약 이미 동업계약서 없이 분쟁이 생긴 경우라 한다면, 형태가 어느 쪽인지 빨리 파악하여 분쟁의 조기 종결을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