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7.21)
2025년 7월 21일 아침 7시, 유칼립투스가 길게 늘어선 황톳길을 아이들이 가방을 메고 걸어옵니다. 아이들 등교로 우간다의 하루가 다시 시작되네요. 오늘은 선교 마지막 날로 테레사 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채플과 우리 팀의 공연이 진행됩니다. 우리가 준비한 네 번째 공연입니다.
교복을 단정히 입고, 긴 양말에 신발까지 갖춰 입은 테레사 학교아이들이 세상모르게 자란 부자아이들 같아 보입니다. 여태까지 보아온 아이들과는 차원이 달라 보이네요. 20-30명이 합창하는 모습을 보고, 다들 핸드폰 버튼을 눌러댑니다.
부채춤, 태권무, 칠교, 무언극, 인형극 모두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동작 하나하나에 감정이 실려집니다. 삶의 즐거움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땅, 먹는 것조차 마실 물조차 제대로 구할 수 없는 땅, 대륙 밖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는 빗장이 잠겨 세상과 담을 쌓고 있는 무지한 땅, 아이들 눈과 이와 혀 밖에는 모든 것이 다 검은, 모든 것이 다 암흑인 막막한 곳, 여기서 이들은 행복할 수 있을까? 이 웃음은 진정 행복에서 나온 것일까?
재미있는 에피소드 소개를 하나 소개합니다.
카트첸제요 교회헌당예배를 드리고, 포토포탈(Fort Portal)로 이동하는 도중 화장실을 가기 위해 주유소에 잠깐 정차했는데, 짐차에 카가디(Kagadi) 청년하나가 숨어 있었습니다. 본인 말로는 잠깐 차에서 잠들었다고 하는데, 아마 New Life를 꿈꾸며 우리 차를 슬쩍 타고, 도망쳐 나온 것 같습니다.
선교사님이 전해준 이야기는 그냥 차비정도의 돈을 주며 돌려보냈다고 하는데 씁쓸한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 청년에게 우리는 피난처이자 새로운 삶의 도피처로 보였나 봅니다. 언제고 폐쇄된 곳으로부터의 탈출유혹이 그들 마음속에 똬리 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흙투성이 운동화를 거의 30년 만에 빨아 봅니다. 햇살이 좋아 금방 마를 것 같아 용기를 내서 물탱크 수도꼭지를 틀었습니다. 세수하고 남은 물에 운동화를 담그고, 대충 흙과 풀 조각을 걷어냅니다. 세숫대야에 다시 새 물을 받고 비누를 풀어 수세미로 쓱싹쓱싹 더러운 것들을 씻어냅니다. 몸은 낯설지만 친근한 어떤 시절로 돌아갑니다. 운동화를 햇빛 바른 곳에 두고, 시원한 호흡을 내쉽니다. 따뜻한 햇살이 얼굴 가득 담겨 있습니다. 행복이 밀려옵니다.
짧은 순간 나는 그때가 행복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샤워기도 없고, 온수도 나오지 않았지만 연탄불을 갈며, 밤새 끓인 솥에서 뜨거운 물 한 바가지를 대야에 부어 세수를 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 헌 칫솔로 문지르며 운동화를 빨았습니다. 불편했지만 행복했습니다. 큰 욕심도 없었고, 남이 가진 것에 그다지 부러울 것도 없었습니다. 일주일간의 사역을 마치며 눈앞에 펼쳐진 우간다의 모습 속에서 살짝 그 불편했던 생활들이 생각났습니다. 운동화를 빨면서 불편하지만 행복했던, 가난하지만 따뜻했던 그 옛날이 떠올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