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by 밤안개

바람소리를 듣고 그가 생각났습니다

파도가 칠 때면 그 사람이 떠오릅니다

우리가 함께했던 지구라는 별에는 없을지 모르는

그를 여기까지 소환해서 나를 괴롭히는

바람과 파도와 숲과 나무와 새와 나비와

그 모든 것들은 나와는 다른 세계에 속했는데


나는 어디로 부터 와서 여기에 있었을까?

그는 어디로 부터 와서 여기에 있는걸까?


우리의 존재는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아니면 아득한 그때로 부터 머나먼 미래까지

한 개의 점에서 시작해서 한개의 점으로

나타났다가 다시 사라질 것을 알면서도

서로를 기억하지도 생각하지도 않으면서

바다와 파도와 숲과 나무와 새와 나비로 부터

불려져 세워 놓은 절벽의 끝, 그리움의 밑에

그만, 놓여나지 못하고 갇혀 버렸습니다.

(2026.1.18)



*詩를 한편 쓰는 것은 한 방울의 물을 모으는 것이다. 아주 천천히 단어나 문장은 詩 한편을 만들지만 전체는 다시 문장을, 문장은 다시 전체를 위해 깍여지고, 여러번 다듬어 진다. 詩는 그래서 늘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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