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부부의 이탈리아 여행(2일 차)

(2025.9.1-9.10)

by 밤안개

2025년 9월 3일 수요일

여전히 선잠을 자고, 새벽 3시에 눈이 떠집니다. 전날 관광했던 내용을 블로그에 올리고, 30분 정도 자는 둥, 마는 둥 하다가 샤워를 합니다. 예민한 여행자네요. '낯섦이 익숙함으로 바뀔 때'까지 아직 시간이 필요할 듯합니다.


오늘 가이드와 만나는 장소는 로마의 랜드마크(Landmark)인 콜로세움이 있는 콜로세오 역입니다. 7시, 87번 버스를 반대편 방향에서 기다리다가 1대를 놓치고 정 방향에서 20분 정도 기다려 승차합니다. 가지고 있는 트리블 카드가 '삑~'하고 에러 음을 내네요. 순간 당황해서 얼굴이 화끈해집니다. 일단 자리에 앉은 후 다른 카드로 찍는데 이번엔 아예 반응이 없습니다. 아내가 준 와이파이가 있는 다른 카드로 찍습니다. 뭔가 반가운 초록 불이 들러 오네요. 버스승차 할 때마다 애를 쓰는데 뭔가 완벽하지 않습니다. 1회용 승차권 구입은 자판기나 타바키(Tabacchi)가 안 보여서 힘들고, 카드는 어떨 때는 되고, 어떨 땐 안 됩니다. 아내의 VISA카드를 이젠 메인으로 써야 될 듯합니다.

87번 지역버스 노선을 맨 위에서 쭉 내려가 보면 네모 박스가 된 정거장이 나옵니다. 여기가 바로 우리가 서있는 곳이 됩니다. 그다음 정거장이 어딘지 구글맵과 비교해 보면 정방향인지 역방향일지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반대편 정거장에 있다가 아무래도 느낌이 이상해서 건너편으로 왔고, 버스 한 대를 그냥 보내고 나니까 표지판이 말하고 싶어 하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몸으로 깨달은 정보라 오래 기억될 듯싶습니다.


07시 40분

저기 가이드분이 연석에 앉아 외국어로 된 책을 읽고 있습니다. 뭔가 멋져 보이네요. 아침을 안 먹었다고 하니까 콜로세움 반대쪽 언덕에 상점이 많이 있으니 뭐 좀 먹고 오라고 합니다. 상점들은 모두 문을 닫았고, 언덕 위 카페 하나만 문이 열려 있습니다. "카푸치노 Two, 크루아상 Two" 주문하고, 한참 후 음식을 받습니다. 사람들 몰려드는 것을 다 커버하면서 머신에서 연실 에스프레소를 내리는 여자분이 멋져 보이네요. 기계보다 더 빨라 보입니다. 팔뚝에 문신과 근육이 유독 눈에 띕니다. 카푸치노는 완존 굿입니다.


08시 15분

오늘은 부부 한 팀과 함께 관광을 합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분들은 지중해 크루즈여행 중이라고 하시네요. 오늘 로마시내 관광을 하고 다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다고 합니다. '크루즈' 묘한 매력이 있어 보입니다. 나중에 좀 자세히 알아봐야겠습니다.


1. 콜로세움(Colosseo)

네로황제의 궁전 터가 있던 인공연못에 세워진 이 원형경기장은 잠실 올림픽경기장 크기의 면적(지름 156-188m, 둘레 527m, 높이 48.5m)의 4층으로 된 타원형 건물로 80여 개가 넘는 아치문을 통해 5만 명이 넘는 인원이 한꺼번에 몰려 입장해도 10분 만에 모두 자리를 잡을 수 있다고 합니다. 외부는 모두 대리석으로 되어 있고, 각 층의 기둥은 1층 도리아양식(밋밋한 일자모양), 2층 이오니아양식(양의 머리모양), 3층 코린트 양식(꽃 무늬모양)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글래디에이터로 잘 알려진 콜로세움은 수로에서 물을 끌어다가 모의해전이 실제 행해졌고, 오전에는 검투사와 맹수, 오후에는 검투사끼리의 혈투로 고대 로마시민들의 지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1/3만 남은 콜로세움, 대리석에 뚫린 구멍은 납이나 청동을 채굴한 흔적, 아치문 위에 XXXXII 라고 써있는 것은 門의 고유번호임. 황제가 들어가는 門에는 번호가 없음.


2. 포로 로마노(Foro Romano)

팔라티노언덕과 캄피돌리오언덕 사이에 있는 포로 로마노는 고대 로마제국의 정치, 종교, 경제의 중심지이자 시민의 대화의 장이며, 번화한 상가지역입니다. 가이드분이 특별히 강조해서 설명한 포인트는 *율리우스 시저의 신전(Tempio di Cesare)입니다. 이 신전은 시저의 시신이 화장되었던 곳으로 훗날 아우구스투스 황제로 등극한 시저의 조카 옥타비아누스가 시저를 위해 이 신전을 지었다고 합니다. 이 신전에는 2천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로마시민들이 그의 죽음을 추모하며 꽃을 헌사하고 있습니다.

*시오노 나나미의 14권짜리 장편소설 <로마인이야기>를 가이드분이 추천해 주셨습니다. 여행 후 그중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활약이 펼쳐지는 4,5권을 정신없이 읽고 이 날 관광했던 일들이 생생하게 떠올랐습니다.


3. 캄피돌리오 광장(Piazza det Campidoglio)

캄피돌리오광장의 별모양의 선과 밑에서 위를 바라본 광장의 모습

로마의 7개 언덕 중 가장 성스로운 캄피돌리오 광장은 미켈란젤로의 천재성이 두드러지게 보이는 곳입니다. '수도'라는 영어단어 'Capital'이 여기에서 유래되었다고 전해지며, 광장바닥에 보이는 별모양의 선은 모두 하나로 이어져 있고, 광장을 오르는 계단은 윗 쪽이 아래쪽 보다 2m 정도 더 넓게 설계되어 있어서 밑에서 위를 바라보면 안정적이고, 가까이에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설계되었습니다. 광장중앙에 청동 기마상은 콘스탄틴누스황제의 조각상이라고 오해하는 바람에 여태까지 그 형태를 유지될 수 있었는데,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이 조각상은 기독교를 박해했던 5 현제 중 한 명인 아우렐리우스황제의 조각상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4. 이탈리아 통일 기념관

오른쪽 벽돌색 건물은 최초의 르네상스건물로 알려진 건물로 나폴레옹의 집무실로 쓰이기도 함.

시내에 위치한 이 기념관은 흰색 대리석으로 된 현대적 감각의 건물입니다. 건물 앞 기마상의 주인공은 1870년 이탈리아를 통일하고, 왕국을 세운 빅토리아 에마누엘레 2세입니다. 이 건물에 대한 로마시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합니다. 왜냐하면, 건물이 포로 로마노의 유적의 일부를 밟고 있기 때문입니다. 건물 옆에는 지금도 지하철공사를 하고 있는데 원래 지하철이 지나고자 한 곳을 파보니까 유적들이 나와서 공사가 중단되었고, 현재는 우회해서 공사가 진행 중이라고 가이드분이 설명해 줍니다. 이탈리아 지하철노선이 A, B, C 이렇게 심플한 이유가 설명되는 장소입니다.


5. 판테온(Pantheon)

"모든 신들을 위한 신전" 앞에서 경이로움을 표할 수밖에 없습니다. 6m 두께의 벽에 철근이 하나도 들어가 있지 않은 이 건물이 고대로부터 현재까지 원형 그대로의 형태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콘크리트 안에 머리카락, 말총 같은 지푸라기가 들어가 있어서 그렇다고 합니다. 천장에 뚫린 구멍으로 빛이 들어오는 순간 건물 안쪽 위에 있는 모든 신들은 바닥에 있는 인간을 바라보게 설계되어 있던 것이 후에 인간이 신을 바라보도록 정면 제단을 강조되게 구조가 변경되었고, 훗날 황제가 판테온의 門을 들어서는 순간 빛이 그를 비추게 함으로써 황제의 권위를 드높일 수 있도록 효과를 주기도 했습니다. 미켈란젤로가 "천사의 설계"라고 극찬하기도 하고, 브루넬레스키가 피렌체 두오모를 설계하는데 영감을 주기도 한 신비롭고 경이롭기만 한 판테온입니다.


6. 트레비 분수(Fontana di Trevi)

로마 여행객이 가장 사랑하는 장소가 여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어 사진을 찍고, 동전을 던집니다.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헵번이 머리를 자르던 미용실이 있고, 1732년 니콜라 실비가 공모전에 당선된 후 30년이 지난 1762년 완공될 때 그를 비난했던 이발소를 가로막게 했던 항아리상도 보입니다. 바로크시대 대표적인 특징인 어긋남을 표현한 가짜 유리창도 눈에 띕니다. 첫 번째 동전은 다시 돌아온다는 뜻이고, 두 번째는 사랑이 이루어지고, 세 번째는 헤어진다는 속설은 실제는 두 연인이 유리잔에 이 연못의 물을 담아 함께 나눠 마시고 그 잔을 던져 깨뜨리게 했다는 데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우리 부부는 내년에 이탈리아 북부를 여행할 것을 기약하고 단 한 번의 동전을 오른손으로 왼쪽어깨 방향으로 던졌습니다. 꼭 소원이 이루어지길 기도합니다.


전날 제대로 못 자서 그런지 녹초가 되었습니다. 투어는 오전에 마무리되었는데 완전 방전이 되었습니다. 점심식사 후 교황님이 즐겨 드셨다는 젤라토 집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숙소에 들어와 쓰러졌습니다. 7시쯤 좀비처럼 일어나 마트에서 간식을 사서 저녁을 먹고 이 글을 쓰기 시작해서 현재 끝낸 시각이 22시 30분입니다. 오늘 밤에는 숙면을 취할 수 있기를 소망하고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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