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부부의 이탈리아 여행(6일 차)

(2025.9.1-9.10)

by 밤안개

2025년 9월 7일 일요일

피렌체를 말할 때 빠뜨릴 수 없는 것이 두오모(Duomo)입니다.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를 보며, 꼭 이탈리아에 오고 싶었습니다. '두오모(Duomo)' 때문입니다. 영화 속에서 두 남녀 주인공 ‘준세이’와 ‘아오이’가 재회한 곳이 바로 아래 사진에서 보이는 지붕아래 난간입니다.

저는 두오모 옆 조토의 종탑에 올라가서 그 남녀를 생각하며 연실 핸드폰 버튼을 눌렀습니다. "서른 번째 생일에 두오모 쿠폴라에서 만나자. 약속" 준세이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사랑은 논리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그로부터 10년 후 연락이 끊긴 두 사람은 두오모 지붕 아래서 다시 만납니다. 우연일까요? 치밀한 의도였을까요? 사랑이라고 말하는 그 감정은 비어있는 공간이 있었던가요? 냉정이나 열정인 감정의 중간지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메디치 가문이 후원했던 르네상스시대 천재적인 예술 작품들이 한 곳에 집약되어 있는 우피치 미술관, 푸치니의 아리아 '오 나의 사랑하는 아버지'가 멀리 공기 중에서 들리 듯하는 아르노강, 단테가 베아트리체를 먼발치에서 보고 여전히 가슴을 떨게 했던 베키오 다리, 피렌체는 이런 미술, 음악, 문학의 에너지를 품고 있습니다. 이 예술혼은 언제고 볼카이노처럼 다시 활활 타오를 것이라 믿습니다. 이 에너지가 현대인의 지치고, 상한 가슴을 맑게 정화시켜 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아르노 강에서 바라본 베키오 다리


아침식사 후 첫 관광지는 바르젤로 미술관입니다.(이 미술관은 오전에만 개방) 오늘은 첫 번째 일요일이라 미술관이 무료입니다. 기분 좋게 작품들을 감상합니다. 여기 관람 Point는 <다비드상>입니다. 우리는 다비드 조각상을 미켈란젤로의 작품으로만 인식하고 있는데, 미켈란젤로 말고도 수많은 예술가들이 성경에 나오는 인물 다윗을 소재로 예술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차이점을 비교해 보면 재밌을 것 같습니다.

도나텔로의 청동 다비드상
베로키오의 청동 다비드상 / 도나텔로의 대리석 다비드상

제 생각은 도나텔로와 베로키오의 청동 다비드상은 거의 흡사해 보이고, 도나텔로의 청동 다비드상과 대리석상은 같은 예술가의 작품인데도 전혀 달라 보이네요.


분위기 좋은 식당 Trattoria Zaza(중간사진) / 메디치 가문의 가족영묘

지인분의 소개로 중앙시장 인근 분위기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습니다. 완전 피렌체 감성입니다. 부드러운 음악이 들리고, 은은한 조명에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오랜만에 분위기를 내며 식사를 합니다. 57€ 비교적 합리적인 비용입니다.

식당 옆에 성당이 보여 들어갔습니다. 여기도 입장료가 무료네요. 안내하는 분께 바실리카 이름이 뭐냐고 물었더니, 여긴 교회가 아니라고 합니다. '그럼 뭐지요?' 뒤에 줄 서던 외국인이 '메디치..' 합니다. 들고 있던 가이드북을 펼쳤습니다. '아! 여기가 메디치 가문의 가족영묘이자 예배당이네요'


산타 크로체 성당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을 가려고 했는데, 산타 크로체 성당을 왔습니다. 구글 맵에 몇 분 정도 도착시간이 더 남았는데 성당이 비슷해서 목적지에 도착했는지 알았습니다. 크로체 성당은 도나텔로의 <수태고지>치마부에의 <십자가에 걸린 예수>가 유명하다고 했는데 다 비슷해서 어떤 것이 그 작품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가이드 없이 관광하는 여행의 한계입니다. 뒤뜰이 참 아름답네요. 성당 옆에 단테 조각상이 있는 것도 좀 특별합니다.


아내가 넉 다운 됐습니다. 아무래도 조토의 종탑 계단 오르는 것이 너무 힘들었을 겁니다. 저도 다리가 후들거리네요. 일단 숙소로 들어왔습니다. 지친 아내는 잠들어 있고, 글 쓰고 있는 현재 시간은 17시 49분입니다. 한국시간은 0시 49분이겠네요.

조토의 종탑에서 내려다본 시내모습
중식당 Le sorgenti 새우볶음밥과 오징어

잠들어 있는 아내를 깨워 중국집에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역시 지인 추천으로 갔는데 대만족입니다. 맛있고, 가격도 저렴합니다. 사장님이 안 계셔서 현금으로만 계산해야 된답니다.


미켈란젤로 언덕에서 본 전경

피렌체 오면 꼭 가봐야 한다는 미켈란젤로 언덕에 거의 해질 무렵 왔습니다. 식당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이 언덕은 수많은 인파로 가득 차 있습니다. 특히 한국인들 목소리가 자주 들려서 여기가 한국인지, 이탈리아인지 헷갈릴 정도입니다. 국적을 불문하고 이 아름다운 뷰 앞에서 누구든 넋이 나갈 것 같습니다. 연인들은 키스를 나누고, 그 위로 붉은 노을이 비칩니다. 아름다운 사람과 도시가 한 폭의 그림입니다. 피렌체 최고의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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