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너머 돌담 위로 봄비가 내리고 잎이 흔들립니다.
여름부터 겨울까지 기다려온 제주 서쪽하늘이
그리움을 한껏 쏟아 놓았습니다.
금능(金陵)으로 이어진 모래언덕이 비에 젖고
원담(圓潭)이 살짝 검은 뼈를 드러내 놓았습니다
한 여름 파도로 해안 담벼락을 깎아치던 파도는
살갗을 드러낸 채 수줍은 아가씨처럼 부끄러워합니다.
청귤색 바다엔 오늘 그리움이 내려 앉았습니다.
금빛 언덕해변을 돌아 하늘은 월령(月令)으로 봄을 알립니다.
석양이 붉게 불든 선인장 밭에는
어린 백년초가 자색 눈망울을 드러내고
오랜 이별 끝에 그 이를 만나 해후의 눈물을 흘립니다
오늘 태양은 어촌계 둑방을 붉게 물드릴 것이고
바다 위로 흰색 무명천을 두른 새 한 마리가
오래 허공에서 머물다 울며 비양도(飛揚島)를 향해 날아갑니다
비가 그치고 날이 어두워지면 섬(島)은 또 밤새 울는지요.
(2026. 2.24 협재리)
*제주 서쪽 협재, 금능, 월령에 봄비가 내립니다. 봄을 오래 기다렸지만 여전히 누군가 그립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