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네코 후미코_金子文子

밤안개의 서재_9

by 밤안개

2026년 올해는 독립운동가 박열(1902~1974) 의사의 일본인 부인 가네코 후미코(金子文子, 1903~1926) 사망 100주기를 맞아 그분들의 생애와 사상이 다시 조명받고 있습니다. 작년(2025년) 1월 그녀의 가집(歌集)과 영화 '박열'을 보고 제가 블로그에 쓴 글을 여기에 다시 올립니다.

박열과 그의 일본인 아내 가네코 후미코 사진

당신은 왼쪽인가? 오른쪽인가?

2025년 대한민국은 정체성의 큰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77세의 오빠가수 나훈아는 작년 은퇴무대에서 다음과 같은 정치적 발언을 솟아냈습니다.

역사공부를 하면서 일제강점기 많은 민족지도자 사이에서 낯선 일본여성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보고, 궁금증이 오래 머물러 있었습니다. 1903년 태어나 1926년 감옥에서 23살 꽃다운 나이에 죽은 일본 여성이 자꾸 마음에 맴도네요. 100페이지도 안 되는 그녀의 가집을 사서 오래 두고 읽었습니다. 아나키스트 '가네코 후미코' 그녀를 마음에 새겨 놓습니다.


총군애국 사상은 실은 그들이 사리私利를 취하기 위한 방편으로서 아름다운 형용사로 포장한 것으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타인의 생명을 희생시키는 하나의 잔인한 욕망에 지나지 않는 것입니다. 따라서 그것을 무비판적으로 승인하는 것은 곧바로 소수 특권계급의 노예인 것을 승인하는 것이라는 것을 경고하고, 종래 인본인에게 존재했던 신조로서의 유교에 기초를 두고 있는 타애적인 도덕, 실제로 민중의 마음을 풍미하고 자칫하면 그 행동조차도 통제하려는 권력에 대한 예속 도덕 등의 관념이 실은 완전한 가정 위에 드러난 하나의 착각이며 공허한 환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인간들에게 알리고, 그에 따라 인간은 완전히 자기를 위해 행동해야 하는 것으로 우주의 창조자는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과 따라서 모든 '사물'은 자신을 위해서 존재하고 모든 사건은 자신을 위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민중에게 자각시키기 위해 저는 도련님을 노렸던 것입니다. (제12회 신문조서 '이치가야 형무소 1924. 5. 14'에서)


삼권분립의 민주주의가 총체적으로 흔들리고 있습니다. 행정의 최고 통수권자는 국민을 상대로 軍을 동원해 국회를 침입하는 어리석은 명령을 내렸습니다. 입법을 쥐고 있는 야당은 정부안의 법안들을 보이콧하는 입법독재를 서슴지 않음으로써 나라의 행정을 마비시키고 있습니다. 사법기관 마저 흔들리는 21세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총체적인 어려움에 봉착하고 있습니다. 이런 혼동은 원거리에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가족 내에서나 회사에서도 미묘한 편 가르기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퇴임한 예전 목사님은 전화로 '중국이 선거에 개입하고 있다'라고 경고하고, 혹자는 나라의 평안과 안정을 이야기하면서 아직도 여당을 두둔하느냐고 으빡지릅니다. 이럴 때 떠오르는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박열과 그의 부인 가네코 후미코'입니다.


100년 전 지배국 국민이지만 피지배국 청년들과 함께 천황제를 비판하고, 인간의 자유를 노래한 가네코 후미코는 엄마의 이혼으로 無호적 상태에 있다가 9살에 조선에 있는 고모집에서 살면서 거의 하녀취급을 받았으며, 이때 겨우 외할아버지 호적에 올려졌습니다. 엄마와는 자매관계가 된 셈입니다. 그녀는 1919년 3.1운동을 보고 억압민족의 삶을 깊이 인식하게 되었고, 이후 도쿄로 돌아온 후 신문팔이, 가루비누 행상, 식모살이, 식당 종업원을 하면서도 학업의 끈을 놓지 않았습니다. 이때 그녀는 사회주의에 대해 눈이 떠지게 되었고, 특히 조선의 무정부주의자들과 만나면서 인생에 전환점을 맞이하게 됩니다. 이준익 감독의 영화《박열》은 이때 상황을 잘 묘사해 주고 있습니다.


나를 비웃는 노래

펜을 잡으면 새삼스레 가슴에 밀려드는 / 내가 걸어왔던 /수많은 서러움들 /가만히 문지르며 홀로 슬퍼하네 보람 없이 / 굳은살 박인 손가락의 / 가벼운 저림에 /한참을 내 손가락 들여다 보네 / 철창 밖에 / 겨울비 내리는데 /취사장의 밥 짓는 소리 겨울 하늘에 울린다 / 천식 환자의 / 목구멍처럼 /하늘 쳐다보며 '달님 몇 살'이란 노래 / 부르던 어릴 적 추억 / 그리워라 /저 달이나 이 달 모두 같은데 / 같지 않은 것은 / 나의 운명뿐이네 /달은 빛나고 비추어 주지만 인간은 / 끝없는 어두운 밤길을 / 헤매고 있네 /오스기의 자서전을 읽고 생각나는 / 어린 시절의 / 성적인 농담 /빠른 말과 겪한 감정의 내 성격은 /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 서글픈 유산 / 조선의 고모 밑에서의 추억에 / 문득 솟구치는 / 명성을 향한 동경 /여봐란듯이 으스대고 싶어 유명한 / 여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 적도 있었지 /우에노야마, 삼마이 다리에 기대어 / 석간신문을 판 적도 / 있었는데 / 바구니 들고 밤길 서성이던 / 젊은 여자는 지금 / 감옥에 있네 /졸면서 졸면서 계속 종을 흔들던 / 5년 전 내 마음 / 애처롭다.


영화 '박열'속 가네코 후미코 모습

벌지 못하면 밥을 못 먹고 벌면 / 무거운 짐만 늘어 가는 / 지금의 세상 /부르주아의 정원에 진달래 피어 있네 / 프롤레타리아의 핏빛처럼 /머리 숙여 가랑이 밑으로 사람을 보았네 / 세상의 모습을 / 거꾸로 보고 싶어서 /여간수가 불 피워 굽는 정어리 냄새 / 코를 찌르는 / 감옥의 늦은 오후 /재판소에서 돌아오는 겨울밤 감옥 뜰에 내려서면 / 중천에 걸린 / 초승달 차가워라 /겨울밤 불빛 어두운 감옥에서 / 로미오와 줄리엣의 / 연애 소설을 읽고 있네 /적막만이 감도는 감옥의 겨울밤 / 늙은 여간수의 / 구둣발 소리 차가워라 /


당신은 왼쪽인가? 오른쪽인가?

백 년 전 가난과 설움으로 제대로 살아보지도 못하고 죽은 이십 대 여인에게서 이 답을 찾습니다. 나는 왼쪽도 오른쪽도 아닙니다. 오늘부터 나는 이 구분조차 떠올리지 않고자 합니다. 나는 자유주의자입니다. 나는 아나키스트입니다.


보유

자본주의란 달콤하게 피 빠는 박쥐에게 / 목 물려 있는 노동자인가 / 노역 없는 날 여죄수가 묶어 올린 / 쪽머리 모양 /오늘은 흐트러지지 않네 깊어가는 가을밤의 감옥은 쓸쓸하여라 밤마다 / 방울벌레 소리 / 희미하게들리네 내게도 애정은 있단다 네 가슴의 / 슬픈 비밀을 / 내게 말해다오 클로버 잎 편지에 넣어 친구에게 보낸다 / 장난 반 / 진지함 반으로 인간은 누구나 소중합니다. 좌우의 구분도 빈부의 차이도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짓밟고 옳고 그름을 논할 수 없습니다.


오늘부터 가네코 후미코처럼 살기를 다짐합니다. 누군가에게 네잎 클로버를 담아 편지를 쓰는 가난한 詩人이 되고자 합니다. 장난인 듯 진지한 것처럼...



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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