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잘 드는 반지하

폭우

by 몰드브 회사원

지난 주 쏟아진 비 때문에 여기저기서 시끄러웠다. 빗물이 하수구 위를 넘쳐 흐르고 자동차들이 침수됐다. 상가들은 물에 잠겼고 계곡이나 하천은 범람해 그곳이 원래부터 하천이었던양 넘실거렸다. 나는 그날의 유례없는 비 피해를 방에 누워 실시간으로 검색했다. ‘내일 약속이나 업무 일정은 취소해야하는 걸까’ 걱정하면서. 나는 정말로 아무 피해도 없었던 상태로 잠에 들었고 다음 날 일상은 약속이 취소되었던 것을 빼면 그대로였다.



하지만 다음 날부터 며칠간 나는 휴대폰 너머로 사람들의 사고 소식을 연달아 접했다. 날이 밝자 반지하에서 탈출하지 못한 3명의 가족이 사망했고 그 날 그 가족을 구출하기 위해서 동네 사람들이 힘을 모아 방범창을 떼보려고 했다는 이야기가 보도됐다. 동네 사람들이 저마다 인터뷰를 하고 그 가족의 신상에 대해서도 일부가 공개되었다. 가족 중 한 명은 장애인이었다는 말도 그림자처럼 덧붙여졌다.



사람들은 올 여름 이 폭우로부터 영화 ‘기생충’을 떠올렸다. 비가 쏟아지는 날 평창동 일터에서 반지하 본가가 위치한 곳까지 끊임없이 아래로 아래로 내려오던 영화 속 가족들을 떠올렸고, 빗물에 잠긴 화장실에서 똥물이 역류하는 변기 위에 앉아 어떻게든 변기물만은 흘러들지 않게 버티던 모습을 떠올렸다. 그래도 변기 아래에선 똥물이 푹푹거리며 뚜껑 사이를 비집고 튀어나왔다.



막을래도 푹푹 새어나오는 똥물처럼 어떤 사람에게는 가난이 짙어지기만 하는 것 같아 나는 마음이 슬프고 어두워졌다. 반지하 가구의 피해가 여러 개 보도되면서 반지하 주거를 허용해야하는지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지만 선택권 없이 반지하에 살 수 밖에 없는 사람들 생각에 역시 비슷한 마음이 들었다.



가난은 연쇄적이다. 가난하면 공부할 시간에 아르바이트를 하고 쉬어야 할 시간에 일을 하고도 돈을 모으기 어렵다. 돈을 벌자마자 동시에 써야하는 가난한 사람은 살아갈수록 그 사이클에서 벗어나기가 힘겨워진다. 온몸으로 막으려고 노력해도 어디서 자꾸 가난이 비집고 새어나와 사이클 속으로 밀어넣고 목을 조른다.



나는 3년 전 집을 구하던 때가 생각났다. 서울에서 풍족하게 지내기엔 협소한 금액을 가지고 발품을 팔아 부동산을 전전했다. 그 돈으로는 여기 근방에서 집을 구하기 어렵다는 얘기를 여러 부동산에서 들었다. 젊은 공인중개사가 반지하를 권하기도 했다. 해가 잘 들어오지 않는 것 빼고는 내가 보던 지상층의 집들에 비해 다른 컨디션이 괜찮았다. 계약을 할까 고민했지만 여자 혼자 살기에는 보안이 너무 취약하다는 이야기때문에 돈을 더 주더라도 지상층에서 살기로 마음을 굳혔다.



나는 결국 빚을 내고 한층 더 가난해졌다. 반지하를 권하면서 그 젊은 공인중개사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여기 반지하는 진정한 반지하가 아니에요. 다른 반지하보다 해가 잘 들어서 괜찮습니다.’. 이제는 그 이야기가 반지하를 권할 때 의례히 하는 습관적인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해가 잘 드는 반지하는 절대 없다는 사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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