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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데터: 죽음의 땅' 리뷰

시리즈의 공식을 뒤집은 괴수의 성장통

by 나이트 시네마
본문은 구어체로 작성된 리뷰 방송 대본을 AI를 활용하여 다듬은 글입니다.

https://youtu.be/DjU6f-a-SNo


프레데터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인가요? 아마도 1편에서 특수부대원들을 무력으로 압도하던 무자비한 학살자, 혹은 최상위 포식자로서의 사냥꾼일 것입니다. 그 강렬한 이미지는 수십 년간 이 시리즈를 지탱해 온 핵심이었습니다.


그런데 만약 그 프레데터가 무리에서 불량품 취급을 받는 최약체라면 어떨까요? 사냥하는 입장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는 존재로 그려진다면 말이죠. 오늘 리뷰할 영화는 우리가 알던 프레데터의 성공 공식을 완전히 뒤집어버린 작품, 댄 트랙턴버그 감독의 신작 프레데터 죽음의 땅입니다.

시리즈를 심폐 소생한 댄 트랙턴버그

댄 트랙턴버그 감독은 이미 전작 프레이를 통해 매너리즘에 빠져있던 프레데터 시리즈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은 바 있습니다. 과거 에이리언 vs 프레데터나 2018년 개봉작 더 프레데터 이후 이제는 한물갔다고 여겨지던 이 프랜차이즈를 극적으로 살려낸 장본인이죠.


이번 프레데터 죽음의 땅은 시리즈의 7번째 영화이자, 놀랍게도 시리즈 최초로 인간이 아닌 프레데터를 단독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입니다. 기존 영화들이 인간이 괴수로부터 살아남는 생존기를 다뤘다면, 이 영화는 반대로 괴수가 인간다움과 관계의 가치를 배워가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파격적입니다.

최약체 프레데터

영화의 줄거리는 주인공 덱의 비극적인 사연으로 시작됩니다. 덱은 전투 종족인 야우차의 일원이지만, 무리 내에서 약하고 쓸모없는 불량품 취급을 받습니다. 오로지 강함만을 숭상하는 그의 아버지는 덱이 종족의 명예를 더럽힌다며, 덱의 형에게 동생을 죽이라는 명령을 내립니다.


하지만 형제애는 아버지의 명령보다 강했습니다. 덱을 감싸던 형은 아버지의 손에 대신 죽임을 당하게 되고, 덱은 형의 숭고한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길을 떠납니다.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하기 위해 그가 향한 곳은 혹독한 환경의 행성 겐나였습니다. 덱의 목표는 그곳의 최상위 포식자이자 누구도 사냥하지 못한 괴물, 칼리스크를 사냥하여 프레데터로서 인정받는 것입니다.

제목 Badlands와 덱이 공유하는 주제 의식

영화의 원제인 Predator: Badlands와 주인공의 이름 덱(Deck)에는 영화의 주제가 숨겨져 있습니다. Badlands는 사전적으로 가혹한 환경 때문에 생존이 극도로 어려운 땅을 의미합니다. 표면적으로는 주인공이 모험을 펼치는 행성 겐나의 척박한 환경을 묘사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영화를 깊이 들여다보면 이 제목은 덱이 처한 사회적 상황 그 자체를 의미합니다. 주인공이 속한 야우차 문화는 신체적 강함만을 절대적으로 우선시하고, 분노 외의 감정은 배제하는 경직되고 폭력적인 남성 중심 사회입니다. 약한 자는 살 가치가 없다고 선언되고, 형제가 형제를 죽여야 하는 야만적이고 배타적인 가치관이 지배하는 그 사회야말로 진정한 죽음의 땅(Badlands)인 셈입니다.


주인공의 이름 덱 역시 야우차 언어로 약한 자, 결함이 있는 자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름 자체가 태어날 때부터 부여받은 낙인인 것입니다. 하지만 덱은 영화 내내 이 이름이 규정한 운명에서 벗어나려 노력합니다. 약하다고 해서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며,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도 강해질 수 있음을 증명해 보입니다. 결국 제목과 이름은 환경과 타인의 시선이 아무리 척박하더라도, 그 안에서 자신만의 길을 선택하는 용기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전복된 남성성

이 영화가 평단과 관객에게 호평받는 이유 중 하나는 기존 시리즈의 남성성 관념을 완전히 전복시켰다는 점입니다. 1987년 원작 프레데터에서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연기한 더치는 홀로 트랩을 만들고 진흙을 바르며 외계 괴수와 맞서는 고독한 마초의 전형이었습니다.


그러나 죽음의 땅은 홀로 싸우는 고독함이나 압도적인 무력은 오히려 덱의 아버지로 대변되는 구시대적이고 폭력적인 잔재라고 말합니다. 댄 트랙턴버그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덱의 여정은 기존의 남성성에서 벗어나 진정한 강함이 무엇인지 깨닫는 과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영화 속 야우차의 신조는 아무에게도 사냥당하지 않고, 누구와도 친구가 되지 않으며, 모두를 사냥한다입니다. 덱은 이 가치관과 맞지 않는 존재입니다. 그는 혼자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지만, 영화는 그것을 약점이 아닌 새로운 가능성으로 봅니다. 덱은 입문 의식을 통해 자기 발견을 경험하고, 새로운 가족과 친구들을 만나 함께 싸울 때 더 강해진다는 것을 배웁니다. 혼자 모든 짐을 짊어져야 한다는 현대 사회의 강박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영화는 연대와 이해가 새로운 형태의 강함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에이리언 세계관의 통합

덱의 여정에는 예상치 못한 동료가 함께합니다. 바로 엘 패닝이 연기한 휴머노이드 티아입니다. 엘 패닝은 티아뿐만 아니라 그녀의 자매 기체이자 빌런 격인 테사까지 1인 2역을 완벽하게 소화해 냈습니다. 이 안드로이드 캐릭터들의 등장은 합성 인간의 고뇌와 정체성이라는 에이리언 시리즈의 핵심 주제를 자연스럽게 이 영화로 가져옵니다.


티아와 테사는 같은 모델로 만들어졌지만 전혀 다른 길을 걷습니다. 테사는 창조주인 웨이랜드 유타니의 명령에 충실한 도구로 남는 반면, 티아는 명령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자유의지를 선택합니다. 이는 야우차 사회의 명령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길을 가는 덱의 모습과 정확히 겹쳐집니다. 태생적으로 도구로 규정된 프레데터와 안드로이드가 서로를 통해 진정한 자유를 찾는다는 설정은 매우 영리한 서사적 장치입니다.

진짜 빌런

영화의 중반부를 넘어서면 흥미로운 반전이 일어납니다. 덱의 사냥 목표였던 괴물 칼리스크가 후반부에는 동료가 되는 구조를 취합니다. 이는 영화가 단순한 괴수 사냥 서사에서 연대의 서사로 전환됨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진짜 적은 누구일까요? 바로 에이리언 시리즈의 팬들에게 익숙한 기업, 웨이랜드 유타니입니다. 자본주의의 탐욕을 상징하는 이 기업은 칼리스크를 무기화하기 위해 겐나 행성에 기지를 세웠고, 이윤을 위해서라면 행성 하나쯤 파괴하는 것도 서슴지 않습니다. 프레데터 시리즈의 야생성과 에이리언 시리즈의 기업 음모론을 결합하여 두 세계관의 정체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확장시킨 것입니다.

액션 스타일에 대한 호불호

프레데터 죽음의 땅은 15세 관람가로 등급이 조정되었습니다. 때문에 사지가 절단되고 피가 낭자하던 기존 시리즈의 하드코어 한 액션을 기대한 팬들에게는 다소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일부 팬들은 프레데터답지 않게 너무 순해졌다는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감독은 잔혹함의 빈자리를 스타일리시한 연출과 기발한 아이디어로 채웠습니다. 특히 후반부에 티아의 상반신과 하반신이 분리되어 각각 전투를 펼치는 아크로바틱 한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이자 아이디어의 승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덱이 겐나 행성의 환경을 이용해 웨이랜드 유타니 기지를 공략하는 장면은 1편에서 더치가 자연물을 이용해 함정을 만들던 장면에 대한 오마주입니다. 다만 이번에는 인간이 아닌 프레데터가, 혼자가 아닌 동료들과 협력하여 함정을 구축한다는 점에서 개인의 전투에서 협력의 전투로 진화했음을 보여줍니다.

시리즈의 미래를 밝힌 영리한 수작

프레데터 죽음의 땅은 로튼 토마토 신선도 85%를 기록하며 극장판 프레데터 시리즈 중 최고 점수를 갱신했습니다. 트랙턴버그 감독은 프레데터를 단순한 괴물이 아닌, 복잡한 문화를 가지고 변화할 수 있는 존재로 그려내며 캐릭터의 깊이를 더했습니다. 처음에는 낯설게만 느껴지던 덱이 영화가 끝날 무렵에는 누구보다 멋진 영웅으로 보이는 것은 이러한 감독의 깊은 이해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과묵한 주인공과 수다쟁이 동료의 로드 무비 형식, 그리고 유쾌한 팀플레이는 마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단순한 액션을 넘어 성장 드라마의 요소까지 갖춘 이 영화는 기존 시리즈를 전혀 모르는 입문자에게도, 프레데터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고 싶은 올드팬에게도 훌륭한 선택이 될 것입니다.


프랜차이즈의 명성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질문을 던진 프레데터 죽음의 땅. 혼자가 아닌 함께일 때 진정으로 강해질 수 있다는 그 단순하고도 명쾌한 진리를 우주 최강의 사냥꾼을 통해 확인해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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