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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웹소설 영상화의 딜레마

팬심과 제작진의 동상이몽

by 나이트 시네마
본문은 구어체로 작성된 리뷰 방송 대본을 AI를 활용하여 다듬은 글입니다.

오늘날 콘텐츠 시장에서 웹툰과 웹소설은 단순한 온라인 연재물을 넘어, 검증된 흥행력을 갖춘 하나의 거대한 지식 재산(IP)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탄탄한 스토리와 매력적인 캐릭터, 그리고 두터운 팬덤을 기반으로 한 이들 작품이 영화와 드라마로 재탄생하는 것은 이제 하나의 공식처럼 여겨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제작진과 원작의 오랜 팬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팬들은 ‘원작 존중’을 외치고, 제작진은 영상 매체의 특성을 내세우며 팽팽한 눈치 싸움을 벌이는 것입니다. 성공적인 각색과 ‘원작 파괴’라는 비판 사이, 그 아슬아슬한 줄타기의 현주소를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들여다보겠습니다.

‘원작 존중’에 대한 서로 다른 시선

갈등의 핵심은 ‘원작을 존중한다’는 말에 담긴 의미의 차이에서 비롯됩니다. 원작 팬들에게 작품은 단순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랜 시간 함께 웃고 울며 쌓아온 추억이자, 작품의 세계관을 구성하는 핵심 설정과 캐릭터의 고유한 성격, 그리고 서사를 관통하는 특유의 정서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영혼’과도 같습니다. 이들은 이 영혼이 영상화 과정에서 희미해지거나 변질되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이를 ‘원작 훼손’이라 규정합니다.


반면 제작진의 입장은 다릅니다. 영상은 글이나 그림과는 다른 문법을 가집니다. 방대한 분량의 원작을 한정된 상영 시간 안에 압축해야 하고, 상상 속에만 존재하던 장면들을 시각적으로 구현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각색은 피할 수 없는 선택입니다. 더 넓은 대중을 사로잡기 위해 복잡한 설정을 단순화하거나, 극적 긴장감을 위해 새로운 인물을 투입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원작의 메시지를 더 선명하게 전달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변주를 가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필연적인 각색이 원작 팬들의 기대와 충돌하면서 논란은 시작됩니다.

팬들의 기대를 외면한 작품들

이러한 갈등은 여러 작품에서 구체적인 논란으로 나타났습니다. 팬들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던 대표적인 사례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전지적 독자 시점 (영화,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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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은 개봉 직후 원작 세계관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다는 혹평에 시달렸습니다. 팬들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한 것은 원작의 정체성과도 같은 핵심 설정의 축소 및 삭제였습니다. 이야기의 근간을 이루는 ‘성좌’와 ‘배후성’ 같은 개념들이 영화적 표현을 위해 대폭 간소화되면서, 원작이 가진 독특한 매력이 반감되었다는 평이 지배적이었습니다.


또한, 주인공 ‘김독자’의 캐릭터 변화 역시 팬들의 실망을 자아냈습니다. 원작 속 김독자는 냉소적이면서도 지극히 현실적인 판단을 내리는 인물이었지만, 영화에서는 보다 이타적이고 교훈적인 영웅상으로 그려졌습니다. 이러한 변화가 원작 캐릭터의 입체성을 해치고, 작품의 깊이를 얕게 만들었다는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광장 (넷플릭스,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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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을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시리즈 '광장'은 더욱 강한 반발에 부딪혔습니다. 가장 큰 논란은 웹툰의 상징이자 제목의 유래가 된 ‘광장 전투’ 장면이 통째로 삭제되었다는 점이었습니다. 팬들에게는 작품의 하이라이트와도 같았던 장면이 사라지자, "핵심을 완전히 놓쳤다"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여기에 원작에는 없던 새로운 인물이 추가되면서 기존의 핵심 인물들이 서사에서 소외되는 문제까지 발생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이야기를 바꾸는 것을 넘어, 원작이 말하고자 했던 주제 의식과 정서를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이끌고 갔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논란이 거세지자 감독이 직접 나서서 각색의 의도를 해명해야 할 정도로 팬들의 반발은 심각했습니다.

재벌집 막내아들 (JTBC 드라마,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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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기록했지만, '재벌집 막내아들' 역시 원작 소설 팬들에게는 아쉬움을 남긴 작품입니다. 특히 드라마의 결말은 원작과 완전히 다른 길을 걸으며 큰 논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원작의 핵심적인 재미는 주인공이 두 번째 삶을 통해 자신을 죽음으로 내몬 가문에게 통쾌하게 복수하는 카타르시스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드라마는 이 모든 과정을 ‘꿈’으로 마무리하며, 복수 서사가 가진 장르적 쾌감을 스스로 부정해버렸습니다. TV 드라마의 특성을 고려해 윤리적인 교훈이나 환상적인 해석을 덧붙이려 한 의도로 보이지만, 이는 결국 15회 동안 쌓아 올린 서사의 개연성을 무너뜨리고 원작의 정체성을 잃어버렸다는 비판으로 이어졌습니다.

'무빙'이 제시한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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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각색이 실패의 길을 걷는 것은 아닙니다. 디즈니+의 '무빙'은 원작 팬과 새로운 시청자 모두를 사로잡으며 성공적인 영상화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습니다. '무빙'의 성공 비결은 명확했습니다. 바로 원작자인 강풀 작가가 직접 드라마의 각본을 집필했다는 점입니다.


작품의 창조주이자 누구보다 그 세계관과 캐릭터를 깊이 이해하는 원작자가 직접 각색에 참여하자 놀라운 시너지가 발생했습니다. 강풀 작가는 원작의 핵심적인 정서와 매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원작에서 미처 다루지 못했던 부모 세대의 이야기와 같은 새로운 서사를 덧붙여 세계관을 더욱 풍성하고 입체적으로 확장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복제를 넘어, 영상 매체의 특성을 십분 활용한 창의적인 재해석이었습니다. '무빙'의 성공은 ‘원작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각색을 주도할 때 원작 존중과 창의적 변주가 얼마나 성공적으로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중요한 선례가 되었습니다.

상생을 위한 소통과 이해의 중요성

웹툰과 웹소설의 영상화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흐름입니다. 이 흐름 속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제작진과 팬덤 사이의 깊은 이해와 소통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습니다. 제작진은 원작의 어떤 지점이 팬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과 존중의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팬들이 원하는 것은 글자 하나, 그림 한 장까지 똑같이 옮겨놓은 ‘복사 붙여넣기’가 아닙니다. 매체의 변화에 따른 각색의 필요성을 충분히 이해하되, 작품의 핵심적인 정신과 매력만큼은 훼손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결국 원작의 영혼을 꿰뚫는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영상 매체만이 가진 강점을 더할 때, 비로소 원작 팬과 새로운 대중 모두를 만족시키는 작품이 탄생할 수 있습니다. '무빙'의 사례처럼, 원작자와의 적극적인 협업과 소통은 이 까다로운 과제를 해결할 가장 효과적인 열쇠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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