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과 편입생이 말하는 관계에 대한 고민들
솔직히 나는 나를 잘 모르겠다. 정확히는 계속해서 경험에 따라 변화하는 스스로를 규정지을 필요가 있나 회의감이 든다. 지금껏 밥 먹듯 성찰하고 나를 분석해 보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바뀌어 버리는 게 생각이었다. 예전의 나를 되찾으려 했던 적 있지만, 지금은 그만두었다. 무엇이 좋은 것인지 판별하기를 앞서 내가 지금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생각하게 되었달까.
우리는 끊임없이 나란 사람이 무엇일까를 고민하고, 관계 속에서 자신을 규정지으려 한다. 하지만 관계라는 게 마음대로 되고 그 사람의 생각이 다 이해가 되었던 적이 있던가. 이에 대한 나의 답은 '아니요'다. 이유는 간단하다. 남은 내가 아니기 때문이다. 타인은 타인일 뿐 결코 우리의 관점으로는 상대를 이해할 수 없다. 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한다. 오히려 이해하려 하지 않고 받아들여 존중할 때 관계는 편해진다. 즉, 내가 납득이 되지 않아도 상대를 있는 그대로 존중할 때 비로소 공존할 수 있다. 안 맞는 틀에 상대를 넣으려 해 봤자 힘이 드는 건 자신이다. 낑낑대며 안 닫히는 뚜껑을 애써 닫으려 힘 빼지 말자.
그렇다면, 무엇이 우리를 움직이는 가에 대해 생각해 보자. 나는 기록하는 걸 좋아한다. 모이고 모여 나란 사람이 어떤 선택을 했는가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선택들을 잘 살펴보면, 나란 사람이 어떤 가치를 우선하고 추구하는지 알 수 있다. 특히, 이 점을 느낀 게 사진을 취미를 가지면서부터다. 줄곧 찍기만 했지 내가 찍은 사지을 찬찬히 살펴보며 어떤 사진을 찍은 지 시간순에 따라 본 적이 없었다. 그러던 중 어느 날인가 사진 동아리 동갑내기 친구가 한 말 때문에 보게 된 거지 그전까지는 비교적 수동적으로 사진을 즐겼다.
"너 사진은 마치 한 장면 같아. 스토리가 있어 보여. 그리고 구도가 참 좋다. 대상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이 느껴지고 따듯해. 작은 것들을 잘 보는구나."
순간 머리를 탁 치고 가는 생각. '내가 애정 어린 사람이구나. ' '그게 나란 사람의 특징이 될 수 있는 거구나'. 그냥 어렴풋이 '난 사진 찍는 게 좋아'라고 생각하다가 언제 카메라를 꺼내 들어 사진을 찍는지 생각해 보게 된 것이다. 그러고는 쭉 살펴보니 정말 바다, 나무, 그늘, 빛, 사람, 녹음이 가득했다. 어느 곳이든 내가 생각하는 온기를 담아 예쁘게 남겨줄라는 그 애틋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보면 기분이 살랑거리는지 알게 되니 가슴이 벅차오기도 하고, 축 쳐진 날에 무엇을 봐야 하는지 혹은 해야 하는지 알게 된 기분이었다.
이처럼 기록은 자신이 되고 나와 세상의 연결점을 만들어준다. 홀로 태어나 존재의 이유를 찾는 우리에게 어떻게 보면 생존의 방법일지도 모른다. 어떻게든 그냥 태어나 갑자기 죽는 불안을 극복하고 잘 살아간다는 느낌을 계속해서 확인하려는 열망에서 기록이 탄생했을지도 모른다. 감히 말하건대 기록하자. 모든 관계의 시작은 나로부터 이니 나부터 알아야 산다. 그래야 한없이 무너질 때 덜 무너질 수 있고 매력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 왜 매려적인 사람이 관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지는 다음에 계속해서 다루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