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공간을 들어가 봐야 알게 되더라. 가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 적은 있어도 미뤄왔던 시간이 비는 월요일 저녁에 실행했다. 남에게 관심 없는 내게 책을 끝까지 읽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저 내가 할 말이 많아서 글을 쓰며 사색하는 걸 좋아하긴 해도 긴 장의 마무리를 하기에는 인내심이 부족했다. 그렇게 생각해 왔던 걸 바꾼 건 내 마음이 동하는 책을 발견한 우연 때문이었다. '여름, 비, 사랑'이란 단어들이 속지를 볼 수도 없이 포장해 버린 책을 사게 했다. 궁금해서도 맞지만, 내가 좋아하는 계절에 당한 상처를 조금이라도 위로받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컸다. 다정한 말도 앞으로 가득 채운 건설적인 하루들도 위안이 되었지만, 결국 위로가 되는 건 지독하게 사랑해서 아픈 이야기였다. 묘한 동질감에 헤집어지는 감정을 파도를 맘껏 쏟아낼 수 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