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한 곡이 끝나기까지 글 한 꼬집 정도는 쓰기에 충분할까. 란 의문이 들기 전에 일단 쓰기 시작한다. 난 참 성질이 급하다. 어찌 보면 인내심이 부족한 인간으로 비칠 수도 있겠지만 난 하고 싶은 게 많아서 그런 거라도 말을 얼버무리기로 했다. 지금도 문장을 써 내려가면서 한편으로는 속이 시원하다. 자꾸 다듬고 깎고 예뻐 보이려 하다 보니 말이 없어졌었는데 백지에 내가 하는 생각을 한 호흡으로 뱉어내니 너무나도 시원하다. 긴 문장은 최대한 간결하게 짧은 건 최대한 친절하게 늘이며 글 썼다. 예전에는 이런 걱정 없이 글을 써서 즐거웠는데 지금 괴로워진 건 아마 그만큼 내가 세상에게 예쁨 받으려 노력했다는 게 아닐까.
사랑은 항상 엇갈린다는 말이 유독 선명한 요즘이다. 나 꽤 괜찮은 얼굴에 옷차림이 깔끔하고 나만의 분위기가 있다. 더해서 웃을 때 파이는 보조개가 시선을 끄는 외모이다. 때문인지 사람들의 시선이 익숙하고 원하는 사람과 연애를 할 수 있었다. 당연한 게 깨진 건 아마 지난여름 때문이었다. 오만했고 경솔했지만 한없이 솔직했던 여름밤의 연속이 날 아프게는 했지만 가을에 책 한편 쌓아둘 시간을 만들어줬다. 외로움은 애정을 갈구하게 하는 불편한 정서였다. 시리고 공허한 그 이물감을 떨치려 대상을 찾아 떠다녔다. 부유하던 마주한 썩 괜찮은 썩은 배를 타고 육지에 도달해 집을 짓고 행복하게 사는 꿈을 꾸기도 했다. 난파선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말고 어디까지밖에 못 가는지 확인한 후에는 익사해도 상관없다는 심정으로 깊은 물속에 풍덩 몸을 던져버렸다.
두 눈을 질끈 감고 이제 곧 죽겠구나 하는 때. 푸하. 가쁘던 호흡이 안정 적으러 변하며 숨겨진 아가미가 튀어나오더라. 아, 난 물고기였구나. 그동안 공기 중을 떠다니며 늘 사랑에 갈증이 났던 건 내기 물고기여서였다. 그렇게 깊은 바다를 만나고 난 날 찾아서 떠났고 진정 집으로 돌아하는 여정이 시작되었다.
바닷속에선 그와 그들 없이도 난 살아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