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예뻐하자
초등학교 5학년 때로 기억한다.
늘 상위권을 유지하던 성적 평균이 80점대를 받은 적이 있었다. 목소리, 이름으로 놀림당하고 집중할 거라고는 공부밖에 없었다. 친구들과 흔히 하는 운동장에서의 놀이도 하지 않고 책만 보고 공부만 하는 아이였다.
누구 하나 나에게 뭐라고 한 적이 없는데 성적이 떨어진 것에 자존심이 상했다.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이 생긴 건 5학년 그때부터였다. 초중고대 학창 시절 내내 열 손가락을 입에 물고 살았다. 유난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날은 침 때문에 손끝이 퉁퉁 불었고 기어이 피를 봐야 했다. 검지손가락의 손톱의 반이 없다고 상상해보라. 그게 나에게는 늘상 있는 현실이었다.
손톱 한 번 물어뜯어 본 적 있는 사람은 아마 알 것이다. 이게 한 번으로 끝나지 않으며 이걸 끝을 내기 위해 무수히 많은 노력을 해야한다는 것을. 다 실패했다. 열 손가락에 반창고를 붙여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 쓴 약도 발라보고 스카치테이프도 붙여본다. 한 번은 손끝이 너무 빨개서 매니큐어를 바른 거냐며 교무실에 불려간 적도 있었으니 얼마나 심각한 상태였는지는 경험자가 아니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이 습관을 고치기 위해 나도, 주변인들도 무수히 많은 노력을 했지만 성공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허무하게도 11살에 시작된 이 나쁜 버릇은 거의 20년이 지난 30대 초반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
그 때 당시 한창 네일이 유행하고 로드샵에는 오색찬란 이상의 매니큐어와 스티커들이 쏟아져 나왔다. 아무리 유행이라 한들 매니큐어라고는 바를 수 없는 손톱이었던지라 관심도 없었다. 화장에 관심이 많은 친구들을 따라 샵에 들어가 구경을 하는데 불연듯 운명처럼 마음에 드는 매니큐어를 발견했고 그것을 사 바르기 시작했다. 수십년을 손톱을 뜯는 것에 집착했던 나는 갑자기 내가 바른 손톱을 지키기 위해 손톱을 뜯지 않는 것에 집착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후로 거의 1,2년은 습관처럼 매니큐어를 샀었다. 네일을 바르지 않으면 다시 물어뜯을 것만 같아서 거의 쉬지 않고 손톱을 관리해야 했다. 조금만 건드려도 무르고 휘던 손톱 끝은 네일을 바르고 영양제를 바르니 튼튼해졌다. 몇년이 지난 지금은 딱히 손톱에 무언가를 바르지 않아도 물어뜯거나 하지 않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도 갑자기 사라진 그 습관은 나도 친구들도 놀라운 일이다.
그래서 아직도 손톱을 물어뜯는 이가 있다면 추천해주고 싶은 방법은 당신의 손에 '예쁨'을 선물했으면 하는 것이다. 쓴약도 반창고도 다 소용없다는 걸 알지 않은가. 스트레스 때문에 생긴 습관인데 나를 굳이 더 괴롭힐 필요가 없다.
로드샵으로 가 마음에 드는 매니큐어를 산다. 솔직히 뭘 사야할지 모르겠으면 매장직원들에게 제일 잘팔리는 네일을 추천해 달라고 하면 열에 아홉은 꽤 괜찮은 네일을 추천해 준다. 튀지 않는 색상, 완전 튀는 색상을 열손가락에 발라보고 마음에 쏙 드는 녀석을 찾아보자. 물론 처음에는 잘 바르지 못한다. 정말 못하겠으면 큰 맘 먹고 네일샵에 가서 서비스를 받아도 좋다. 그 돈이 아까워서라도 아마 망가트리지 못할 것이다.
안좋은 습관을 고치는 건 의외로 쉽다. 나를 예뻐하면 된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닌 내 마음에 폭 담아 예뻐해주면 된다. 하지만 나를 온전히 예뻐한다는 것만큼 어려운 일도 없다. 스트레스를 받았으면 잘 달래주고 집중하고 예뻐해주자. 그럼 아마도 나는 나를 덜 괴롭히는 습관을 갖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