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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경 May 12. 2019

「페르소나」【영화】

잘 담지 못한 페르소나로서 배우 이지은

「페르소나」(이경미 감독의 「러브세트」, 임필성 감독의 「썩지 않게 아주 오래」, 전고운 감독의 「키스가 죄」, 김종관 감독의 「밤을 걷다」)는 배우 이지은을 주연으로 한 네 편의 단편이 합쳐진 영화다. 「페르소나」는 아마 이지은에게 배우로서 매우 특별한 작업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영화의 제목도 ‘페르소나’*인 만큼 이 영화는 배우 이지은 중심이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난 후에는 네 편의 영화를 관통하는 배우 이지은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기보다는, 오히려 각 감독의 스타일을 비교하게 되었다. 다시 말해 「페르소나」는 페르소나로서 이지은의 모습을 담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네 명 감독의 연출 방식을 중심으로 「페르소나」를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영화에서 페르소나는 종종 영화감독 자신의 분신이자 특정한 상징을 표현하는 배우를 지칭한다. /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이경미 감독 「러브세트」 : 부족한 줄거리와 시각적, 청각적으로 과한 연출의 아쉬운 밸런스

사실 이 영화에는 대사가 몇 없다. 대신 영화는 전반적으로 과즙이 꽉 찬 과일을 메 어문 다든지, 경기 내내 공을 칠 때마다 신음소리를 낸다든지, 다리에서 피가 철철 난다든지 시각적, 청각적인 부분을 강조한 장면들로 가득 찬다. 이지은과 이지은 아빠와의 관계, 이지은 아빠와 그의 애인이라는 배두나와의 관계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채 –성적인 요 소을 의미한다는– 감각적인 측면을 강조한 연출이 드러나는 점이 아쉽다.      


임필성 감독 「썩지 않게 아주 오래」 : 뮤직비디오에 더 어울릴 것 같은 익살적인 장면들     

「썩지 않게 아주 오래」는 젊은 여자와 그 여자를 사랑하기 위해 이혼한 것 같아 보이는 남자의 이야기이다. 여자는 남자에게 마음이 식은 것을 말과 행동으로 여과 없이 드러낸다. 여자는 더 자유롭고 더 개인적이 어지고 싶어 한다. 그럴 때마다 남자의 심리는 새하얀 방 속에서 남자의 표정과 행동을 통해  다소 익살적이고 자극적으로 표현된다. 이러한 연출법은 영화의 끝에서 절정을 맞이한다. 남자는 여자에 대한 사랑을 여자에게 직접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말 그대로- 자신의 심장을 꺼내고 여자는 유리병에 남자의 심장을 집어넣고는 유유히 사라진다. 하얗고, 파랗고, 빨갛고... 선명한 색들로 채워진 영상을 차라리 아이유의 노래인  ‘삐삐’의 뮤직비디오로 썼다면 더 어울렸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 ‘Yellow C A R D / 이 선 넘으면 침범이야 beep / 매너는 여기까지 it's ma ma ma mine / Please keep the la la la line’ ♪ (출처 : 아이유의 '삐삐')   


전고운 감독 「키스가 죄」 :  예상치 못하게 마침내 성공한 시골 여고생들의 복수, 「산불조심」

 「키스가 죄」는 코믹하다. 친구 아빠가 친구의 머리카락을 잘라놓은 것을 보고 친구 아빠에게 복수할 계획을 세우는 시골 여고생 이지은의 이야기다.  영화의 마지막에 친구가 키스마크를 만들어온 바다로 둘이 가는 장면과 친구 집에 불이 나는 것이 익스트림 롱 숏으로 같이 담긴다. 친구 아빠가 산불 경비원이라는 점에서 이것이야 말로 친구 아빠에 대한 최고의 복수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제목으로는 「산불조심」이 더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했다.                


김종관 감독 「밤을 걷다」 : 결코 영원하지 못하고 사라지는 밤 죽음 꿈, 아쉽지만 '안녕'.

흑백의 밤을 배경으로 죽은 애인이 남자의 꿈에 나타난다. 하지만 죽은 여자와 꿈속의 남자는 이 밤 속에서 영원히 함께할 수는 없다. 죽은 여자는 “점점 미끄러지는 느낌으로 사라지고 있어서 좀 슬퍼.”라고 말하듯 죽은 후 계속 어디론가 사라지고 있는 중이고, 꿈속 남자는 여자가 “우리는 여기에 있는데 아무도 기억하지 못해 다 사라지고 밤뿐이네”라고 대신 말해주듯 꿈에서 깨고 나면 이 꿈의 대부분을 곧바로 잊어버리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지은의 눈빛과 목소리가 꿈속 밤공기에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꿈도 죽음도 정처가 없네. 가는데 없이 잊혀질 거야.” 여자가 살아있을 때 외롭지만 의지했던 남자와 결국은 외로워 자살을 선택한 여자는 서로 꿈속에서 각자 사라져 간다. 사라지며 담담하게 내뱉는 여자의 말과 손길이 꿈에서 깨 흑백이 아닌 아침을 맞이하고 말 남자를 슬프게 위로한다.      


넷플릭스 「페르소나」


한줄평 모아보기>

「페르소나」: 잘 담지 못한 페르소나로서 배우 이지은

「러브세트」 : 부족한 줄거리와 시각적, 청각적으로 과한 연출의 아쉬운 밸런스

「썩지 않게 아주 오래」 : 뮤직비디오에 더 어울릴 것 같은 익살적인 장면들    

「키스가 죄」 :  예상치 못하게 마침내 성공한 시골 여고생들의 복수, 「산불조심」

「밤을 걷다」 : 결코 영원하지 못하고 사라지는 밤 죽음 꿈, 아쉽지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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