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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경 Jun 14. 2019

북경의 길길길【사진전】

북경의 후통 (胡同)

북경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老北京(라오베이징, 굳이 의역하자면 북경 토박이가 인정하는 진정한 북경이랄까)이라고 불리는 곳은 제2 순환도로 안쪽에 해당한다. 북경에 와서 걸어 다니는 것에 재미를 붙이나 보니 북경 길만의 몇 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었다. 

老北京 지도
빨간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제2 순환도로'다.

1. 북경의 (거의) 모든 지도는 고궁을 중심에 두고 있다. 고궁을 중심으로 그것을 둘러싸면서 순환도로들이 차례로 펼쳐지고,  세세한 길들이 그것들의 모세혈관처럼 사이사이를 매우고 있는 식이다. 

지도의 중심, 금색 부분이 '고궁'이다. 

2. 북경 대부분의 길은 직선이다. 중국어 기초 단계 교재에서 항상 나오는 “一直往前走往右拐。。。(앞으로 쭉 가시다가 오른쪽으로 도세요)”와 같은 표현은 아마 북경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북경의 길은 대부분 직선이기 때문에, 목적지가 어디든 쭉 가고 몇 번 꺾다 보면  그곳에 다다를 수 있다.  더 나아가 놀라운 사실은 2008년 북경 올림픽이 열린 지역이 고궁과 (물론 계획 하에) 정확히 직선으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 열린 장소와 고궁을 직선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

3. 북경의 길에는 여러 가지 후통(胡同)들이 포함되어있다. 후통은 직역하면 골목이지만, 더 정확히는 북경의 전통 주거 형태인 四合院 사이사이의 거리를 의미한다. 즉 후통 역시 북경의 전통 양식 중 하나이다. 그래서 후통에 붙여진 이름들을 보면 아주 옛날부터 이곳이 어떤 것으로 유명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鸭子店胡同(오리집 후통) 口袋胡同(주머니 후통) 茶儿胡同(차 후통) 贾家胡同(가씨 집안 후통) 등등 후통의 이름에는 재미있는 것들이 많다. 물론 지금은 후통의 이름만 남아있는 곳이 대부분이다. 나는 더 많은 후통이 현대화되기 전에 길마다의 색깔을 사진으로 기록해두고 싶었고, 이 계획의 이름을 나름대로 ‘후통 프로젝트’라고 이름 붙여보기도 했다. 중국에도 이미 이와 비슷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2000년대 초반에 스케치로 여러 후통의 모습을 기록해둔 책이 있었다. 하지만 내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엔 시간과 패기가 충분치 않았다. 귀국 몇 주를 남겨두고 ‘후통 프로젝트’ 시작하기에는 북경 후통의 수가 너무 많았고, -중국의 사회적인 분위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길에서 사진을 찍고 있으면 대부분의 중국 사람들은 따가운 시선을 보내거나 불쾌한 표정을 짓는 식으로 매우 예민하게 반응했다. 그래서 ‘후통 프로젝트’를 기획한 직후 시범적으로 찍어보았던 몇 장의 사진과 북경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길인 前门(전문)을 담은 사진을 같이 전시해보려고 한다.  

戴程松의 北京胡同记忆 일부

무엇보다 길을 담기 위해 걸으면서, 걸음의 속도를 늦출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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