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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경 Sep 07. 2019

문학주간 콘테스트【짧은 이야기 묶음】

공모전 공포증 떨쳐버리기

문학주간에서 주최하는 “써볼 마음은 있나요?”라는 콘테스트에 참가했다. 3주 동안 3번의 콘테스트가 열렸는데, 각 주마다 올라오는 그림 뒤에 이어질 이야기를 상상하면 되는 비교적 간단한 공모전이었다. 꽤 이름 있는 공모전에 참가하고 예상을 절대 빗나가지 않고 떨어질 때면 “내 글을 읽기나 했을까?” 같은 다소 거만하고 민망하기도 한 의문이 들었는데, 이번에는 모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재미있게 준비했다. 이번 경험을 통해 알게 된 확실한 사실은, 어느 공모전이든 참여해야 내 글이 읽힐 수 있다는 것이다.

(참고 :https://post.naver.com/arkomunhak )          


1주차 : "소년은 그 신비한 서점의 문을 열었습니다." 서점 안에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하지만 소년의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한적한 서점의 모습일 뿐이었습니다.     

‘나에게 마법이 나타날 리 없잖아. 역시 마법은 동화 속 주인공에게나 어울려.’     


소년은 터덜터덜 서점을 구경하기 시작했습니다. 비록 기대했던 서점은 아니었지만, 소년은 동화책을 살 수 있다는 생각에 금방 기분이 풀렸습니다. 소년은 화려한 겉표지의 「어서 오세요, 마법의 나라로!」 라는 제목의 동화책을 품에 안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는 엄마에게 물었습니다.    

 

“마법은 진짜 있어요? 꼭 있었으면 좋겠는데...”

“우리 아들은 마법이 있다고 믿어? 그렇게 믿으면 반드시 있어. 그게 뭐든...”    

  

엄마는 소년을 침대에 눕히며 다정하게 말했습니다. 소년은 잊지 않고 엄마에게 오늘 산 동화책을 읽어주었고, 그러다 잠이 들었습니다.

그때, 소년의 눈앞에 한 소녀가 나타났습니다. 어젯밤 소년의 꿈속에서 신비한 서점을 알려주겠다던 바로 그 목소리로 소녀는 말했습니다.     


“반가워!”

“동화책 속 마법사? 나에게 정말 마법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마법은 간절히 있다고 믿을 때 생겨나는 거야. 내가 살고 있는 마법의 나라도 봐봐. 온종일 마법을 믿고 상상한 작가 아줌마가 마법의 나라를 탄생시켰고, 마법의 나라와 이 세계를 잇는 마법의 동화책까지 만드신 거지. 작가 아줌마가 결국 마법을 이뤄 내신거야!”

“그런데 왜 나한테 찾아 온 거야?”

“그야, 너가 간절히 마법을 바라고 있으니까! 마법이 있으면 뭘 하고 싶은지 말해봐. 진지해야해. 마법사로서 너의 자격을 테스트해보는 질문이니까.”

“나에게 마법의 능력이 있다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내 마음을 전하고 싶어. 엄마, 아빠에게 짜증을 내도 그건 내 진심이 아닐 때가 많거든. 또 내가 가족과 친구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무리 진심을 다해 말해보려고 해도 그렇지 못할 때가 많아. 말로는 내 마음을 있는 그대로 표현할 수 없어. 마음을 보여주는 일이야말로 마법만이 가능해.”     


소년의 말이 끝나자, 소녀는 말없이 소년의 손을 잡고 마법의 나라로 향했습니다.           


2주차 : "남자는 엘레베이터에 올라탔습니다. 잠시 후, 뒤에서 인기척을 느낀 남자는 가면 쓴 사람이 함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제 표정은 이 가면이 되는 거에요"

완벽히 저음은 아닌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었지.


이탈리아 베네치아 광장에는 수많은 가면가게들이 늘어서 있었다. 나는 누가 봐도 '베네치아 산' 가면이라는 것을 뽐내기 위한 -지나치게-화려한 가면을 찾기 위해 한 가게에 들어섰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가게에서 가장 눈에 띄는 가면을 집어 들었다. 가면 전체가 새빨갛고 반짝이가 무규칙적으로 박혀있어, 가면을 대보니 태양같이 벌겋게 익은 얼굴이 둥둥 떠있는 것 같아 우스워보였다. 뭐, 좀 오버해서 사는 게 원래 기념품 아닌가. 계산을 하려는데 직원이 "차이니스?"라고 물었다. "노, 코리아 사우스 코리아"라고 답하고는 가게를 구경하고 있던 한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직원이 "쉬스 코리안 투" 라고 굳이 말하지 않았더라고, 나는 그녀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이미 짐작했다. 그녀와 눈이 마주쳤기 때문인지, 그녀의 키만한 배낭에 노오란 리본 뱃지가 달려있었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나는 기념품을 사고 계시냐고 물었고, 그녀는 한국에서 쓸 가면을 고르고 있다고 했다. 가면축제에서도 안쓰는 가면을 한국에서? 농담이냐고 거듭 물었지만, 그녀는 습관일 뿐이라고 담담히 이야기했다.     


"가면을 쓰면 그때부터 제 표정은 이 가면이 되는 거에요. 마음이 표정으로 새어나와 버리는 인간의 슬픈 운명 때문에 가면으로 살아요. 의도치 않은 표정에 비친 속마음이 아니라 내가 전하고 싶은 마음만 진심이라고 믿거든요. 저는. 가짜진심을 막기 위해 가면을 쓰는 거죠"     


그녀는 말하는 내내 연신 만지작거렸던 검은색의 가면을 얼굴에 대보았다. 햇빛이 가면에 반사되어 눈썹선을 따라 수놓아져 있는 구슬들이 반짝이면서, 그녀가 눈을 계속 깜빡이고 있다는 착각을 들게 했다.   

  

그녀와 같은 습관을 가진 사람일까. 가면 사이로 그의 얼굴이 살짝 보였지만, 엘리베이터에서 나는 그의 정면에 섰다. 가면에 가려 그의 얼굴은 전혀 보이지 않도록. 그의 얼굴이 그만의 진심을 담을 수 있도록.  

   

 3주차 : "햇볕이 따사로운 어느 날, 소녀는 먼지가 가득 쌓인 창고를 정리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소녀는 창고를 정리하던 중, 한 상자를 발견하고 열어보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상자 안에는 무엇이 있었을까요?

    

상자에는 파도가 담겨 있었습니다. 쉬이-쉬이-철-썩-쉬이-철-썩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텅 빈 상자의 밑바닥에는 이렇게 적혀있었어요.  

  

“맥주 거품이 해변을 쓸어내리면

바다 파도가 우리 목구멍에 담길 거야.     

지평선도 없이 자유로울 수 있도록

동글동글 온 것을 들숨으로 최대한 길게 펴서

둥근 폐에 다시 깊게 말려놓을 거야.”     


언젠가 소녀는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지 해주겠다는 사람을 사랑했습니다. 하지만 소녀는 하나라도 좋으니 영원한 것을 갖고 싶다고 말했죠. 그러자 소녀가 사랑하는 사람은 그야 쉬운 일이라며, 영원을 바라는 한 가지를 말해보라고 했어요. 소녀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겨울바다”라고 답했습니다.    

 

며칠 뒤 그 사람은 상자 하나를 들고 오면서, 자신이 영원한 겨울바다를 담아왔다며 기뻐했죠. 소녀는 눈을 감고 그 사람이 들려주는 짧은 시를 상상했습니다. 느릿느릿 힘 있는 목소리로 낭송을 마친 그 사람은 소녀 머리에 상자를 씌어주더군요.      

“어때, 파도 소리가 들리지. 여기 우리 둘만의 겨울바다가 영원히 담긴 거야. 영원한 건 없어. 영원히 기억할 뿐이야.”     


“당신 말대로 영원한 건 없구려. 당신도 내 곁에 없고, 상자가 이렇게 낡은 만큼 이제 나도 늙어버렸으니. 이 다락방 창고에서 영원히 기억할 뿐이지. 당신, 바다, 그날의 공기와 소리......”      

따뜻한 햇볕 아래, 소녀처럼 앉은 할머니는 나지막이 중얼거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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