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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경 Sep 07. 2019

자연스러움은 미와 추의 얼룩【그림판】

미추(美醜)에 대한 고민

미와 추의 이분법으로 나눠본다면, 이근민 작가의 회화 <The Portrait of Hallucination>은 추(醜)하다. <The Portrait of Hallucination>, “환각의 초상화”라는 제목의 회화는 살덩이들이 습하고 무분별하게 놓여있는 모습이다. 극한의 추함을 선보이는 이 회화는 보기만 해도 악취가 날 것 같은 공간으로 우리를 끌어들인다.      


여기 악취로써 현실을 묘사한 시인도 있다.      


대구시 지정 벽보판 앞에

꼼짝 않고 멈추어 선 아주머지

물컹한 보따리를 가슴에 안은 모습과

초록색 포대기에 고개 처박고 늘어지게 자는 아이가

거칠고도 사실적인 빈곤의 냄새를 풍기고 있다     


모든 것이 불려 왔다

가로수와 부서진 벽돌담담배꽁초

그리고 멀리 보이는 앞산마저

이 벽보판이 호명해 온 것 같다

한번 불리워 온 것은 움직이지 않는다

태양도 벽보판 앞에 불려와 움직이지 못한다

날카로운 바늘이 모든 이름의 등을 찌르고

채집상자 속의 곤충처럼

이 앞에 모아 놓았다여기서는 냄새가

난다 세계가 썩는 냄새가 

-장정일, <안 움직인다中 -     


“빈곤의 냄새”, “세계가 썩는 냄새”와 같은 현실의 추한 냄새 속에 화자는 짜증스럽게 살아있음을 느낀다. 이처럼 추한 –순화시켜서 그리 아름답지만은 않은- 현실에서 우리는 꽤 가끔 끔찍한 고통을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나는 예술과 아름다움을 동일시해왔나? 애초에 미와 추를 규정짓는 기준은 무엇인가? 누추(陋醜)하고 추루(醜陋)한 –자연스러운– 감정이 누군가의 아름다운 기억이 되는 ‘성공적인’ 예술화의 과정에서는 미와 추는 같은 것이 아닌가? 미추에 대한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아래의 작품을 완성시켰고 사진을 찍었다.  

    

참고 >

 박명진 저 <문학 원론>

 http://m.news.zum.com/articles/36658516  / 이 기사를 참고하시면 이근민 작가의 회화 <The Portrait of Hallucination>를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BGM : 줄리아 하트 ‘마지막 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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