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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경 Jan 21. 2020

야경노트 2

뒷모습

오랜만에 오프라인 중고매장에 갔다. ‘방금 팔고 간 책’들이 신간인 듯 매장의 앞부분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찾는 책 대부분이 매장에 없었지만, ‘세계 명작’을 싼 값에 살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얼마 전 머리를 조금 자르고 매직을 했다. 피곤해서 빨리 집에 가려는 나를 붙잡고,  차분하게 펴진 뒷머리를 큰 거울에 비춘 뒤 다시 손거울로 그것을 비춰 나에게 보여주었던 미용사가 기억에 남는다.       


반성을 두 번하면 내 뒷모습이 보인다. 

(뒷모습은 섬뜩한 얼굴, 아니지 섬뜩한 얼굴의 뒷모습)     


그 얼굴에도 눈코입이 있는가     


그렇담,

손이 발이 될 수 있고 발이 손이 될 수도 있는가     


바퀴와 운전대가 뒤바뀐 자동차는 어디로 향할 수 있는가

(변화의 변화의 변화의 ... ∞를 외쳐왔잖아, 도착하기 전에 목적지를 알려줄 수 있겠니?)     


미용실 의자 밑에 

밑을 잃은 머리

칼들이 가득하다.     



오늘_읽고 듣고 본 것     

중고매장에서 산『악령 1』(도스토예프스키, 블루 에이지)을 카페에서 읽기 시작했다. 러시아 문학이라 이름이 복잡하다. 이를테면, ‘스쩨판 뜨로피모비치’나 ‘니꼴라이 브쎄볼로도비티 스따브로긴’과 같은 이름이다. 이름을 발음해보는 것만으로도 러시아어를 공부하는 듯한 기분을 낼 수 있다. 이 책을 다 읽고 다면 같은 작가의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도 읽어보고 싶다. 나아가서는, 도스토예프스키를 테마로 러시아 여행을 하고 싶다.      

Billie Eilish가 내한한다는 소식을 듣고, 그의 음악을 오랜만에 찾아들었다. bad guy처럼 신나는 음악도 좋지만, Ocean Eyes나 Six Feet Under처럼 잔잔한 음악들이 참 듣기 좋다.      

어제 찍어놓은 것이지만 나름 인상적인 기록이라고 생각해서, 오늘은 이 사진들로 마무리를 해볼까 한다. 


란다에서 엄마가 무심히 키우고 있던 파들과 야경에 대한 사진이다. 

파들의 모습에서 앞서 말한 '머리칼'들이 연상된다.   
수동모드의 야경(1)
수동모드의 야경(2)

2020.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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