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고 촘촘한 리셋(2)
2019.6.25 : 입을 다물고 있으면 입천장이 한없이 커지는 기분이 들거나 누워있으면 몸이 쭉 길어지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기분 좋은 현기증이다.
2019.5.21 : 노을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어둠이 오는 시간 내내 하늘을 보고 있는 것이 취미였던 적이 있었다. 노을을 얼마나 좋아했느냐 하면, 그것을 위한 연주를 하고 싶어 북경의 ‘낙원상가’ 같은 곳을 무작정 찾아가 젬베를 사 오기도 했으니까. 눈이 시큰거리도록 해와 하늘을 쳐다보고 있다 보면, 해가 지는데 한 시간 정도 그것이 남긴 빛이 마저 해를 따라가는데 다시 반시간... 어둠을 따라 눈이 감겼다.
2019.3.30 : 오렌지 초콜릿3개 녹차과자2개 삼겹살김치덮밥 시리얼반컵
2019.3.14 : 이전에는 몰랐지만 이제 만난 사람들과 이전에는 알았지만 이제 모르는 사람들의 만남들이 이루어지는 밤이다. (이런 밤은 무엇일까? 이날 밤 어떤 일 혹은 어떤 감정이 있었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은 채 이 문장 하나만 남아있을 뿐이지만, 왠지 바람이 많이 불었을 것 같다. 비릿한 밤공기와 함께.)
2018.12.16 : 화장실을 갈 때나 옷장을 열 때마다 신경이 곤두선다. 하얀 벽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으면 어느새 검은색 구멍이 움직인다. 그 검은 것과 내 검은자가 마주치면 그것의 더듬이는 선명히 보인다. (큰 바퀴벌레를 보았을 때)
2019.7 : 와 박히는 천둥
이렇게 한참 ‘리셋’을 하다 보면, ‘어디까지 정리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든다. 일단 내게 남은 기록과 그것에 대한 감상은 여기까지.
오늘_읽고 듣고 본 것
오늘은 적을 내용이 많지 않다. 『멀리 있다 우루는 늦을 것이다』(배수아, 워크룸)를 조금 읽었을 뿐이다. 조금 더 덧붙이자면, 지원한 것에 대한 불합격 통지를 ‘3건’ 읽었다. 합격 통지를 해주기로 한 날에 아무런 소식이 없는 (침묵의) 불합격 통지까지 합치면.
2020.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