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한 밤을 고르다, 다른 밤들을 무수히 보내고 그 끝에 이 점에 섰다. 눈에 보이는 어떤 점이라면 지름과 두께가 있기 때문에 그것은 영원히 결코 점이 될 수 없는데 내가 아무리 가느다란 발가락 하나로 서보려고 해도 영원히 결코 적당한 밤을 맞이했다고 확신할 수 없었다. 파편적인 소리나 뜻에 비해 발음이 무거운 단어들이 많기도 했고, 무엇보다 난 계속해서 밤과 밤의 점을 의심하는 것을 멈추지 못했다. 찜찜했지만
이 점의 밤이 눕거나 앉아서 기다렸던 -이제 막 잘 생각나지 않게 된- 다른 밤들과는 다르다고 기뻐했다. 밤과 밤사이를 이어보았고 그런 선들이, 선들이 하나의 원, 혹, 은, 점이 되도록 무엇이든 빛날 수 있도록.
진작 끝났어야 할 일은 늘어지고, 이미 시작했어야 할 일은 줄어드는 요즘, 바이러스는 그 존재 자체만으로 내 정신을 마비시키는 듯하다. 힘을 빼고 있으면, 아주 빠른 속도로 밤과 밤들이, 낮과 낮들이 지나간다.
2월에 3주 정도 여행을 다녀와서 이제야 글을 올리게 되었다. 쓰고 싶은 글은 많(았)지만, 그동안 집중하지 못하고 몽상만 붕붕 떠서 앞서가는 바람에 ‘깊이깊이 생각하’지 못해서 아쉬움이 남는다. 미처 남기지 못한 이야기들의 시작점을 배수아의 『잠자는 남자와 일주일을』과 정지돈의 『내가 싸우듯이로』로 잡아보았다.
배수아 『잠자는 남자와 일주일을』필사 정지돈 『내가 싸우듯이』필사
1. 프랑스 파리, 체코 프라하,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와 비엔나, 독일 베를린에서의 기록들을 배수아의 『잠자는 남자와 일주일을』과 닮은 형식으로 남겨보고 싶다. 에세이와 소설 그 사이 어디쯤에 있는 이야기와 그에 어울리는 사진들 【야경 사진전】
2. 선분과 스톱모션에 관한 시 【야경 문학】
3. 그림들 【야경 그림판】
세 개 이상의 점이 있으면 도형을 만들 수 있다.
(퇴고 혹은 탈바꿈 후)
옷에 구멍이 났다. 메우지 못하는 밤이 여럿이었다. 구멍은 점점 자라나 밤만한 점이 되었다. 내가 가진 것들을 꺼내보는 시간이었다. 발가락 한 개로 서서 구멍을 누르거나, 불시에 반응하는 동공을 잡으려고 했다.
바르르 뒤척이고 있을 때 너는 「도구를 써야지, 도구를」 하며 거실 불을 켰다. 너가 도구는 아닌데 나는 금방 잠이 들었다. 네 날카로운 기억은 점만한 밤 틈새로 왔다, 갔다, 했다. 너는 지나간 밤들을 이어, 선, 혹, 은, 원이 되도록 빛이 나도록 만들었다.
네 밤을 입고 아침이 왔다. 너는 단추를 달아주었다. 우리가 그 밤을 열어볼 수도 있게.
-「밤 바느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