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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경 Aug 14. 2020

인공지능 앞에 돈키호테가 되지 않기 위해서

인공지능의 시대, 인간을 다시 묻다【서평】

인공지능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가. ‘인공지능’과 ‘사용’이라는 단어의 조합은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만 봐도, 인공지능을 인간과의 대결 구도에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인공지능의 시대, 인간을 다시 묻다』(김재인)에서는 인공지능을 인간의 대적자가 아닌, 인간과 같이 나아가는 존재로 전제한다. 이 책은 ‘앞으로 인간은 인공지능과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을 중심으로, 인공지능에 대한 환상들을 하나씩 뒤집는다. 특히 자율주행자동차 담론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인상 깊었다. 일반적인 담론에서는 자율주행 기술이 앞으로 얼마나 더 발전할 수 있는가를 논의하는 반면, 저자는 ‘인간 운전자’의 자리에 집중한다. 자율주행자동차가 상용화된다면 인간 운전자는 법적으로 금지되어야 할 텐데, 이에 대한 현실성을 지적한 것이다. 같은 방식으로, 내가 교직이수를 선택하며 고민했던 ‘인간 선생님’에 대한 생각들을 되짚어보면 어떨까.     


교직이수를 망설였던 가장 큰 이유는 가르치는 일에 대해 다소 회의적인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하면 대표적으로 ‘로봇 선생님’이 떠오르듯이, ‘미래에는 인공지능이 가르치는 일 정도는 거뜬히 해낼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예컨대 VR, AR 등은 제한된 학습 환경을 무한으로 확장시키는 한편, 최근에는 학습 태도를 인식하고 잔소리를 하는 인공지능까지 출시되었다고 하니 말이다. 나아가, 인공지능은 무의식적으로 개인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인간지능과 달리 보다 객관적인 교육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처럼 인공지능은 이미 인간의 교육을 보완하기에 훌륭한 능력을 갖추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이 인간 선생님을 대체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곧, 인공지능이 인간을 위협할 만큼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단정 짓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보다 이 두려움의 본질은 교육에 대한 인간의 끊임없는 고민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한 학생이 “우리 엄마, 아빠는 나를 사랑할까요?, 그걸 어떻게 알 수 있죠?”, “저는 왜 꿈이 없어요?”와 같은 질문을 했다고 가정해보자. 이는 ‘계산’이나 ‘인공’의 성격보다는 저자가 강조한 ‘생각’ 혹은 ‘마음’과 밀접하게 관련된 질문들이다. 다시 말해, 로봇 선생님이 아무리 뛰어난 계산 능력으로 무수히 많은 데이터를 학습했다고 하더라도, 정답을 도출해내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그러니 인공지능이라면 이런 곤란한 질문들을 능숙히 처리하고 언젠가는 인간 선생님을 대체하리라고 보는 관점은 무책임하기까지 하다. 학생의 생각과 마음에서 나오는 배움의 출발점은 -인공지능과 별개로- 인간 교육자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논의되어야 하는 부분임에 의심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와 보자. 책에서 저자는 “나는 이 책을 통해 초인공지능의 불가능성을 보였다”1)며, 인간과 구분될 수밖에 없는 인공지능의 자리를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이를 통해, 인간은 ‘인간이라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인공지능과 분명한 차이를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래사회에 인공지능이 인간과 매우 유사한 형상과 더욱 뛰어난 지능을 갖게 되더라도, 인공지능의 본질은 어디까지나 인공지능일 뿐이기 때문이다. 반면 인간은 ‘인간’으로서 자신의 존재 자체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할 수밖에 없다. 바로 그 고민의 과정에서 인간은 인공지능과 우열을 다투기보다는, 이를 올바르게 사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인공지능을 올바르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관심을 갖는 것이 우선이다. 예컨대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에서 기사도 정신에 취한 돈키호테는 풍차를 거인으로 착각한 채 “도망가지 말아라, 이 비열한 겁쟁이들아. 이 기사님께서 너희들을 대적하러 왔노라”2) 라고 당당하게 외친다. 돈키호테와 같이 인공지능에 대한 근거 없는 환상이나 두려움에 사로잡히기 않을 때, 우리는 비로소 거인과의 대결에서 벗어나 풍차를 바로 알고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을 비롯해 미래사회에 빛날 과학 문명의 발전 앞에 돈키호테가 되지 않기 위해서, 지금 우리는 인공지능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      



1) 김재인, 『인공지능의 시대, 인간을 다시 묻다』, 동아시아, 2017, 359쪽.

2) 미겔 데 세르반테스, 『돈키호테』, 시공사, 2011, 1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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