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계속해서 평가받는 입장을 자처하는가
JTBC에서 방영한 비긴 어게인 시리즈를 좋아한다.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인정받는 가수들이 만나서 콜라보하는 흔치 않은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즐겁다. 워낙 실력이 좋은 가수들이니 공연의 질은 보장되어 있고 나는 행복한 마음으로 시청한다. 나의 감동을 방해하는 한 가지 요소가 있는데 바로 외국인들의 리액션 장면이다. 나는 너무 좋아서 감동받고 있는데 무덤덤한 외국인의 리액션 컷이 갑자기 나오면 나의 감동이 순간 멈춘다. 저 사람 마음에 들어야 하는 것도 아닌데 저 사람의 반응에 영향을 받는 나 스스로에게 짜증이 난다.
왜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대우를 받는 가수들이 굳이 해외에 나가서 평가받는 입장에 놓이는가. 만약 기획의도가 외국에 가서 자유롭게 노래하는 아티스트의 모습을 담고 싶었던 것이면 외국인들의 리액션을 덜어냈으면 좋겠다. 외국인들도 알아들을 수 없는 가삿말을 듣고 감동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지나가다가 버스킹을 건성으로 보고 지나가는 외국인들의 모습을 보면 외국에서의 한국인들의 위치를 느낀다.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인정받는 사람들이 버스킹을 해도 한번 흘깃 보고 지나친다. 저 사람들은 신경도 안 쓰는데 왜 우리는 서양인들의 마음에 들기 위해 애쓰는가.
저 공연이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 공연인지도 모르는 사람들 대신 나에게 기회를 주기를 바란다. 내가 간다면 정말 열심히 호응하고 박수 쳐줄 준비가 되어있다. 그래서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국내에서 촬영하게 된 ‘비긴 어게인 코리아’가 좋았다. 가수들이 본인들의 실력과 커리어에 걸맞은 관객들의 호응과 사랑을 온전히 받는 모습에 흐뭇했다. 시큰둥하게 반응하는 서구권 외국인들 사이에서 인정받으려고 노력하는 게 아니라 우리나라 가삿말을 이해하고 충분히 감동하는 관객들에게 공연을 볼 기회를 주는 게 좋지 않을까.
윤식당 시리즈도 같은 맥락이다. 이건 외국인들이 손님으로 오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더 그들이 우리의 음식과 문화를 마음에 들어하는지 아닌지를 계속 살펴야 한다. 나도 모르게 외국인들의 반응을 살피고 눈치를 보고 있었다. 출연진들의 케미는 좋았지만 프로그램을 보는 동안 외국인들로부터 모든 것이 평가받는 위치에 놓이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외국인들이 인정해주면 우리나라 문화의 가치가 높아지는가? 음식이 더 맛있어지는가? 외국인이 인정을 안 해주면 음식 맛이 떨어지는가? 왜 그렇게 인정받고 싶은가.
이렇게까지 기뻐해야 하는 건가?
최근 몇 년 간 BTS, 영화 기생충과 미나리 등등 한국 문화가 해외에서 인정받고 있다. 기쁘지만 한편으로 너무나 열광적인 국내 반응에 나는 불편하다. 서양에 인정을 받는 게 그렇게 기분이 좋을 일인가? 빌보드 차트, 그래미 어워즈, 아카데미 시상식 등 우리나라에서 '성공'을 이야기할 때 자주 거론되는 지표들이다. 세계의 문화가 미국을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러나 서양이 우리의 문화를 알아줬다고 해서 대서특필하면서 기뻐해야 할 일일까에 대해 의문이 든다.
우리가 '서양에 어떻게 비치는지'를 너무나 중시하는 것 같다. 만약 서양을 우리와 동등하게 생각했다면 지금과 같이 빌보드 진출과 각종 수상 소식에 뜨겁게 반응했을까. 서양이 아닌 다른 국가의 시상식에서 수상했어도 이러한 반응이 나왔을까. 이런 격한 반응에서 우리가 서양을 우러러보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그래서 나는 이 축제 분위기에서 어정쩡한 상태로 마음껏 기뻐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