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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빛 Apr 11. 2021

할 말은 많았지만 하지 못했습니다.


“너도 참 피곤하게 산다.” 


 엄마가 나한테 자주 하시는 말씀이다. 그렇다. 나는 예민하다. 예민 보스다. 이참에 예민함이 내 재능이라고 생각하고 글을 써보려고 마음먹었다. 


 내 기준에서 영 아니다 싶은 말들을 들으면 호감이 가던 사람에게도 정이 뚝 떨어진다. 그렇다고 겉으로 티를 내지는 않는다. 저 사람도 나름의 장점이 있고 방금 나를 실망시킨 그 말에도 어떤 의도가 있었다기보다는 그 부분에 대해 무신경한 사람이기 때문이겠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슴속에 자리 잡은 찜찜함과 답답함은 해결되지 않는다. 겉으로는 괜찮은 척하면서 참아왔다.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면 유별나고 예민해 보일까 봐 걱정됐다. 이것도 불편하고 저것도 불편하다고 선 긋고 살다 보면 내가 살 수 있는 곳은 내가 서있는 딱 그 정도 공간뿐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불편한 마음을 직접 앞에서 말하는 대신 나와 같은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의 글을 찾아다녔다. 동지를 찾으려 검색창에 그날 마음에 걸렸던 단어를 검색했다. 동지를 찾게 되면 안도하거나 속 시원했지만 찾지 못하면 내가 유독 예민한 사람인 것 같아 내 성격 탓을 하며 잠들었다. 


 PC(political correctness, 정치적 올바름)하려면 구구절절하게 해야하는 말들이 많아진다. 선비, PC충 혹은 진지충이냐는 소리를 들을까 봐 차마 말하지 못했다. 하지만 계속 이렇게 참고 말하지 않다 보면 다수라는 이유로 자신보다 소수인 사람들을 배제하는 일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일들에 대해 고민조차 안 해보는 것은 게으름이라고 생각한다. 귀찮고 불편하다고 모른 척 지나가는 게 아니라 내가 하는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고쳐나가야 한다. 


 사실 일상생활 속에서 상대방에게 하나하나 지적하면서 살아가기란 너무 껄끄럽다. 나는 일상생활을 하면서 마음속에 있는 말의 반의 반도 꺼내지 못한다. 그 대신 혼자 있을 때 이렇게 글로 쓴다. 대놓고 말하지 못하고 혼자 책상 앞에 앉아 글로 해소하는 나라서 좀 더 간절하게 글로 표현할 수 있는 것 같다. 


 예민한 사람처럼 보일까 봐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속에 묵혀둔 말들을 풀어놓을 것이다. 나의 글이 일상 속에서 불편함을 느끼며 고민하는 누군가에게 여기에도 당신처럼 참 피곤하게 사는 동지가 있다는 위안을 줄 수 있다면 기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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