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먹고 싶다는 말은 살고 싶다는 말과 등치라고 했던가
누가 먹고 싶다는 말은 살고 싶다는 말과 등치라고 했던가. 나는 요즘 아주 왕성하게 살고 싶은가 보다. 이상 식욕을 떠나서 나는 늘 자신을 먹이는 일을 가치있게 여긴다. 그중에서도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이는 일을. 장보기부터 재료 손질, 조리, 뒷정리, 설거지까지 줄줄이 따르는 노동을 기꺼이 하고 나면 기분이 나아질 때가 많다.
조금 전에 장을 봤다. 올해 2월에 산 250mL 짜리 올리브 오일을 이제서야 다 썼다. 이번엔 500mL로 샀다. 그것 말고는 도톰한 키친 타올이랑 명란 파스타 재료, 다 때려 넣고 끓이기만 하면 되는 떡볶이 재료 세트와 닭 안심 한 팩을 샀다. 장 볼 때마다 뭐 새로운 거 하나 해 먹자고 이것저것 장바구니에 담다 보면 수만 원은 그냥 나온다. 같은 걸 여러 번 해 먹을 수 있는 양이긴 하지만 줄곧 먹을 수도 없고. 식재료가 비싼 도시에서 혼자 사는 삶이란 좀 서글플 때가 많다. 그래도 이것저것 자꾸 만들어 봐야겠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요즘엔 시간이 많으니까.
그래서 뭐 맛있는 걸 만들 거냐고 하면 사실 딱히 할 말이 없다. 여전히 조리가 간단한 선에서 해 먹고, 아마 앞으로도 그럴 거다. 시판 소스에 채소나 치즈를 곁들이는 파스타, 빵이랑 버터, 가공육, 치즈, 샐러드 조합, 구운 고기나 채소 정도가 집에서의 주식이라면 주식이다. 밥 짓는 게 번거로워 밥솥을 치우고 보니 반찬 삼을 음식은 안 만들게 됐다. 덮밥이나 정식 같은 게 먹고 싶으면 밖에서 사 먹는다. 효율적이라 좋다.
언제 연어랑 삶은 달걀을 올린 스뫼레브뢰—오픈 샌드위치라고 하면 편하겠지만 굳이 이 단어를 쓰고 싶다—를 만들어 먹고 싶다. 딜을 꼭 올려서. 국문 제목이 영 별로인 프로그램 ‘필이 좋은 여행, 한입만! Somebody Feed Phil’ 코펜하겐 편에 나온 걸 본 뒤로 꼭 만들고 싶어졌다. 온라인몰에 딜을 안 팔기에 이번엔 관뒀다. 다음에 공덕이나 연희, 아니면 신촌에서 실물로 장을 봐다가 만들어야지.
“밥은 먹고 댕기나?” 오늘 엄마는 무소식으로 일관하는 딸에게 연락해서 이렇게 물었다. 유독 먹는 걸 신경쓰는 엄마의 단골 질문이다. 걱정 섞인 안부 인사에 나는 매번 “응”그러고 말았는데, 다음에는 조금 긴 답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