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찬가

오늘 이 땅에 구태여 한마디 더하지 않았던 사람을 찬미하며

by 목격자

이제껏 내가 말이 많다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어릴 때부터 “원래 그렇게 말이 없니?”, “너는 말을 많이 안 하니까” 같은 말을 수없이 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아주 어릴 때는 말 많은 엄마와 외가 식구가 만든 ‘내성적인 사람’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지냈는데, 그 탓에 웃고 장난치며 말을 하는 일이 어색해진 적도 있었다.


나는 늘 다른 사람과 쉽게 말을 섞지 못하는 성격이 딱히 약점 같지도 않았을뿐더러, 하고 싶은 말은 웬만큼 다 내뱉고 사니 이 정도면 말을 딱 적당히 하는 편이라고 생각했다. 정작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타인이 매일 웃고, 말도 많이 하고, 친척들이랑도 친하게 지내라고 하니까 오히려 반감이 생겼다. 사람들은 말이 없는 것에는 ‘원래 그렇게’ 같은 말로 문젯거리 치부하면서 말이 많은 것에는 “아이고, 참 말 많네” 쉬운 짜증을 내는 데 그쳤다. 나는 시간 모르고 말을 잇는 사람과 함께 있는 일이 오백 배는 더 피곤했는데 말이다.

오늘 나는 처음으로 내가 말이 많은 사람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대체로 적당히 말을 하는 사람이지만 그제와 오늘 몇 시간 동안 너무 많은 말을 뱉어버렸다. 말을 하는 동안에는 낙하하는 롤러코스터처럼 걷잡을 수 없이 나밖에 모르는 상태가 되었다. 이쯤에서 그만 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그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청자의 얼굴에서 피곤함을 엿보고 나서도, 시작한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계속해서 말을 했다.

문득 어릴 적 말 없는 걸 문제 삼던 사람들이 괘씸해졌다. 모두가 롤러코스터인 세상이 얼마나 끔찍할지 상상이나 해봤던 걸까. 오늘밤 나는 돌진하는 이야기를 들어준 사람들에게 몰래 감사 인사를 한 다음, 내일과 모레는 많은 말을 하지 말아야지 반성할 것이다. 마지막 순서로 오늘 이 땅에 구태여 한마디 더하지 않았던 사람만을 찬미한 뒤 죽은 듯 잠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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