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나는 언제부터 엄마의 전화를 드물게 받는 자식이 되었나

by 목격자

본가에 다녀온 후로 엄마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엄마는 내가 통화를 하고 싶지 않을 때에 전화를 걸었다. 아니면 정말 엄마의 전화를 받고 싶지 않았던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언제부터 엄마의 전화를 드물게 받는 자식이 되었나. 엄마와 나의 가치관이 무척 다르다는 것을 안 때는 수년 전이다. 그의 품을 떠나 산 지 10여 년이니 그의 가치관이 곧 나의 가치관이던 시절은 아득한 과거가 되었다. 엄마와 내가 함께 있는 식탁에서는 격차를 좁힐 수 없는 논쟁이 벌어졌다. 나는 페미니즘과 법륜스님이 맞붙는 식탁에 앉는 일이 즐겁지 않았다. 아마 그도 마찬가지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더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논쟁적인 사안은 부러 걸렀다. 그러나 그런 사안이야말로, 나에게 정말로 중요한 것이라는 사실은 거를 수 없었다.


어제는 엄마의 전화를 받았다. 다음 일요일에 서울에 갈텐데 잠시 얼굴을 볼 수 있냐고 했다. 나는 학원 수업을 연유로, 그 날이 되어보아야 알 것 같다고 했다. 인정머리 없는 자식의 말에 엄마는 "말이라도 좀 그러지 말지, 엄마 온다는데 수업 빼먹고라도 만나러 가겠다 그러면 안 되니?" 핀잔을 주었다. 나는 끝까지 정답을 내놓지 않았고 친구와 저녁을 먹어야 한다며 3분만에 전화를 끊었다.


매정한 자식에게도 엄마는 어쩔 수 없는 엄마라, 나는 그를 사랑할 수밖에 없고 그래서 이런 걸 쓰면서 눈물이 서리고 콧잔등이 시큰해 오는 걸 느끼고야 만다. 그러나 그럼에도 나는 영원히, 그가 나를 사랑하는 것만큼 그를 사랑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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