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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정N Feb 02. 2019

남에게 나를 드러내는 일에 관하여

나는 이래서 우울하다

최근에 업무 상의 이유로 SNS를 시작했다. 그동안 SNS를 하지 않은 건 여러 이유에서였는데, 나를 드러내는 일이 과시라고 생각하기도 했고, 만약 과시라면 그런 사람이 되지 않겠다는 자기 최면이기도 했으며, 행복하지도 않은 주제에 온라인 상에서 행복한 척 할 내 모습이 진절머리 나기도 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큰 이유는, 남들이 보여주는 자신의 이야기를 감당할 각오가 되어 있지 않았다. 



몇 번이나 느낀 기분이었는데, 때때로 남들이 자신의 계정에 힘든 일을 토로하거나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일에 나는 굉장히 취약했다. 숨이 턱 막히고 아득해지는 기분이었으며, 남의 비밀을 몰래 알게 된 것 같아 불편하고 또 불편했다. 난 이 사람의 치부를 알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왜 나한테 이런 걸 알게 하는 거야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걸 들은 만큼 나를 드러내야 할 것 같은 기분에 휩싸였다. 



생각해보면 이건 내가 가진 두려움 때문일 거다. 나를 드러내는 것, 나를 보여주는 것에 대한 거부감, 그리고 두려움. 그리고 이건 내가 가진 지독한 방어기제다. 상처받기 싫어, 날 미워하지 말아줘, 그러니까 난 애초에 너에게 미움받을 만한 부분은 보여주지 않을래. 



사람을 만나는 건 언제나 즐겁고 에너제틱한 일이지만, 언제나 그 사람들이 나를 떠날 수 있다는 걸 진리처럼 믿고 살아왔다. 남자친구와 헤어진 이후 사랑했던 사람과도 언제든지 남이 될 수 있다는 걸 느꼈고, 남들한테는 그저 하나의 경험처럼 다가왔을 이 일이 나에게는 너무나 큰 충격이었다. 넌 우리 엄마처럼 죽은 것도 아니잖아, 어쩔 수 없이 날 떠나야 하는 것도 아니었잖아.



그래서 더 사람들에게 나를 드러내는 게 어려웠다. 내가 이런 사람인 걸 알면 네가 실망할까봐, 그리고 우리 사이 거리가 더 가까워지면 언젠간 멀어질 수 밖에 없을까봐. 그래서 그냥 이런 사람인 척 나를 숨기고, 네가 좋아할 만한 이야기를 하고, 자신을 털어놓는 친구에게는 왠지 모를 거부감과 역겨움을 느끼며 그렇게 점점 미쳐갔다. 관계의 본질을 모르고, 사랑의 진심을 모르고. 



나는 지금 병원을 다니지 않기 때문에 예전에 비해 내가 크게 나아졌는지는 알 수 없다. 아니 오히려 악화되었을지도 몰라, 일년 만에 다시 병원을 찾아가보고자 한다. 내가 이런 애라는 걸 자각한다는 건 분명 큰 성과지만, 알면서도 여전히 똑같은 마음 밖에 갖지 못하는 건 내 의지가 아니므로. 그리고 이건 그런 우울증의 늪에서 빠져나오고 싶은 나의 일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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