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해외살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웃사이드 더 시티 Oct 18. 2017

아시안 여자로 산다는 것

유럽에서나 한국에서나 아시안 여성은 공격받기 쉬운 소프트 타겟이다. 혼자 길을 걸을 때마다 이상한 사람들이 다가와 니하오 곤니찌와 치노 닌자를 외치며 비웃고 지나가고는 하는데 이 것은 나의 일반적인 하루의 일상이다.


이보다 심각한 희롱은 저녁에 혼자 걸을 때 일어나는데 "Hey baby, where are you going?" "Your legs look sexy" "How much do I need to pay to take your massage?"와 같은 성희롱이 여기저기서 날아온다. 어떤 사람들은 무시해도 계속 따라오거나 신체 접촉을 하려 하기도 했고 갑자기 왁 소리를 질러 놀라게 하기도 했다. 한 번은 길을 걷고 있는데 술 취해 보인 듯한 사람이 내 쪽으로 오길래 옆으로 피했다. 옆으로 피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은 내 어깨를 있는 힘껏 부딪혀서 나는 그 자리에서 내동댕이쳐졌다. 약해 보이는 행인을 대상으로 하는 묻지 마 폭행 King hit인데 그 사람은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지나갔다. 순간 내가 이렇게 까지 당하며 이 곳에 있어야 하나 회의감이 들었다. 놀랍게도 남자 친구와 같이 집에 오던 길 그 사람을 다시 마주쳤는데 남자 친구와 함께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피해서 돌아가는 게 아닌가... 나는 남자 친구의 보호를 받아야만 밖에 나갈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이 슬퍼졌다. 5년을 이 곳에 거주한 다른 아시안 여성 친구들도 절대 밤에는 혼자 나가지 않고 항상 남편과 동행을 하는데 그저 아시안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왜 이런 일들을 당해야만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유럽 친구들은 그 사람들이 터키나 모로코계 이민자 아니면 난민들일 거라고 얘기했지만 꼭 집어 아시안 여성들을 괴롭히는 사람들은 특정 신분과 인종과는 관련 없이 현지인, 외노자, 이민자, 난민 등 다양했고 그저 자신보다 더 약해 보이는 타겟을 괴롭히는 못난 사람들이었다.


유럽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차별과 공격을 받는데 한국에서는 그 조건이 달라진다. 외국인 즉, 코카시안 남성과 함께 있을 때에 해당한다. 한국에서 받는 공격은 약자를 괴롭히는 종류의 bullying이 아닌 서양 남자를 만나는 자국 여자에 대한 편견에서 비롯된 공격이었다. 유럽에서 친하게 지냈던 한 친구가 한국에 여행 와서 한 달간 관광시켜 주었는데 나를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과 차별은 길바닥에 내동댕이 쳐졌을 때보다 아팠다.



카페에서 친구와 이야기하고 있었더니 옆 테이블 아줌마 아저씨들이 내게 "한국인은 한국인끼리 만나야지. 아가씨 동남아 사람이야?"라고 핀잔을 주었다. 또 어떤 카페에서는 주인아주머니가 나갈 때까지 계속 째려보며 포크를 테이블에 쾅 집어던지고서는 정확히 "xx 년"이라고 중얼거렸다. 몇몇 친구들에게선 서양 남자들은 질이 안 좋으니 조심하라는 충고를 들었다. 그들의 편견과 오지랖에 나는 조금씩 지쳐갔고 멀리서 찾아온 친구에게 바빠서 못 나간다고 변명을 하며 친구를 멀리하게 되었다.


그 친구가 다시 유럽으로 돌아갈 때 같이 여행해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한국에 대한 나쁜 인상을 주고 싶지 않아 내가 들었던 말들을 통역해주지 않았던 사실을 털어놓았다. 친구는 차별은 어디에나 있으니 신경 쓰지 말라고 했지만 백인 남성으로 태어나 나와 같은 차별은 당해본 적이 없기에 내가 느낀 고통이 얼마나 큰지 헤아리기 힘들 것 같다고 얘기했다.


유럽에서도 공격을 받고 한국에서도 공격을 받는 나는 도대체 어디에 있어야 하는 걸까? 그 사람들의 말대로 나는 한국 사람들하고만 어울리며 한국에만 있어야 하는 걸까 아니면 부르카라도 뒤집어쓰고 나가야 하는 걸까. 그저 평범하게 혼자 산책하고 친구들을 만나고 사랑하는 사람과 연애하고 싶을 뿐인데 평범한 삶을 누리는 것에는 거대한 인종의 장벽이 있다는 것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왜 사람은 다른 사람을 피부색과 인종과는 관련 없이 그저 다른 하나의 똑같은 사람으로 바라볼 수 없는 걸까?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인지 아닌지는 피부색과 국적을 보고 판단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을 겪어봐야지 판단할 수 있다. 편견을 허물고 다른 국가의 사람들을 그저 나와 같은 '사람'으로써 바라보아주었으면 한다.


최근 네덜란드와 프랑스에서는 캣콜링이 법적으로 금지가 되었는데 이유 없이 아시안 여성들에게 내뱉는 인종차별적인 희롱들 또한 잘못된 행동임을 정의하고 우리의 인권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함께 목소리를 내었으면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옐로 피버(yellow fever) 가려내는 방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