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해외살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웃사이드 더 시티 Nov 01. 2017

인종차별 대처


유럽에 지내는 동안 참 다양한 형태의 인종차별을 당했는데 종류는 이와 같다.



니하오 곤니짜와


그 외에도 칭챙총, 닌자, 스시, 치노, 합장, 눈 찢기 등이 있다. 몇몇 사람들은 아시안에 대한 인사라고 주장하지만 안타깝게도 나에게 이런 말을 했던 99%는 킬킬 거리며 놀릴 목적으로 다가왔었다.

유럽에 10년 이상 거주한 중국인, 일본인 친구들도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인상을 찌푸렸는데 처음에는 놀리는 건지도 몰라서 혼자 반갑게 Hi, I’m from Korea 손을 흔들며 인사하곤 했다. 그러나 그들은 이런 나의 반응을 보고 깔깔대며 더욱 신이 나서 놀렸다. 유럽인 친구들에게 하소연하니 “걔네는 너가 아시안 여자라서 놀리고 싶은 거야. 같은 유럽인끼리는 모르는 사람한테 그렇게 인사 안 해.”라는 말을 듣고서 순수하게 인사하는 목적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다. 이들이 이런 식으로 놀리는 것은 초등학생 시절 짓궂은 남자아이들이 자기보다 피부색이 어두운 친구에게 “야 아프리카 깜둥이!” 하면서 놀리는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정말 나와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접근했던 일반적인 사람들은 “Good morning. How are you today?”, “It’s very hot today, isn’t it?”, "I've been to Asia"와 같이 예의를 갖추고 말을 걸었다.

그 이후로는 초등학생보다 못한 어른들이 짓궂은 장난을 치거든 그들의 무지에서 나오는 장난이 인종차별임을 정의해주었다. 혀를 쯧쯧차며 "Do you know what the hell are you doing? That's creepy racism." 얘기하니 보통 뻘줌해하거나 자기는 인종차별자가 아니라고 반발했는데 나에 대해 알지도 못하면서 동물원 원숭이에게 돌을 던지듯이 니하오 곤니찌와를 외치는 행동을 똑같이 다른 지나가는 유럽인들에게 킬킬 거리며 봉쥬르! 할로! 스파게티라고 외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확연한 차별이다.

같은 학교 학생 중 아시안 학생들만 보면 니하오 곤니찌와를 외치면서 어디서 왔는지 정답 맞히기 놀이를 하는 학생이 있었는데 쉬는 시간에 "너 그거 진짜 무례한 거 아니?"하면서 야멸차게 쳐다보니 그 친구는 본인이 뭘 잘못했냐는 표정을 지었다. "너 항상 아시안 학생들한테만 그 장난치잖아. 우리가 너한테 챠오? 멜하바? 하면서 네가 어디서 왔는지 내기한 적 있어? 우리는 동물원 원숭이가 아니야." 하며 따지니 다른 친구들이 와서 원래 좀 모자란 친구니 이해해달라고 말렸다. 나중에 그 친구는 정말로 그게 기분 나쁘게 하는 건지 몰라서 그랬다며 사과했는데 그 이후로 절친한 친구가 되어 아시아 문화에 대해 많이 알려주게 되었다.

한 번은 호스텔에서 같이 지내던 이탈리안 버스 운전기사 아저씨가 나를 볼 때마다 박장대소하며 "Speak Chinese! Speak Chinese!"를 외쳐서 한국인이라고 하니 아니나 다를까 "North or South?"라고 물었다. 그래서 "어떤 멍청한 나라가 북한이 민간인 여행을 허용하는 민주주의 국가라고 가르치지? 너네 나라는 모든 아시안이 중국어를 말한다고 가르쳐?"라고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이야기하니 그다음부터 나를 놀리는 것을 그만두고 사람 대 사람으로서 이야기하게 되었다.

과거에 Nigger는 단지 원주민 종족 니그로이드를 뜻하는 단어였다. 그러나 12세기부터 원주민들이 노예로 지내면서 백인들이 놀리는 의미로 변형 되었는데 현재는 인종차별적인 어원 때문에 사용이 금지가 되었다. 물론 원주민들이 당했던 비애와는 비교 불가 대상이지만 니하오, 곤니찌와 또한 한 인종을 놀릴 목적으로 쓰이고, 다수의 동양인 심지어 중국인, 일본인 조차도 이 인사법을 불쾌하게 느낀다면 폐지가 되어야하는 게 맞지 않을까?




2 Catcalling (성희롱)


니하오 곤니짜와를 들을 때보다 더한 상황이 캣콜링을 당할 때인데 여성일 경우 보통 1번의 상황과 연계되어서 나타난다. 혼자 걷고 있을 때마다 쫓아와서는 너에게 마사지를 받고 싶다, 아시안 여자는 피부가 좋다, 재패니즈 포르노 비디오를 찍은 적이 있냐 등 인종차별적 성희롱을 하며 집적거리는데 보통은 무시하고 지나가면 따라오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끈질기게 따라오며 캣콜링을 하는 놈도 있었는데 지나가다 경찰차가 보여서 "저기 경찰차 보이지?"하니 "니가 그래서 어쩔 건데?" 소리 지르며 반대 방향으로 도망갔다. 이런 경우는 큰 대로변으로 빨리 걸어 나와서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경찰에게 이야기하자.

제발 모르는 사람이 갑자기 다가와서 Beautiful, Cute, Where are you going baby하면 땡큐하거나 미소짓지 마세요! 호의가 아니라 성적 대상으로 바라보는 겁니다.

최근 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 이탈리아, 포르투갈에서는 캣콜링이 법적으로 금지되었는데 사실 허울뿐인 법이라 실행은 잘 되지 않고 있다. 이런 머저리들이 있을 경우 인증샷을 찍고 피해 내용을 기술해서 인스타그램 @dearcatcallers에 제보하자. 그들의 부모님과 부인 혹은 딸이 자랑스러운 그들의 얼굴을 볼 수 있도록!

캣콜링 피해자를 위한 인스타그램 계정 @dearcatcallers



3 Microaggression (미묘한 차별)


이 미묘한 차별은 대부분 인종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을 기준으로 내뱉는 말들인데 내가 겪은 경우는 모든 한국 여자는 성형을 받냐, 너는 쌀만 먹냐, 어딜 가나 매일 셀카를 찍냐고 물어보고 루시 리우, 장쯔이 등 할리우드 아시안 여배우들 이름을 대면서 나는 그들과 닮았다고 하는 일 등이 있었다. 그 외에 아시안은 팁을 안 줄 거라는 편견을 갖고 일부러 아시안 테이블은 무시하고 지나가거나 발음이 이상해서 주문을 못 받겠다 핀잔을 주는 등 또한 이 미묘한 차별에 속한다.

사실 나는 유럽에 있는 동안 쌀을 먹은 것은 손에 꼽힐 정도로 많지 않았고, 셀카 찍는 것도 싫어한다. 또 학교에서 성형을 많이 하고 매일 셀카를 찍는 친구들은 아시안 학생들보다 라틴 국가 친구들이 더 많았다. 그렇기에 이런 황당한 동양인에 대한 스테레오타입을 내게 적용하려 할 때마다 "Depends on the person", “I’m myself.”라고 대답했다. 레스토랑에서는 친절한 웨이터들에게 팁을 듬뿍 주고, 차별하는 웨이터들이 있을 경우 이름을 기억해뒀다가 매니저에게 항의했다.

이런 미묘한 차별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편견과는 다른 나만의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고 생각한다.

+ 유럽 여행 중 레스토랑에서 웨이터들이 컵받침을 테이블에 휙 던지고 가는 일을 경험한 여행자들의 글을 자주 발견하는데 독일 레스토랑에서 일했던 직원 말에 따르면 이것은 ‘당신에게는 서비스하지 않겠다.’는 표시이니, 이런 일을 당할 경우 당장 그 자리를 박차고 나오길 바란다.





많은 사람들이 인종차별을 당할 때마다 그냥 무시하라고 조언했지만 무시가 정말 최선의 방법일까?

왜 아시안은 다른 인종에 비해서 월등하게 더 많은 차별을 당할까? 인종차별을 당할 때마다 기존 아시안들의 대처는 그저 참고 넘기거나 무시하는 방법이었다. 안타깝게도 무시할 경우 동양인은 수줍어서 아무 말도 못 하는 약자라는 스테레오타입만 더 굳건해질 뿐이고 그들은 그 행위를 해도 괜찮다고 정당화하며 또 다른 아시안에게 반복한다. 그렇기에 그들의 무지한 장난과 성희롱, 미묘한 차별들이 굉장히 무례한 것이며, 인종차별적 행위(캣콜링의 경우 범죄)임을 따끔하게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

이들 모두의 공통점은 단 한 번도 아시아에 가본 적이 없다는 것인데 그들이 생각하는 문화적 편견과 소극적인 아시안이라는 프레임을 깨고 당당한 성인의 모습으로 대면한다면 적어도 그들이 초등학생보다 못한 장난을 치는 일은 줄어들지 않을까?

우리는 모두 인종과는 관련 없이 한 명의 사람으로서 대우받을 가치가 있는 소중한 사람들이다. 어깨를 당당히 펴고 우리의 인권을 함께 찾아나가자, 파이팅!



매거진의 이전글 아시안 여자로 산다는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