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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웃사이드 더 시티 Nov 28. 2017

사람사는 세상

존경받는 사람이란

유럽에 오고 난 뒤 지루해서 친구 직장에 내 집처럼 뻔질나게 다녔다. 하도 자주 방문했더니 직원 대부분이 내 안면을 익혔는데 회사 바비큐 파티 초대 문자를 받을 정도로 친해졌다.

직원들의 일하는 모습을 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사람 사는 풍경은 어딜 가나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유럽 곳곳에서 온 직원들이 한 공간에 모여 일을 하는데 이 곳에도 깐깐한 보스가 있고, 월급을 루팡하는 직원도 있고, 회사에 염문을 뿌리고 다니는 가십걸도 있고, 조금 능력이 모자란 직원들도 있다. 


물론 이 곳도 이익을 창출하는 회사인지라 이왕이면 업무를 빨리 처리하고 이해력이 빠른 유능한 사람을 선호한다. 그러나 가장 직원들 사이에서 신뢰를 받는 직원은 성실한 사람이었다. 그 사람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항상 군말 없이 묵묵히 자기 일을 수행한다. 부서가 통폐합이 되고 직원들 간의 분란이 있어도 혼란스러울 때마다 중심을 잡고 동료들이 곤란한 상황에 처할 때 기꺼이 도와주었다. 그 사람은 가장 직급이 낮은 직원이지만 모든 직원들이 그와 함께 일하고 싶어 하는 것을 보며 성실한 사람은 어딜 가나 인정받는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


최근 아버지의 병원을 물려받은 한 친구와 허심탄회하게 미래에 대한 걱정들을 이야기했다. 그 친구는 젊은 나이에 부와 명예, 모든 것을 다 갖춰서 인생에 고민이라고 없을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이 친구도 나름대로의 고민이 있었다. 유럽도 점점 자본주의 사회로 변해가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병원들이 의료 시장을 독점하고 의사와 병원들이 계속 쏟아져 나와 그들과 경쟁하느라 두발 뻗고 자는 날이 없다고 한다. 또, 문제 많은 직원들을 떠안고 진상 환자들을 상대하느라 골치를 앓고 있는 그 친구의 모습을 보며 CEO로서의 삶도 편치는 않다는 걸 느끼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원들과 고객들이 그 친구를 존경하는 이유는 하루 종일 수술 하느라 지쳐도 직장에서만큼은 힘든 내색 하나 않고 직원들의 소리에 귀 기울여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이었다.


여러 나라에 머물면서 기본적으로 나라와 문화를 떠나 사람의 심리는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은 누구나 고민을 갖고 있다. 그저 다른 형태를 하고 있을 뿐이다.

또, 어딜가나 존경받는 사람들의 이유는 단순했다. 그들은 어떤 문제와 고민이 있던 현재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버텼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계속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문제들을 해결하려고 했다. 그것이 그들이 존경받는 비결이 아닐까?

그들을 통해 나 자신을 되돌아보고 내가 일하는 자세를 다시금 점검하게 된다. 멋진 친구들을 만날 수 있도록 인도해 준 유럽이라는 대륙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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