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해외살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웃사이드 더 시티 Jan 21. 2020

대마초 중독자에 대한 고찰

더 이상 마약 안전지대가 아닌 한국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며칠 전 넷플릭스에서 방영하는 대마초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었다. 대마초가 새로운 의료 시장을 열었다며 대마초의 긍정적인 효과 위주로 편집을 했는데 부작용에 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마치 마리화나는 막을 수 없는 트렌드인 것처럼 대마초를 찬양하는 긍정적인 드라마와 영화들이 쏟아져 올라오는 것을 보고 탄식이 절로 나왔다.

내게는 마리화나를 청소년 시절부터 10년 이상 장기 흡연해온 지인 네덜란드인 K와 신천지에 빠진 캐나다인 P가 있다. 그들을 얕게 알고 지낼 때는 단순히 성격이 특이하고 자기만의 세계가 독특한 친구들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들을 깊게 알아갈수록 독특함이 아닌 정상인의 범주를 벗어난 비정상임을 하나씩 하나씩 발견하게 되었다.

둘의 증상을 비교하자면 K보다 P 쪽이 훨씬 심각했다. 네덜란드인 K는 국가에서 제공하는 대마초를 펴왔고, 캐나다인 P는 불법 마약상에게서 성분을 알 수 없는 대마초를 펴왔다.



신체적 부작용


하루 종일 일하는 시간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간에는 잠들어 있거나 피곤해있다.

에너지를 많이 필요로 하는 운동(축구, 농구, 헬스 등)은 할 수 없다.

운전도 불가능하다. 심지어 자전거를 탈 때도 P가 전혀 길이 아닌 이상한 비포장 도로 내리막길로 가서 근처에 있던 사람들 모두 기겁을 하며 여긴 길이 아니라고 소리친 적이 있었다.

금단 현상으로 갑자기 한 달만에 13킬로가 빠지며 거의 음식을 먹지 않는 현상을 보이다가 대마를 한 날은 다시 폭식을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금단 현상으로 수면 장애에 시달려 수면제 없이 못 잠

성 기능 장애 생김

둘 다 마리화나를 장기적으로 피다 보니 점차 THC 성분을 높여갔고, 그 후엔 더 강한 마약(오피오이드, 환각제, 머쉬룸 등)으로 갈아탄 경험이 있다. 그랬다가 잠깐 끊었어도 다른 것들(수면제, 항우울제, 카페인, 사이비 종교 등)에 의존한다. 결국 약 없이는 살 수 없는 몸이 되었다.

시각과 색상의 왜곡(다른 약물이랑 섞어서 했거나 THC 성분이 높은 걸 했을 때)

두 중독자가 사람을 보고 그린 그림. 왼쪽이 K 오른쪽이 P



심리적 부작용


비현실적인 생각 - 종교, 철학, 음악, 성적 판타지 등에 광적으로 집착하고, 현실적인 문제들(금전, 직업, 사회관계)등은 등한시한다. P의 경우는 빚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서울 역세권의 가장 비싼 오피스텔을 렌트하면서 사람이 살아가기 위한 목적은 천국에 가는 것이라는 비현실적인 사이비 교리에 빠져있고, K도 금전적으로 넉넉하지 않은데 어떻게든 될 거라며 세계 여행을 끊임없이 다닌다. 결국 둘 다 성인이 되어서도 금전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부모님에게 기대어 살고 제대로 된 정규 직업을 가져본 적이 없다.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 시절부터 장기 흡연을 해오면 IQ가 적어도 8점 정도 떨어져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떨어진다고 한다.


우울증/불안 증세 - 피다가 안 피면 금단 현상으로 심각한 우울증 증세를 보이며 자살이나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극단적인 감정 기복의 변화를 보이며 사소한 일에 불안해하고 극도로 예민한 모습들을 보였다.


편집증/피해망상 -  전혀 싸울 상황이 아닌데 본인을 공격한다 생각해서 뜬금없이 공격하고, 전혀 의심할 상황이 아닌데 의심을 하면서 원한을 품는 모습들을 자주 보였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어느 날 P에게 Excuse me sir이라고 했더니 자신에 대한 모욕이었다며 갑자기 돌변해 화를 내고, 제스처로 빵야빵야하는 장난을 쳤더니 자기를 죽였다면서 다 큰 어른이 이불속에 숨어 바들바들 떠는 기이한 행동을 했다. 또 목도리를 두르다가 목도리 끝자락이 P의 눈에 들어갔는데 자기를 공격했다며 지하철역 기둥에 밀쳐 이마를 박게 하는 공격성을 보이고 자기 베프의 여친에게는 자기 베프와 팔짱을 꼈다는 이유로 그 여자분에게 욕을 퍼붓기도 했다. 난데없이 멀쩡한 사람에게 욕을 해놓고 자기를 기분 나쁘게 했다며 그 여자분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게다가 본인이 사기 포교를 하다가 들켜서 그동안 왜 사기 쳤냐고 따졌더니 자신이 협박을 받고 있고, 인권 탄압을 받고 있다고 경찰에 신고를 했다. 본인이 2년간 거짓말로 속여 사기를 친 가해자인데 피해자로 인식을 하는 심각한 피해망상 증세를 보였다. 총체적으로 봤을 때 P는 재활 치료가 시급해 보인다. K와도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공항까지 가기 시간이 빠듯해 나는 다른 친구 차를 타고 일찍 떠나겠다고 하니, 자기와 더 있기 싫어 떠나는 거냐며 내 뺨을 때린 황당한 일도 있었다.


조현병 - P는 양성 증상인 환청/환각 증상도 있었는데 하나님이 자기에게 와서 빛을 보여주고, 자신에게 소리를 들려주었다고 한다. 본인이 우주의 진실을 알고 있고 천국과 지옥을 다녀왔으며 신에게서 음악적 재능을 받았다는 망상에 빠져 있다. 그러나 막상 성경에 대해서 물어보면 그에 대해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고 그가 말하는 천국과 지옥은 단순 마약 증상들이었다. 또한 그가 자부했던 신에게서 받은 음악적 재능은 일반인만도 못했다. 신천지 성경 공부를 하자고 끈질기게 요구하면서 매주 호러 영화의 귀신 나오는 장면만 돌려보고, 길바닥에 뿌려진 성인 찌라시를 보면서 "Should I call these girls haha"라며 웃거나 "You should entertain me"라며 성희롱을 하는 기괴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음성 증상으로는 둘 다 감정 표현이 극히 드물며 항상 로봇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데 웃어도 미미하게 입꼬리 근육만 살짝 올라가는 정도이고, 매사 의욕 없는 모습들을 보여왔다. 대화의 맥락이나 상대방의 감정이나 의도를 파악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보니 정상적으로 대화를 주고받는 게 불가능했다.


반사회적 행동 - 떳떳하지 못한 마약 경력과 과거를 숨기기 위해 밥 먹듯이 거짓말을 하고, 거짓말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더 큰 거짓말을 해왔다. 특히나 P는 영화관에서 같이 영화를 보는데 내 핸드폰을 몰래 훔치고 언제는 내가 화장실 간 사이에 내 핸드폰 비밀번호를 몰래 풀어 무언가를 설치하는 등의 행동을 해서 큰 충격을 줬다. 캐나다에 있던 당시부터 불법으로 마약을 구입하던 행동을 한국 와서도 답습하고 현재는 반사회적 종교 집단에서 남을 속이는 활동을 하고 있다.


사실 이들의 이상 행동은 나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 모두가 감지하고 있었다. 천천히 오랜 시간 동안 중독이 되어 본인 스스로만 증상을 인지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그들 주위엔 가족, 친인척, 몇몇 소수 친구 빼고는 주위에 아무도 남아있지 않다. 한 편으로는 본인들도 이런 부작용 때문에 계속 사회에서 고립되고 또 마약에 빠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걸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안타까운 마음에 관계를 유지하려 해도 지속적인 악영향을 끼쳐 결국 버티다 못해 관계를 끊어낼 수밖에 없었다.

본인들의 증상을 솔직하게 얘기해줘도 계속 마리화나는 안전하고 부작용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되려 화를 내서 설득하기를 포기했다. 대마 합법화 국가에서 사는 그들은 대마가 술 담배보다 중독이 없고, 의료 효과가 있다고 단단히 믿고 있지만 제삼자가 본 그들의 모습은 정상인과는 너무나도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합법화에 대해서는 정말 의료용으로 필요한 암 환자나 불안 장애가 있는 정신 질환 환자 등의 경우에 한해 허가해주는 것이라면 찬성하지만, 이 둘을 직접 옆에서 지켜보면서 같이 고통받았던 나로서는 일반인을 상대로 한 오락용 대마 판매는 절대 반대다.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미쳐버릴 것 같았는데 내 가족 혹은 미래의 내 아이가 중독자라면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것 같다.

 

마리화나가 다른 마약에 비해 약하다는 것일 뿐, 마리화나 자체가 안전하다고 일반화되어서는 안 된다. 한국도 더 이상 마약으로부터 안전한 나라가 아닌데 단순히 연예인들이 적발되었다는 것만 보고하는 것이 아닌 부작용의 심각성도 함께 보도해주었으면 바람이다. 또한 넷플릭스 같이 일반 방송사들보다 파급력이 큰 플랫폼이라면 대마와 환각제를 찬양하는 콘텐츠들을 올리는 것에 대해서 조금 더 신중하게 선별해야 하지 않을까?


마약 환자에 대한 처벌에 대해서는 조금 수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두 친구 모두 마약의 시작은 어린 시절 가정의 불화와 방치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가족들도 방치하다 보니 계속해서 고립이 되고 또다시 약에 손을 뻗는 악순환이 반복되었었다. 또한 본인들이 재활원이나 경찰서에 다녔던 과거의 경험들이 스스로 떳떳하게 하지 못하다 보니 사회로 복귀해도 일반인들과 어울리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고 다시 약쟁이 무리로 돌아가거나 사이비 종교로 귀의하게 되었다. 중독자를 범죄자로 분류해서 낙인을 찍고 처벌하는 것보다는 그들이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충분한 재활 훈련을 받을 수 있게 해 주고, 주변에서 따스한 관심을 가져주는 게 더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음 편



매거진의 이전글 성역할, 성평등에 대해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