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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웃사이드 더 시티 Jun 07. 2020

나이지리안 신천지 강사 F에 대하여

Ghosts of new heaven and earth

지난 글에 이어서 캐나다인 추수꾼 P가 가고 그 다음으로 아버지가 나이지리아에서 목사님인 나이지리안 강사 F가 접근했다. 신천지 8단계 섭외 전략에서 나는 거의 마지막 단계까지 간 상태였는데 이대로 놓치기는 아깝다고 생각했는지 그 이후로도 끊임없이 외국인 신천지인들이 접근해왔다.


신의 은총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그 남자는 자신은 무슬림들에게 핍박을 받고 있는 크리스천이라고 소개하며 은밀히 다가왔다. 유럽에 있는 동안 무슬림들에게 안 좋은 일을 당한 경험이 있던 나는 자연스럽게 매일 그와 이야기를 나누며 마음을 열게 되었다. 계속 이야기를 나눠보니 굉장히 똑똑하고 잘 배운 청년 같았다. 그러나 그의 마음속에 무슬림에 대한 증오로 가득 차 있었는데 내가 갖고 있던 무슬림 포비아와는 차원이 다른 다른 뼛속까지 사무치는 증오심이었다.

 

한 때 나도 모든 무슬림을 싫어하고 심지어 그 국가까지 증오하던 때가 있었다. 그 당시 철저한 무신론자였던 나는 오로지 반 이슬람이 되기 위해 기독교에 발을 들이게 됐는데 매일 교회에 나와 이슬람에 대해 열띤 비판을 했고, 이렇게 할수록 나는 교회에서 더 인정을 받았다. 그래서 그것이 옳은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점차 흘러 나의 흑백론적인 무슬림 포비아는 잘못된 것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무슬림이지만 나의 상처를 이해하고 같이 힘이 되어주었던 진정한 무슬림 친구들을 겪으며 이슬람 극단주의가 모든 무슬림까지 악하게 바라보게 만들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F가 나의 과거를 보는 듯한 무슬림 혐오 발언을 할 때마다 마음이 언짢아 논쟁을 벌였다. 모든 무슬림이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나쁜 것은 아니라고 잘라 말했고, 내 인스타그램에는 다른 무슬림 친구들도 지켜보고 있으니 자제해달라고 하며 점차 그를 멀리했다. 어쩌면 나는 F에게도 머레이처럼 대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다 갑자기 코로나 사건이 터지게 되어 신천지를 비판하는 글을 올리기 시작했는데 F는 신천지보다 이슬람이 더 문제라는 식으로 얘기했고, 나는 그의 말에 전혀 동의하지 않아 무시하고 비판 글을 이어나갔다. 그러자 갑자기 F가 나를 차단했는데 영문을 몰라 어안이 벙벙했다. 그러다가 F가 내 카톡을 등록하면서 그의 실체가 드러나게 되었다. 나에게 접근했던 그 남자는 P의 신천지 위장 교회 강사였다는 사실과 P뿐만 아니라 F에게도 속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충격을 받았다.


난생 처음으로 인스타그램을 비공개로 돌려 빗장을 잠갔더니 바로 다른 외국인 신천지인들이 가짜 계정으로 접근해 친한 척을 하고 회사 앞에도 찾아오며 밤낮으로 벌써 6개월째 스토킹을 하고 있다. ID를 수백 번을 바꿔도 어떻게든 찾아내는 그들을 보며 충격은 공포로 바뀌어갔고 악귀 떼처럼 느껴졌다. 이전엔 단순히 마약 중독자 P가 사이비 중독에 빠져 안타깝다고만 생각했지 P를 포함한 이 외국인 신천지 집단은 처음부터 나를 먹잇감으로 노리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고 나니 더 큰 충격에 휩싸이게 되었다. 나는 그저 트루먼쇼의 트루먼이었을 뿐이다.


P와 F에게 마음을 열었던 이유는 나도 해외에 살며 힘든 일들을 겪었고 외국인으로 살아가는 그들의 동병상련을 이해하기에 오픈을 했던 건데 그들은 나를 그저 종교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접근했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배신감도 크게 들었다. 내 본래 성격은 누구에게나 쉽게 마음을 열고 금방 친구가 되는 편인데 충격과 공포의 종교 사기를 겪고 나서부턴 그 누구가 다가오면 경계를 하게 되고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되었다. 주위 기독교 친구들도 혹시나 신천지 추수꾼이 아닐까 의심하며 믿지 못하게 되었다. 그만큼 후유증이 심하게 왔고 신천지는 가슴속에 끔찍한 악몽으로 남았다.


그러고 보니 몇 년 전 코로나로 나라를 뒤흔든 신천지만큼 전 세계를 혼돈에 빠뜨린 악한 종교 단체가 있지 않았던가. 바로 ISIS다. 밑의 영상 'Ghosts of sugar land'는 한 청년이 ISIS 단원이 되기까지의 내용을 다룬 다큐멘터리이다.



스포를 하자면 Warren Clark이라는 평범한 청년은 무슬림 친구들의 영향을 받아 자신도 개종을 한다. 그는 이슬람과 쿠란에 대해 더 알고자 했으나 친구들은 너무 진지하게 믿는 그를 부담스러워했고, 네가 알아서 찾아보라며 회피했다. 그럴수록 클락은 서방 세계 문화에 물들어 무늬만 무슬림인 친구들을 비난하기 시작했고, 갈수록 그는 더욱 고립감을 느껴 이슬람의 근본을 찾아 시리아로 떠나게 된다.


이 과정은 일반 기성 교회 신자들이 신천지에 빠져드는 과정과 매우 흡사하다. 나도 P에게 현혹되었던 이유 중 하나는 기존 교회에서 알려주지 않는 성경에 대한 확신을 갖게끔 해서였다. ISIS도 서방의 외로운 청년들에게 은밀히 접근해 크고 뚜렷한 보상과 환상을 보여주었고, 공동체 연대의식을 느끼게끔 하여 끌어들였다. 그러나 입문은 마약에 손을 대는 것처럼 쉬워도 탈퇴는 거의 사망에 이르러야 비로소 나올 수 있다. 악한 종교들은 기독교가 되었건 이슬람이 되었건 모두 비슷한 양상을 띄고 있다. 이 다큐를 보면서 P와 F가 왜 신천지에 들어갔는지 알 것도 같았다. 특히 F가 HWPL의 만국 회의에서 남긴 증언은 한 편으로는 마음을 아프게 했다.

“The event really can portray everything that can bring solution to the conflict.” He has come from Nigeria, where he faced direct confrontations and war that are currently devastating the country. He summarizes the ongoing war in his country as “the war that is mostly caused by religion, the Islam and Christian part.”


실제로 나이지리아에서는 많은 기독교인들이 이슬람 단체로부터 학살을 당하고 핍박을 받고 있는데 이런 전쟁을 겪고 자란 청년을 세계 평화와 전쟁 종식 등 따위로 현혹해 HWPL로 끌어들였다. 전쟁 없는 세상을 꿈꾸던 그에게는 분명 크나큰 희망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그가 들어간 단체는 나이지리아의 기독교인들을 사살한 ISIS와 전혀 다를 바 없는 곳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똑똑한 청년이 하나님의 은총을 많은 사람들을 타락시키는 데에 쓰고 있다는 것에 탄식을 금할 수 없었다.


세 명의 상관관계


나, P, F 이 셋의 얽히고 설킨 인연은 독특하다. P는 예전에 내가 무슬림에게 고통받고 있던 당시 위로해주고 서로 가정의 아픔을 공유하던 정말 좋은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그저 미끼였다. 또 내게 쓴 가스라이팅 수법은 알고 보니 F가 쓰던 수법을 그대로 나에게 쓴 것이었다. 반면에 F는 무슬림으로부터 받은 아픔을 나와 함께 공유하고 싶었던 것 같다. 다만 표현 방법이 극단적이다 보니 받아들이기 힘들었고, 계속 반 신천지 입장을 고수하면서 틀어져버렸다.

 

사실은 우리 셋다 다른 것 같지만 같은 과거의 아픔과 그림자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서로가 서로를 알아봤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아픔을 교묘히 파고든 악한 종교는 인연을 악연으로 갈라 놓았다. 서로가 속고 속이는 사이가 되었고, 그 갈라진 틈으로 원망과 오해, 분노는 더 깊이 파고들어 서로가 대적하는 사이가 되었다.


우린 모두 'Ghosts of new heaven and new earth' 다. 진리와 영혼을 잃어버린 유령.

왜 이렇게 되었어야만 할까? 신천지만 아니었다면 우리는 국경과 피부색을 초월해 아시아, 북미, 아프리카를 잇는 정말 맘이 잘 맞는 친구들이 되었을 텐데.

마음이 아프다. 못된 어른들의 욕심이 청년들의 인생을 망쳐놓고 우정도 망쳐놓았다. 언젠가 이 친구들이 우리 모두 신천지의 피해자라는 사실을 깨달아 삼겹살에 소주 한 잔 할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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