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읽씹의 변
맞아, 3번 안읽씹러가 바로 나야,라고 말하려 했는데 가만 보니 1번도 나이고, 2번도 내 이야기 같다. 연락도 취사선택할 수 있지 않을까. 스마트폰이 현대인의 분신이 되었다지만 남들도 다 그럴 것이라는, 그래야 한다는 생각은 조금 그렇다.
보통 1이 지워지지 않을 때 메시지를 순수하게 못 보았을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언젠가 상대가 손에 휴대폰을 꼭 쥐고 있던 모습을 알고 있고, 정보의 바다 어디쯤 헤엄 중인지 파악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 그렇다, 온갖 정보를 시시각각 알리는 이 스마트하고 바지런한 물건 탓에 우리는 연결을 쉽게 생각한다. 실시간 응답을 강요하지는 않더라도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긴다. 그렇게 메신저는 스스럼없이 남용하는 공공재가 되었다. 워낙 사방으로 연결되어 있는 까닭에, 알림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소화는, 다른 문제이지 않을까.
한데 숫자가 사라지기만 하면 무리 없이 소화했다 생각해 버리니 나는 남길 수밖에 없다. 연결에 대한 일종의 거리두기인 셈이다. 지금도 내 화면에 남겨진 숫자가 여럿이지만, 그렇지만, 당장 선택하지 않은 게 버린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버릴 거라면 오히려 쉽게 읽어 '버리지' 않았을까. 내가 소화력을 회복하고 당신의 질문에 성의를 쏟을 수 있을 (그리 머지않은) 때를 위해 잘 보존하는 것이다, 이 기회에 이해를 구해본다.
차라리 꼭꼭 씹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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