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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주독야독

『자살하는 대한민국』 독후감

2025년 5월의 독서

by 야간선비
한 줄 소감 :
한 국가가 외부 침략이 아닌 내부 문제로 스스로 스러져가는 모습


『자살하는 대한민국』, 김현성 지음, 사이드웨이, 2024


대한민국이 망해간다는 말은 어제오늘 들리는 게 아니다. 세계 최고의 노인 빈곤과 자살률, 그리고 동시에 세계 최저의 출생률을 가진, 정말로 죽음 및 소멸 그 자체와 가장 가까이 위치해 있는 나라는 대한민국인가 보다. 이 책에서 말하는 대로, 한국은 방탄소년단을 비롯한 K팝의 대유행과 노벨문학상 수상자 배출과 반도체 시장 석권 등등 단군 이래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는 가운데, 노인 빈곤으로 구 세대가 고통받고, OECD 최고의 자살 강국으로서 현 세대가 사라져 가고, 출생률이 1명 이하로 떨어져 미래 세대가 사라져 가고 있는, 황금기를 찍자마자 무너져내리는 기이한 상태에 처해있다.


이 책은 일단 제목이 자극적이어서 읽어보았는데, 꽤 재미있고 의미 있었다. 망국론이 파다한 요즘 시대에 그 이유를 설명하는 방식은 다양하지만, 이 책은 철저히 ‘경제적‘ 관점에서 망국의 현상과 망국론의 근거를 찾아 파고든다. 그 근거들 하나하나를 챕터화하여 내용을 전개하는데, 각종 통계자료와 보도자료 등을 동원하여 저자 자신의 논리를 촘촘하게 전개해 나간다. 대한민국이 스스로 무너져 내리고 있다는 것이 이 책의 대전제인 만큼, 이 컨셉에 다소 경도되어 각종 사회현상을 끌어다 쓰는 경향이 없잖아 느껴지지만, 어떠한 현상을 바라보고 분석할 때에는 최소한 1가지의 필터는 필요한 법이므로 억지를 부린다고까지는 느껴지지 않는다.


한국 특유의 경제 구조와 소비 행태로 인한 빈곤의 악순환, 수도권 집중화를 막기 어려운 이유와 이로 인한 악영향, 한국의 낮은 노동생산성과 영세한 자영업자들, 빈약한 연금구조와 부동산 고착화로 살 길을 잃은 노인들, 규격화된 복지서비스 및 통일된 정보가 부족해 각자도생하는 사람들, 결혼에 점점 더 큰 목돈이 필요해짐에 따라 출산은 물론 결혼을 기피하게 되는 젊은이들, 시험으로만 등용문을 통과해야지만이 공평하다고 착각하는 사회, 과도한 경쟁이 사회 안에서만 작동하여 모두를 피곤하게 만드는 문화… 어쩌면 우리가 이미 알고 있거나 하다못해 최소한 피부로 느끼는 사회의 문제들을 저자는 과감하게 진단해낸다.


내가 속한 사회와 국가가 무너져 내린다는 것은, 그것이 단순한 망상이거나 근거 없는 헛소문일지라도 그런 생각이 저잣거리에 돌아다닌다는 사실만으로 알게 모르게 상당한 불쾌함과 불안함을 야기한다. 망국론의 유행으로 사회 분위기가 뒤숭숭하지만, 그 소문의 근원지와 사실관계를 따져보는 이성과 합리성이야말로 개개인이 소문에 쓸려가거나 표류하는 것을 막아주는 방파제이자 닻 역할을 해준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한 번 읽어볼 만하다.


아래 내용은 내 나름대로 챕터별 내용을 아주 간략하고 무식하게 정리해 놓은 것이다.




1. 한국인은 가난하다.

- 생활수준이 빈곤하다기보다는, 공동체를 위해 갹출할 돈이 없다. 개개인의 사정이 아주 빠듯하다는 것.

- 생활물가가 높다. 식료품 물가가 높다. 식료품 물가의 상승률도 높다. 유통비용이 비싼 것이 아니라, 농업생산성이 너무 낮다. 농경지가 좁고, 자영농들이 영세하다.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없다. 농가 보호주의로 인해 정부 보조금과 쌀 직불금 규모는 늘어나지만 자영농들은 여전히 영세하다. 농가가 감소하는 추세이므로 영세함이 개선되기 힘들 것.

- 에너지물가와 인프라물가가 낮다. 공공부문의 적자로 버티는 중. 생활물가가 워낙 높아서 공공인프라 물가를 정상화시키기가 불가능. 따라서 공공부문 효율화를 위해서는 먼저 식료품 물가를 잡아야 함. 근데 이건 소작을 금지하는 헌법을 개헌하지 않는 한 규모의 경제 실현 불가.

- 사교육 지출은 제2의 세금. 무조건적 지출이며, 소득 대비 차지하는 비율이 크다. 한방에 사교육 없애기에도 이미 사교육 종사자가 많음.

- 이 3가지가 고착화, 당연화되어 국민 개개인의 가처분소득이 없음. 공동체를 손보기 위한 사회간접자본 갹출에 저항감이 생기게 됨.


2. 수도권 집중화

- 서울엔 사람도 많고 돈도 많다. 인구압이 높아지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인프라가 계속 들어오고, 이는 또 서울 거주 수요를 높인다.

- 거주비용 증가로 가처분소득이 낮아진다.

- 압축 성장을 위해 집적이익을 추구한 결과 현재의 수도권 쏠림이 만들어짐.

- 일자리가 없는 지방은 관광자원 개발을 추구. 제일 쉽기 때문. 근데 이건 지자체의 신용도 위험을 불러일으키고, 관광산업에 수반되는 요식업 및 숙박업은 노동생산성이 낮음.

- 유일한 방안은 수출대기업이 지역에 자리 잡는 것

- 정치권력의 배분과 더불어 경제력 배분이 절실

- 서울 사람들도 지역균형발전에 동의는 하면서도 서울의 경제력을 배분하는 것은 망설인다. 눔프(not out of my pocket) 현상.

- 수도권 집중이야말로 대한민국의 물리적 소멸의 이유. 모두가 서울에서 살고 싶어하므로 거주비용은 올라가고, 결혼과 출산에 돈과 시간을 쓸 여력이 사라진다.


3. 노동생산성

- 생산성은 열심히 일하는 것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 서비스업 생산성이 낮다. 이 말은 한국인들이 서비스에 매기는 시장가치가 낮다는 것.

- 한국 서비스업의 부가가치가 낮다. 지적재산권이나 금융업도 다른 나라에 비해 노하우나 업력이 부족.

- 낮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서비스업에 영세한 자영업자가 몰려있다. 취업자의 1/4이 자영업자. 이 높은 자영업자 비율이 경쟁률을 증가시키고 서비스물가를 스스로 낮춘다. 그리고 대부분 생계유지형이므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몸값을 낮추거나 박리다매로 간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가난하다.

- 외부수량유연성(고용해고), 내부수량유연성(노동시간), 기능유연성(업무재배치), 임금유연성으로 구성된다. 한국은 전체 노동시장에서 임시직 비율이 21%로 oecd 평균 대비 높고, 정규직 전환율은 11%로 평균 대비 낮다.

- 공동체를 위해 지갑을 열 수 있는 집단은 아주 작다. 수도권 거주에 고생산성 수출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들. 이들은 배타적이게 된다. 교육과 취업과 서울집에 투입한 돈과 시간이 크니까. 균형발전과 균분보다는 개인적인 성공을 추구하게 된다. 자녀들에게 현 위치를 세습하고자 한다.


4. 노인문제와 청년문제

- 노인문제가 청년문제다.

- 노인은 살고 있는 집에 너무 많은 돈을 깔고 앉아있다.

- 노인이라고 청년보다 돈을 덜 쓰진 않는다. 즉 필요한 생활비는 비슷하다.

- 노년층의 수도권 주택 매각이 이뤄져야 청년층에 주택이 공급된다. 근데 의료와 교통이 수도권에 몰려있다.

- 국민연금은 원래 노후소득을 100프로 커버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다. 보통 25~30%. 나머지는 퇴지연금과 개인연금. 한국은 이 3층 연금제도가 미비하다.

- 연금은 고갈되지 않도록 국가재정을 투입하는 게 일반적.


5. 각자도생, 빈약한 사회복지

- 쓰레기통이나 흡연부스가 늘어나면 다른 공공요금이 오른다.

- 국영 사회복지 시설이 많지 않고 대부분 민간에서 주도하다 보니 서비스의 질이 천차만별 -> 블로그나 맘카페 등이 발달


6. 저출산, 결혼기피

- 한국에선 결혼 후 자가 혹은 전세로 시작. 그래서 목돈이 필요. 경제력이 있어야 수도권 진입 가능.


7. 시험과 공정성

- 시험은 불공정하다. 1점 차로 떨어진 학생은 과연 자질이 부족한가? 이에 대한 논의 없이 고득점만을 위한 교육이 이루어진다.

- 개천에서 용 안 나온다. 강남에서 용 나온다. 시험공화국의 폐해

- 시험은 기계적 투명함을 가지고 있을 뿐 사회적 공정함과는 거리가 멀다.

- 수능을 잘 봐서 서울에 있는 대학을 가서 고생산성 집단에 들어가는 것이 온전히 스스로의 노력으로 인한 것이라고 작동되는 사회


8. 경쟁

- 군대문화와 가부장제 -> 평균과 표준을 강요 -> 더 높은 평균을 찾으며 불행에 빠짐

- 경쟁이 해외로 뻗어나가지 못하고 국내에서의 돈과 가치를 찾아먹기 위한 내부경쟁으로만 들끓는다.

- 경쟁에서 이도저도 안 되면 자살하게 된다.

- 손해 보는 것을 참지 못한다. 효율만을 따지게 된다.

- 이민자를 받는다고 해도, 지금의 높은 도시생활지용, 생산성 격차, 지역격차와 성별격차가 해소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9. 미래의 모습

- 물가 상승(규모의 경제 불가하므로)

- 원화가치 절하

- 해외시장 공략 가능한 기업 말고는 살아남기 힘들다 -> 외국어능력 수요 증가 -> 교육열 -> 서울 주택가격은 높을 것

- 지방소멸로 수도권 가치 상승

- 국방력 약화


10. 해결방안

- 국가부채의 점진적 확장을 통한 정부지출 확대만이 당장 시도할 수 있는 유일한 대책

- 물가상승도 문제지만, 국가소멸이라는 문제 앞에서 그건 문제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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