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의 독서
한 줄 소감 :
똑똑한 사람이 빠른 속도로 말을 쏟아내면 알아듣기가 힘들다
유튜브에 ‘W를 찾아서’라는 오래된 강의 영상이 있다. ‘시골의사’라는 이명으로 잘 알려진 박경철이 그 강연자다. 지금은 구체적으로 무슨 활동을 하는지 잘 알 수 없는 그는 과거 다방면의 분야에서 강의, 방송출연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했던 자다. 그가 하는 강의는 재미있고 탁월하기로 아주 유명하였고, ‘w’라는 화두를 가지고 기깔난 강의를 풀어가는 그의 모습을 유튜브로 오랜만에 우연히 보게 되었던 것인바, 그가 쓴 책들은 뭐가 있을까 하며 동네 도서관을 뒤적거리다 집어든 것이 이 책이다. 2006년에 쓰인 책을 약 20년이 지난 후에 읽는 맛은 그 나름의 맛이 있었다(내가 읽은 책은 2012년 개정판이지만 2006년 초판과 내용 차이가 하나도 없다는 것을 저자는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이 책은 경제 및 재테크와 관련된 다양한 주제에 대한 저자의 생각과 통찰을 담아내고 있다. 부자에 대한 정의부터 시작해서, 금리, 인플레이션, 수익률, 주식, 부동산 등등 수많은 주제를 종횡무진하며 자신의 생각과 통찰과 예측을 자유분방하게 펼쳐내고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고 나서 얻은 것은 인상 깊은 구절들 몇 개 말고는 딱히 없었다. 내가 이 책을 온전히 소화할 정도로 똑똑하지 못해서 그런 것이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핑계를 대자면 일단 책의 내용전개 자체가 방금 말했듯 굉장히 자유분방하다. 하나의 주제를 논할 때 다양한 배경지식과 관련주제를 끝없이 동원해 가며 글을 전개해 나가는데 정작 글이 마무리될 때에는 제대로 된 결론이 없는 경우가 많아서, 읽는 이로 하여금 ‘그래서 대체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 독서에 혼탁함이 끼게 만든다. 잘 기획되고 정돈된 글을 읽는 것이 아니라, 떠오르는 대로 한 번씩 써 내려간 글을 서랍에 넣어놓았다가 나중에 한꺼번에 꺼내서 한 데 묶어놓은 글뭉치를 읽는 느낌이다(실제로 저자는 이런 식으로 이 책을 썼다고 서문에서 밝히기는 했다). 똑똑한 사람이 빠른 속도로 말을 쏟아내면 나 같은 사람은 제대로 알아들을 수가 없다.
책이 출간된 지 20년 정도가 된 만큼, 저자가 당시 했던 예측과 전망을 구경해 보는 나름의 재미는 있었다. 특히 저자의 부동산에 대한 내용은 그 예측이 완전히 빗나갔다. 저자는 책 집필 시점으로부터 서울과 수도권의 집값이 10년간 급락할 것이라 내다봤지만, 현재 집값을 보라. 이런 대목을 보고 있자니, 이렇게 똑똑한 사람이 해내는 예측조차도 보기 좋게 빗나가는 것을 보면 나 같은 무지렁이가 섣불리 뭔가를 예측한다거나 미래를 내다본다거나 하는 짓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들 뿐이다.
저자가 다루는 주제가 무엇이든지 간에 결국 논지의 마무리는 ‘모든 것은 당신의 안목과 판단에 달렸다’는 것이어서 허무하다. 이러한 결론은 결코 틀린 말은 아니거니와 오히려 정답 아닌 정답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지만, 모르는 것을 해결하고 싶고 지혜로운 이의 생각과 주관을 엿보고 싶은 마음에 책을 집어든 독자 입장에서는 기운이 빠진다. 그래도 ‘똑똑한 사람의 머릿속은 높은 출력과 빠른 회전으로 끝없이 돌아가고 있구나’라는 것을 엿보고 싶다면 이 책은 읽어봄직하다.